[2012 올해의 환경책]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들의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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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고 숨쉬는 것들의 반란

 

샌드라 스타인그래버 지음 | 이지윤 옮김 | 아카이브 | 2012년 6월 | 20,000원

 

김정숙 전동중학교 교사

 

인간은 먹고 마시고 숨 쉬지 않으면 살 수 없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는 먹고 마시고 숨 쉬지 않으면 한 순간도 살아갈 수 없다.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은 살아 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원초적인 행위이다. 그런데 먹고 마시고 숨 쉬는 것들이 반란을 일으키면? 당연히 삶 자체가 불가능해 진다. ‘칼을 쥔 시인’으로 부리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의 암 투병 경험을 바탕으로 환경과 암의 관계를 탐구한다.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돌고래가 암에 걸리는 현실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30년 전, 대학교 2학년을 마치고 방광암 진단을 받은 저자는 비뇨기과 의사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타이어 공장에서 일한 적 있나요?’, ‘섬유염색약에 노출 된 적이 있나요?’라는 이 질문은 시를 좋아하는 생물학도로 건전하게 생활하면서 대학원 연구 계획을 미리 세워 놓은 그를 공기와 물, 흙과 불, 음식에 스며든 죽음의 물질을 찾는 생물학자이자 환경전문가로 이끈다. 저자는 곧바로 도서관에서 의학서적을 뒤적이다가 방광암이 전형적인 환경성 암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절박함은 위대한 여정을 가능하게 한다.

책을 읽는 동안 10여 년 전 예순 일곱이라는 비교적 젊은 나이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떠올랐다. 아버지는 예순 초반에는 방광암을 앓으셨고 결국은 담도암으로 돌아가셨는데 평생 농사를 지으신 아버지를 생각하면 지베레린이라는 성장촉진제, 그라목손이라는 제초제가 함께 떠오른다. 지베레린은 딸기와 참외, 오이 같은 농작물을 기른 우리 집 안방에도 굴러다녔고 그라목손은 빈병 상태로 논밭 두렁이나 물이 흐르는 도랑에 흔히 나뒹굴었다.

속은 비었으나 겉보기에 좋은 작물을 만들어 내고 일손과 시간을 줄여 주던 농약이 결국은 당신의 목숨까지 재촉했다는 사실을 아버지는 알고 계셨을까? 농사를 지어 자식들을 키워야 했던 아버지는 당연히 농사를 잘 지어 많은 소출을 내어야 했고 농촌지도소나 언론에서 말해 주지 않는 이상 농약의 부작용을 알지 못하셨을 것이다. 어른이 되어 내가 자라온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이런 농약들이 흙과 물을 죽이고 결국은 인간까지 병들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는 이미 이 세상 분이 아니셨다.

저자는 모두 12장에서 암과 환경의 관계를 파헤친다. 2007년 한 해 동안에만 4억 킬로그램에 가까운 발암물질과 의심되는 물질을 공기와 흙, 물에 배출했다는 미국의 ‘미시시피 강 입구에 펼쳐진 멕시코 만 물속에는 메릴랜드 주 크기만 한 데드존이 있다. 합성비료 때문에 만들어진 것이다. 비료는 질소를 공급해 옥수수를 더 빨리 자라게 한다. 이 비료가 빗물을 따라 도랑으로 흘러들어가고, 도랑이 시내로 이어지고, 시내는 강이 되고, 강은 바다로 가면서 해조류와 같은 효과를 야기한다. 해조류가 무성하게 자라면 바다 공간 내 산소를 다 빨아들이고 그 안에 있는 모든 생명이 죽는다.’(239쪽)

암으로 숨을 거둔 레이첼 카슨은《침묵의 봄》에서 발암물질이 식량을 생산하는 기본요소가 된 시대의 기이함을 말했다. 그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제초제와 살충제는 끊임없이 만들어졌고 제초제에 내성을 지닌 잡초들과 살충제에 내성이 생긴 해충들 역시 빠르게 증가했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체들이 인간이 만들어 내는 수많은 독성물질로 병들고 있음을 이 책은 수많은 논문으로 증명하고 있다. 저자 샌드라 스타인그래버는 레이첼 카슨이 그리고자 했으나 미처 못 그렸던 그림의 한 부분을 펼쳐 보여주며 그의 유언을 훌륭하고 섬세하게 이어가고 있다. 급류에 휘말려 죽어가는 사람을 물속에서 구해내는데만 정신이 팔린 사람들 대신 정작 누가 그들을 물속으로 떠미는지를 하나하나 성실하게 밝혀내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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