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코로나19로 돌아본 지속가능한 삶

2020-01-07

얼마 전 카페에 들러 개인 텀블러를 내밀며 커피를 주문했습니다. 그러자 돌아온 종업원의 답은 이랬습니다. 

"죄송하지만 (안전을 위하여 : 확실하게 기억은 나지 않는데)개인컵에 음료를 담아드리지 않습니다. 개인컵 할인은 그대로 적용해 드리고 음료는 일회용 컵에 드리겠습니다." 거기서 "나는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러니 꼭 이 텀블러에 음료를 받아야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없었습니다. 

바쁜 아침시간에 제 텀블러를 튕겨낸 종업원에게  텀블러 사용을 우긴다면, 아마  쫓겨나고 다시는 그 카페에 가지 못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진대는 올해 초 코로나19위기경보가 '심각' 으로 격상함에따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일회용품규제제외를 적용한다고 밝혔기 때문입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감염병 위기경보 단계가 '경계'이상인 경우 식품접객업소의 일회용품 규제가 일시 제외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2월 23일 코로나19 위기경보가 심각단계로 격상되고 지역사회 감염 초기 단계로 확산되는 상황에서 일회용품 사용규제 제외대상을 모든 지역으로 확대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개인 텀블러는 카페에서 유명무실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얼떨결에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아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개인컵에 옮겨 담아 가야겠다.' 카페 구석에서 일회용컵에 담긴 음료를 텀블러에 옮겨 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새로운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내 개인 텀블러는 카페의 일회용컵보다 작았습니다. 즉 그동안 개인컵에 음료를 받아온 저는 약간씩 손해를 봤던 것입니다. 텀블러를 큰 걸로 바꿔야하는 고민과 함께 한 손에는 텀블러를, 한 손에는 남은 음료가 담긴 일회용컵을 들고 사무실로 출근했습니다.

Health Kups로 알려진 Dixie Cups에 대한 초기 광고 (ⓒ  위키피디아)

사무실에 출근해서 어떻게 '일회용컵=위생적' 이런 공식이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검색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몇번 강의 요청을 드리고 강의를 들었던 홍수열 자연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님의 글을 발견했습니다. 홍수열 소장님에 따르면 일회용품의 시작과 확산은 위생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합니다. 미국에서 일회용 종이컵이 최초로 개발된 것은 식수대의 공용컵을 대체하기 위한 1907년입니다. 일회용 종이컵 문화가 환산되게 된 결정적 계기는 1918년 스페인 독감입니다. 즉 전염병이 휩쓸고 나면 일회용 사용 문화가 쑥쑥 자라납니다. 위생이 마케팅이 되면 곳곳에서 새로운 일회용 문화가 생겨날 것이라고 합니다.


코로나 '집콕' 특수로 배달음식·집꾸미기 소비 늘어 (출처 :  조선비즈) 


실제로 일회용품 사용량이 증가했나 찾아봤습니다. 스타벅스의 경우 지난 1월 기준 머그잔 대신 일회용 컵을 사용한 비중은 40%에 그쳤지만, 지난 4월 기준 50%를 넘어서며 일회용컵 사용 비중이 한시적으로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동안 스타벅스는 개인 컵 이용을 장려해 개인컵 이용이 1,700만건(2019년 기준)을 넘어서는 등 일회용품 줄이기에 앞장섰지만 코로나19로 인하여 상황은 달라지게 되었습니다. 또한 일회용컵은 아니지만 '언택트'추세로 택배 물량이 크게 증가하여 예년보다 30%이상 증가했다고 합니다. 택배는 그 옛날 짜장면 그릇처럼 수거하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박스, 포장재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이 증가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닐슨코리아가 지난 4월(자꾸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후 배달 음식 이용률은 33%에서 52%로 급증했다고 합니다. 배달 음식도 그 옛날 짜장면 그릇처럼 수거하는 시스템이 아니기에 박스, 포장재 등 일회용품 사용이 많이 증가했을 것입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해도 '정부는 2022년까지 일회용품 사용량을 35%이상 줄이겠다'며 '국내 일회용품 생산/유통업체의 업종전환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그러나  작년 11월 22일 '일회용품 함께 줄이기 계획'을 발표한 이후 지난 4월가지 약 5개월간 업종전환을 위해 지원사업에 신청한 국내 일회용품 생산/유통업체는 단 한곳도 없다고 합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겠지만 작년 말부터 코로나19가 심각해짐에 따른 이유도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것저것 찾아보고 머리 속에 떠오른 단어가 아이러니(irony)입니다. 조금 생각해보면 결국 이런겁니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짐 -> 위생챙겨 -> 방법 중 하나가 일회용품 사용 ->환경부담 ->또다른 환경위험 ->다시 위기'  즉, 이런 질문이 생겼습니다. '환경문제로 인하여 발생한 코로나19로부터 개인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환경에 부담을 주는 일상(일회용품 사용 등)을 고착화 시키는 것이 옳은 일인가?' 이 질문에서부터 나의 행동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경 소재인 카카오 추출물로 만든 포장 용기와 버섯균사체(mycelium)로 만든 가방을 '제로 테이크 어웨이 패키지' (출처 : 프리스트맨구드(priestmangoode) )

그래서 이것저것 다시 찾아봤습니다. 다른나라의 선지자들은 어떤 행동을 하며 일회용품으로부터 벗어나려 노력하고 있을까? 찾아보니 역시 훌륭한 분들이 많았습니다. 우선 코로나19 이후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딜리버루deliveroo, 우버이츠ubereats등 배달 플랫폼을 통한 음식 포장이 급증했다고합니다. 외국에서는 저보다 훨씬 훌륭한 행동할 줄 아는 런던의 산업 디자인 스튜디오 프리스트맨구드(priestmangoode)는 음식 배달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자 친환경 소재인 카카오 추출물로 만든 포장 용기와 버섯균사체(mycelium)로 만든 가방을 '제로 테이크 어웨이 패키지'로 발표했습니다. 약간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이 용기를 선택할 수 있고, 주문 포장한 곳에 반납하면 세척과 건조를 통하여 재사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친환경 소재에 관하여 잘 알지 못하여 뭐라 말은 못하지만 생각하고 제작하여 활용하는 모습은 아주 멋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마지막 인터뷰가 아주 멋졌는데요.

"우리는 음식 배달 서비스와 테이크아웃 용기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편리한 환경에서 비롯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조 로완 JO ROWAN, 프리스트맨구드 전략 디렉터 -

배달 용기의 용기있는 대안 (출처 : VILLIV)

결국 '어쩔 수 없지'라는 생각보다 '어떻게 바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관한 고민과, 본인만이 가진 능력을 토대로 생각을 결과로 만들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더 찾아보니 꼭 능력이 없더라도 할 수 있는 행동을 하는 단체를 발견했습니다.

“우리는 음식 배달 서비스와 테이크아웃 용기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편리한 환경에서 비롯되는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이번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 조 로완JO ROWAN, 프리스트맨구드 전략 디렉터 -

비접촉 커피 판매 캠페인(#contactlesscoffee) (출처 : city to sea)

또 영국인데요. 영국 브리스틀시에 위치한 환경단체 씨티투시(city to sea)는 텀블러 사용을 금지하는 국가와 카페 경영자들에게 비접촉 커피 판매 캠페인(#contactlesscoffee)을 제안했는데요. 방법은 사진에도 나와있지만 (1)대기한다 (2)텀블러를 쟁반에 올려 이동한다 (3)텀블러에 음료를 담는다 (4) 가져간다입니다. 어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생각이지만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모두에게 제안했다는 점이 멋진 것 같습니다. 

결국 누구도 경험하지 못했던 2020년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의 선택이 매우 중요하고 그 기로에 서있는 것 같습니다. 코로나19, 유난히 길었던 장마, 장마로 인한 여러 피해, 각 국의 이상 기후등을 돌아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나는 

공해유발자로 살아갈 것인가?

지속가능한 삶을 위해 노력할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책임은 모두의 몫일 것입니다.




<자료출처> 

'코로나19 팬데믹' 일회용 문화, 이대로 괜찮을까?

[토요워치]코로나의 그림자···일회용품 '환경재앙' 온다

코로나 탓 커피 일회용 컵 급증…텀블러 ‘비접촉 사용’을

'코로나19'에 일회용품 재등장…친환경엔 '뒷걸음질'

코로나19 여파에…업계 "일회용품 생산·유통 안 멈출 것"

코로나 속 물량 50% 증가, 택배노동자에게도 추석을

코로나 '집콕' 특수로 배달음식·집꾸미기 소비 늘어

코로나19, 일회용컵 규제 일시 제외

#CONTACTLESSCOFFEE

Paper cup



사업자등록번호 208-82-04038

(03969)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시민공간나루 2층         오시는 길 >>

전화 02-743-4747  |  손전화 010-2412-4747   |  

팩스 02-323-4748  |  이메일  eco@eco.or.kr   |                        문의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