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핵을 폐기하고 총 전기사용량의 8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려는 독일의 에너지 전환 실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참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에너지 전환이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법제화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들이 체계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와 같은 공허한 선언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독일의 에너지 전환이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만, 이에 따르는 추가적인 비용, 송전 인프라의 건설, 사회적인 수용성 등이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의 총 발전 중에서 석탄이 약 46%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비중이 높습니다. 만약 핵발전소가 폐쇄되는 시점까지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석탄의 비중이 현재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빠른 확대를 위해 독일은 독일 북부 연안(발틱해와 북해)의 해상 풍력 자원을 이용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부 연안에서 생산된 전기를 주요 산업 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독일 남부 지역으로 보내는 송전시설의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13년 4월 독일 의회는 전력망 확장 가속화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 법안은 약 3,800km, 그리고 총비용 200억 유로에 달하는 고압 송전소를 건설할 것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압 송전탑의 건설은, 아무리 재생가능에너지인 풍력을 이용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지역의 반대가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내륙 지역의 풍력 발전이 크게 증가하면서 풍력 발전에 대한 지역의 반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은 핵발전소나 화석 발전소에 비해 훨씬 안전하고 환경 및 사회적인 영향이 훨씬 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특히 대규모 시설의 경우 다양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대형 풍력 터어빈과 박쥐 혹은 새와 충돌 문제, 터어빈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저음파 영향, 그리고 자연 경관, 산림 및 토지의 훼손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해 입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10년간이나 법적인 소송 끝에 최종적인 건설 허가가 난 바 있는 미국에서는 케이프 코드(Cape Cod)라는 해상풍력단지는 이러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이 반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압 송전시설 역시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수송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시설과 똑같은 환경적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설을 수용해야 하는 지역의 반대가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연수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독일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안면도와 굴업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시설에서부터 최근 밀양 송전탑 건설이나 영덕과 삼척의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바로 그러한 예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핵발전소와 같은 위험한 에너지 시설뿐만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역시 점점 크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로림만 조력 발전소, 혹은 생태 1등급 지역내 풍력발전 건설에 대한 지역의 반대가 바로 그러한 예일 것입니다.

[우커마르크 지역]
우리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베를린에서 약 두 시간쯤 떨어져 있는 우커마르크(Uckermark)라는 지역의 크루소(Crussow) 마을이었습니다. 우리들은 Rainer Ebeling이라고 하는 마을 주민 분과 독일 환경단체인 NABU의 활동가와의 면담을 통해 풍력발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 마을은 마을과 1,500미터 거리를 두고 54헥타르 안에 8기의 풍력발전기를 운영중에 있으며, 향후 200헥타르에 추가적으로 풍력 터어빈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 주민들이 풍력 발전소를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새로운 풍력단지가 마을과의 이격거리가 1,000미터로 줄어들고 그 크기도 현재 150미터 수준에서 230-250미터로 대단히 커지기 때문에 터어빈의 소음과 저주파 영향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또한 이 지역은 자연보호지역으로 멸종위기의 조류뿐만 아니라 박쥐의 서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들 주민은 지역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합니다. 비록 정부가 3개월간의 위원회 숙의 과정을 정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이 마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풍력발전 예정지역 80곳에서 풍력발전 반대 단체가 만들어져 서로 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밖으로 바라보며 부럽다고 느꼈던 독일의 풍력 발전 시설의 이면에는 이로 인해 '불편과 희생을 요구받는 사람이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분들 역시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동안 기후변화에 주된 원인인 도시의 자동차 사용 그리고 화석연료를 통한 대규모 에너지 소비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의 책임이 별로 없는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기술적 방안에만 집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마치 국제기후변화기후협상에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손쉬운(값싼) 탄소감축 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적인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과도 유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을 비롯한 몇 몇 광역/기초 지자체의 에너지 전환 노력처럼, 그 동안 싸고 풍부한 에너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온 도시 지역의 대규모 사용자의 에너지 감축 노력이 에너지 전환에서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우리가 방문한 곳은 ‘우커마르크 계획위원회'였습니다. 이 곳은 우커마르크 지역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풍력 발전 가능지역의 선정과 이들 지역내 주민의견 수렴과 갈등 해결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만난 이들 계획가가 주민들의 불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지역 주민의 반대는 사업 진행을 하는데 있어 큰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위원회가 사업지로 적합하다고 지정한 지역에 사업자와 토지 소유자가 합의를 한다면 법적으로 정당성을 갖는 것입니다. 단지 우리가 이 회의에서 주목한 것은 비록 주민들의 시각에서는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의사결정 자체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해당 지역에 대해 거주구역, 자연보호구역, 수변구역, 국립공원, 문화재, 생물다양성, 경관영향 등과 같은 기술적, 환경적 지표를 고려하여 풍력개발가능지역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과정이나(이를 통해 우커마르크 전면적의 2.1%를 풍력단지 발전 지역으로 선정하였다 합니다), 주민들 편에서는 충분하지 않지만 3개월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두는 것은 우리나라 전원개발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형식적인 의견수렴 과정과 비교해 본다면 상당한 민주적 절차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커마르크 계획위원회와의 회의]
우커마르크 지역주민과 계획위원회 공무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나서도 여전히 지역의 에너지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었습니다. 우리에 비해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제도화하고 있지만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업 과정 역시 의사결정 과정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주민의 피해와 반대 주장에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는 남아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향후 독일 혹은 다른 여러 나라의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커다란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잠재적인 대안으로서 ‘시민숙의’와 ‘시민주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독일의 고압 송전선 관련한 시민숙의와 독일과 베를린의 시민협동조합에 대해 다음에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정민(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
핵을 폐기하고 총 전기사용량의 8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하려는 독일의 에너지 전환 실험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참으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더욱이 에너지 전환이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법제화되고 이를 위한 다양한 제도와 프로그램들이 체계적으로 실행되고 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녹색성장이나 창조경제와 같은 공허한 선언과는 사뭇 대조적입니다.
하지만 독일의 에너지 전환이 아무런 문제없이 진행되고 있는 것만은 아닙니다. 무엇보다도 핵발전소를 폐쇄하는 동시에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상당한 양의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이 필수적입니다만, 이에 따르는 추가적인 비용, 송전 인프라의 건설, 사회적인 수용성 등이 중요한 장애요인으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독일의 총 발전 중에서 석탄이 약 46% 정도를 차지할 정도로 여전히 화석연료에 대한 비중이 높습니다. 만약 핵발전소가 폐쇄되는 시점까지 재생가능에너지의 비중이 크게 늘지 않는다면 석탄의 비중이 현재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재생가능에너지의 빠른 확대를 위해 독일은 독일 북부 연안(발틱해와 북해)의 해상 풍력 자원을 이용하는 전략을 세우고 있습니다. 문제는 북부 연안에서 생산된 전기를 주요 산업 시설이 밀집되어 있는 독일 남부 지역으로 보내는 송전시설의 건설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2013년 4월 독일 의회는 전력망 확장 가속화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이 법안은 약 3,800km, 그리고 총비용 200억 유로에 달하는 고압 송전소를 건설할 것을 핵심적인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고압 송전탑의 건설은, 아무리 재생가능에너지인 풍력을 이용하는 것이라 할지라도, 지역의 반대가 상당히 크다고 합니다. 특히 최근 들어 내륙 지역의 풍력 발전이 크게 증가하면서 풍력 발전에 대한 지역의 반대도 점점 커지고 있다고 합니다.
기본적으로 지역에서 생산되는 에너지를 이용하는 재생가능에너지 기술은 핵발전소나 화석 발전소에 비해 훨씬 안전하고 환경 및 사회적인 영향이 훨씬 덜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생가능에너지, 특히 대규모 시설의 경우 다양한 환경적 사회적 문제에서 아주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예를 들면, 대형 풍력 터어빈과 박쥐 혹은 새와 충돌 문제, 터어빈에서 발생하는 소음과 저음파 영향, 그리고 자연 경관, 산림 및 토지의 훼손 등과 같은 문제로 인해 입지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습니다. 10년간이나 법적인 소송 끝에 최종적인 건설 허가가 난 바 있는 미국에서는 케이프 코드(Cape Cod)라는 해상풍력단지는 이러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이 반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압 송전시설 역시 재생가능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기를 수송한다 하더라도 기존의 시설과 똑같은 환경적 사회적 불평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이러한 시설을 수용해야 하는 지역의 반대가 없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번 연수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바로 이러한 재생가능에너지 시설의 입지를 둘러싼 환경적, 사회적 영향을 독일은 어떻게 해결하고 있는가 알아보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오래전부터 에너지 시설에 대한 사회적 불평등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안면도와 굴업도 방사능 폐기물 처리장 시설에서부터 최근 밀양 송전탑 건설이나 영덕과 삼척의 신규 핵발전소 부지 선정에 대한 주민들의 반대가 바로 그러한 예일 것입니다. 최근에는 핵발전소와 같은 위험한 에너지 시설뿐만 아니라 재생가능에너지의 개발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역시 점점 크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가로림만 조력 발전소, 혹은 생태 1등급 지역내 풍력발전 건설에 대한 지역의 반대가 바로 그러한 예일 것입니다.
[우커마르크 지역]
우리가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베를린에서 약 두 시간쯤 떨어져 있는 우커마르크(Uckermark)라는 지역의 크루소(Crussow) 마을이었습니다. 우리들은 Rainer Ebeling이라고 하는 마을 주민 분과 독일 환경단체인 NABU의 활동가와의 면담을 통해 풍력발전에 대한 그들의 생각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현재 이 마을은 마을과 1,500미터 거리를 두고 54헥타르 안에 8기의 풍력발전기를 운영중에 있으며, 향후 200헥타르에 추가적으로 풍력 터어빈이 건설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이 지역 주민들이 풍력 발전소를 반대하는 이유는, 우선 새로운 풍력단지가 마을과의 이격거리가 1,000미터로 줄어들고 그 크기도 현재 150미터 수준에서 230-250미터로 대단히 커지기 때문에 터어빈의 소음과 저주파 영향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또한 이 지역은 자연보호지역으로 멸종위기의 조류뿐만 아니라 박쥐의 서식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합니다. 더구나 이들 주민은 지역 정부의 의사결정 과정에 대해서도 불만을 제기합니다. 비록 정부가 3개월간의 위원회 숙의 과정을 정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요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구조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이 마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풍력발전 예정지역 80곳에서 풍력발전 반대 단체가 만들어져 서로 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창밖으로 바라보며 부럽다고 느꼈던 독일의 풍력 발전 시설의 이면에는 이로 인해 '불편과 희생을 요구받는 사람이 있었겠구나'하는 생각이 새삼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분들 역시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서는 찬성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동안 기후변화에 주된 원인인 도시의 자동차 사용 그리고 화석연료를 통한 대규모 에너지 소비에 변화가 있어야 하는데 상대적으로 기후변화의 책임이 별로 없는 농촌 지역을 대상으로 기술적 방안에만 집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는 마치 국제기후변화기후협상에서 선진국들이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손쉬운(값싼) 탄소감축 사업을 통해 자신들의 역사적인 온실가스 배출 책임을 다하려는 모습과도 유사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서울을 비롯한 몇 몇 광역/기초 지자체의 에너지 전환 노력처럼, 그 동안 싸고 풍부한 에너지의 혜택을 가장 많이 받아온 도시 지역의 대규모 사용자의 에너지 감축 노력이 에너지 전환에서 우선적으로 전제되어야 할 필요가 있겠지요.
지역 주민의 의견을 듣고 우리가 방문한 곳은 ‘우커마르크 계획위원회'였습니다. 이 곳은 우커마르크 지역의 재생가능에너지 확대를 목적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풍력 발전 가능지역의 선정과 이들 지역내 주민의견 수렴과 갈등 해결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사실 우리가 만난 이들 계획가가 주민들의 불만에 대한 대안을 제시해줄 수는 없었습니다. 실제로 이들은 지역 주민의 반대는 사업 진행을 하는데 있어 큰 고려사항이 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즉, 위원회가 사업지로 적합하다고 지정한 지역에 사업자와 토지 소유자가 합의를 한다면 법적으로 정당성을 갖는 것입니다. 단지 우리가 이 회의에서 주목한 것은 비록 주민들의 시각에서는 주민들의 의사가 충분히 고려되지 않는다고 불만을 제기하고 있지만 의사결정 자체는 상당히 객관적이고 투명한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 해당 지역에 대해 거주구역, 자연보호구역, 수변구역, 국립공원, 문화재, 생물다양성, 경관영향 등과 같은 기술적, 환경적 지표를 고려하여 풍력개발가능지역을 최종적으로 선정하는 과정이나(이를 통해 우커마르크 전면적의 2.1%를 풍력단지 발전 지역으로 선정하였다 합니다), 주민들 편에서는 충분하지 않지만 3개월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두는 것은 우리나라 전원개발 과정에서 볼 수 있는 폐쇄적인 의사결정 구조와 형식적인 의견수렴 과정과 비교해 본다면 상당한 민주적 절차를 확보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커마르크 계획위원회와의 회의]
우커마르크 지역주민과 계획위원회 공무원들과 회의를 마치고 나서도 여전히 지역의 에너지 갈등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은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었습니다. 우리에 비해 투명한 의사결정 과정을 제도화하고 있지만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사업 과정 역시 의사결정 과정의 초기단계에서부터 주민의 피해와 반대 주장에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한계는 남아있다고 생각되었습니다. 향후 독일 혹은 다른 여러 나라의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 실질적으로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으로 인해 피해를 받고 있는 주민들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은 커다란 과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에 대한 잠재적인 대안으로서 ‘시민숙의’와 ‘시민주도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을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독일의 고압 송전선 관련한 시민숙의와 독일과 베를린의 시민협동조합에 대해 다음에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유정민(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