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에너지 전환의 중심, 독일을 다녀오다 - 첫 번째 이야기

2016-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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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지난 2015년 11월 15일부터 약 3주 정도 독일을 비롯한 유럽 4개국으로 환경정의 활동가 연수 프로그램을 다녀왔습니다. 환경정의 활동가 연수 프로그램은 한 동안 시행되지 못하다가 이번에 활동가 역량강화와 새로운 운동과제의 모색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추진하게 되어 사실 마음의 부담이 적지 않았습니다. 복잡한 회의 일정 조정에서부터 파리 테러로 인한 벨기에 브뤼셀의 지하철 운행 금지까지 여러 가지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유럽의 에너지 및 환경정책에 대해 보다 많이 이야기 들을 수 있었고 또한 보고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연수 프로그램을 마치고 사무국 내에서 이번 연수에 대한 소개와 결과를 간단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가 있었지만 보다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없어서 아쉽다는 의견이 있었습니다. 연말을 보내면서 바쁘다는 핑계로 하루 이틀 미루던 중, 더 늦기 전에 이번 연수에서 얻은 점을 에세이 형식으로나마 서로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블로그에 편하게 정리하여 올려보기로 하였습니다. 앞으로 시간과 기억력이 허락하는 대로, 이번 연수에서 보고 느낀 점을 간단하게 정리해서 함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첫 번째 방문지, 독일의 에너지 전환


우선 우리의 첫 번째 방문지인 독일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아야 하겠습니다. 독일 방문의 목적은 재생가능에너지 입지를 둘러싼 에너지 갈등사례를 보는 것이었으나 독일 에너지 전환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베를린 시의 에너지 전환 정책, 그리고 시민이 주도하는 에너지 협동조합과 시영 회사 모델들에 대해서도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습니다.


우선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기 전에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실 독일의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energiewende)’은 최근에 새로 제기된 것이 아니라 이미 1970년대 독일 시민사회의 반핵운동을 시작으로 발전하였습니다. 독일은 1970년대 중반 Wyhl 이라는 지역에 원전을 건설하려는 계획을 세웠지만 독일 시민사회의 저항에 부딪혀 계획을 취소한 바 있습니다. 이러한 반핵 시민운동을 토대로 독일 녹색당이 만들어 졌고 2000년대 들어 ‘적녹연합Red-Green Alliance)’이라고 하는 녹색당과 사민당의 연정을 통해 에너지 정책의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연정체제 하에서 2022년까지 원전을 폐쇄하기로 하는 ‘핵 합의(nuclear consensus)’가 이루어졌고, 재생가능에너지법(Renewable Energy Act, EEG)이 채택되어 보다 강화된 Feed-in Tariff(재생가능전력 우선매입제도)제도가 본격적으로 실행되었습니다. 지난 2010년 보수 연합 정권하에서 메르켈 총리는 원전폐쇄를 늦추는 계획을 발표하였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직후 원전을 유지하려 했던 계획을 바로 포기하고 2002년 수립한 원전폐쇄 계획을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을 재천명 합니다. 아울러 에너지 전환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재생가능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효율 정책 패키지를 수립하였습니다. 특히, 독일은 2050년까지 전기의 80%를 재생가능에너지로 충당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습니다. 현재 에너지 전환에 대한 독일 시민의 지지는 90%에 이를 정도라 하니 거의 절대적인 국민의 지지를 받는 정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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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첫 번째 방문지는 베를린에 소재하고 있는 Agora라고 하는 연구소였는데, 이 곳은 독일 에너지 전환의 성공적 이행을 위한 싱크탱크라고 할 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에너지 정보와 데이터 분석에서부터 에너지 정책과 에너지 비용 분석에 이르기까지 에너지 전환 실행을 위한 정책적 토대를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도착한 프랑크푸르트에서 베를린으로 가는 기차 창밖으로 즐비하게 서 있는 풍력 터빈을 보면서 에너지 전환의 중심지 독일에 와 있음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숙소에 돌아와서 우리가 지나친 곳이 어딘지 확인해 보려고 지도를 보니 독일 내에서 이러한 풍력단지는 수도 없이 많다는 것을 알고 독일 재생가능에너지의 실제를 더욱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연구소의 부소장인 Markus Steigenberger는 상당히 젊어 보였는데, 대단히 열정적으로 두 시간 여를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우선 독일의 재생가능에너지 현황에 대해 들어보았습니다. 현재 독일은 태양광 40GW, 그리고 풍력 40GW를 설치하였다고 합니다. 태양광의 경우 전세계 용량의 1/3에 해당하니 실로 엄청난 양입니다. 독일은 현재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한 전력생산이 전체 전력 사용량의 27%에 달한다고 하니 더욱 놀랍습니다. 또한 2025년과 2050년에는 태양광과 풍력이 전체 전력의 36%, 51% 정도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니 우리나라 상황을 생각해 볼 때 상상이 잘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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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상황은? 


여기서 잠깐 우리나라의 상황을 좀 볼까요? 우리나라는 일단 목표설정에서 독일에 비해 한참 뒤집니다. 지난 2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 신재생가능에너지 목표를 오히려 5년 뒤로 미뤄서 2035년까지 1차 에너지 대비 11%로 정한바 있습니다. 사실 목표도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주기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우리나라의 목표는 ‘신’재생에너지의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신에너지’에는 폐기물 등을 비롯한 대체에너지가 상당 비중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국제적 기준에서 봤을 때 재생가능에너지로 분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태양광 약 3.1GW 그리고 풍력이 870MW 정도 설치되어 있는데, 독일과 비교했을 때 태양광의 경우 1/10이 그리고 풍력은 1/40이 채 안되는 수준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전력 사용량은 두 나라가 거의 같다는 것입니다! (2014년 기준, 한국이 524TWh, 독일이 545GWh) 


물론 독일과 한국은 정치경제적 여건과 자연환경 등이 다릅니다만, 경제규모, 산업구조, 기술력 측면에서 비슷한 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두 나라가 택하고 있는 에너지 경로는 전혀 다릅니다, 한 나라는 전체 전력의 30% 정도를 재생가능에너지를 이용해서 충당하고 있는 반면에 다른 한 나라는 원자력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한 나라는 핵을 포기하고 재생가능에너지와 에너지 효율의 길을 택한 반면 한 나라는 핵과 석탄을 선택하였습니다. 과연 지금부터 30년 혹은 10년 뒤 두 나라의 상황은 어떻게 더 달라져 있을까 생각해 보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인식전환의 확산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그가 특히 강조했던 점은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독일에서의 에너지 전환은 이제 단순히 몇몇 재생가능에너지 옹호자들만의 주장이 아니라 정부와 산업계에서 하나의 규범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에너지 전환의 논의는 더 이상 가능/불가능을 둘러싼 논의가 아니라 이를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와 관리의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지난 30여 년간 꾸준히 에너지 전환 정책 경험으로부터 오는 자신감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태양광의 설치 단가는 현재 kW당 200만원 남짓입니다. 이는 10년 전과 비교해보면 거의 70-80% 싼 가격입니다. 이러한 설치비용의 하락에 따라 독일의 경우, 이미 태양광과 풍력은 기존 발전원에 대해서 상당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각 발전원별 발전원가를 비교해보면, 대형 크기의 태양광이 약 8.1cEURO/kWh, 풍력 6.1cEURO/kWh, 석탄 6.6cEURO/kWh, 가스 7.0cEURO/kWh 라고 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영국의 힝클리 포인트의 정부 보장 가격이 11.3cEURO/kWh이니 독일 내에서 원자력은 사실 더 이상 고려 대상이 안된다고 봐야겠지요. 또한 그 외의 기술적인 측면, 즉 계통운영이나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 문제에 대해서도 상당히 단호한 어조로 얼마든지 관리할 수 있는 문제라고 강조합니다. 예를 들어, 간헐성 문제의 경우, 바이오와 수력은 기저부하를 담당하고 태양광과 풍력은 서로 보완적으로 중간부하를 담당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부하(residual load)는 기존 발전소의 유연한 운전, 전력 융통, 수요관리, 저장, 전기자동차의 망통합과 같은 탄력적인 계통운영을 통해서 재생가능에너지의 간헐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합니다. 


실제로 기온이 높지 않았던 지난 여름 어느 날, 독일 전체 전력 수요의 80%를 태양광과 풍력이 일시적으로나마 담당했던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는 점은 그 동안 재생가능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계통의 불안정성에 대한 문제제기가 사실은 일부 전문가의 공연한 기우에 불과한 것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을 갖게 합니다. 실제로 지금의 전력시스템에서도 날씨의 갑작스런 변화, 발전소의 고장, 혹은 대형 공장의 예상치 못한 가동 정지 등 수요와 공급 측면에서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를 두고 재생가능에너지에 대한 불확실성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같은 현상을 두고 다른 판단을 하는 편향적인 시각에 지나지 않을 것입니다.


그와 이야기하는 내내 독일의 에너지 전환이 대단히 치밀하게 진행되고 있구나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많은 자료, 연구, 정책들이 마치 여러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하나의 목표를 향해 유기적으로 전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한 편으로는 독일처럼 에너지 전환의 사회적 합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 것일까? 하는 고민을 다시금 해보게 되었습니다. 에너지 전환에 대한 시민사회의 높은 인식과 튼튼한 지지가 역시 필수불가결한 조건이라는 교훈과 숙제를 다시금 안고 독일의 에너지 전환에 대한 자세하고도 열정적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던 첫 번째 미팅을 마쳤습니다. (계속 이어집니다)


유정민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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