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제주 4.3 70주년] ① 관광하지 않을 자유 - 잃어버린 제주를 찾아서..

2018-04-02

환경정의는 불편한 기행을 주제로 제주도에 다녀왔어요. 강정 해군기지, 난립한 중산간 골프장, 관광산업으로 인한 난개발과 사파리 월드, 제 2공항 예정지, 복원이 불가능한 곶자왈 채석장 등..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제주의 자연과 주민 공동체를 만나는 일은 무척이나 불편한 일이었습니다. 

오늘은 불편한 제주기행의 주제이자 ‘우리의 역사’이기도 한 제주 4.3 사건을 제주의 관광지를 중심으로 소개하고자 합니다. ‘제주 4.3 사건’의 공식 사망자는 14,231명이며 여러 자료와 인구 변동 등을 감안할 때 4·3사건 인명 피해는 3만명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첫번째. 한라산

눈 덮인 한라산에 올랐습니다. 멀리 남해 가운데 하늘에 닿을 듯 높이 솟아 있는 한라산은 은하수를 붙잡을 수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 모양이 활처럼 굽어져 둥글기 때문에 다른 이름으로는 원산(圓山)이라고도 하고요.  오고 가는 길은 아름다웠습니다만 전날 다녀왔던 4.3평화박물관과 밤늦도록 세미나에서 나눈 제주 4.3 사건의 진실들로 인해 설산(雪山)의 그 길은 이제 더이상 예전의 그 한라산이 아니었습니다.

- 한라산은 빨갱이산?

1948년 정부는 제주도에 계엄령 선포하고 소개령을 내린 뒤 한라산에 있는 집들을 모두 불태우고 한라산에 남아 있는 사람들은 모두 ‘빨갱이’로 간주하며 학살하였습니다. 이때 중산간 주택 4만여채가 불에 탔고 2만여명의 주민이 한라산으로 피신 했습니다. 

1948년 중산간지대로 피신한 주민들 ©nara

7년 7개월간이나 계속된 한라산 금족령과 중산간 초토화 작전으로 인해 당시 제주도민의 10%가 넘는 주민이 학살당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라산 중산간의 아름다운 둘레길과 ‘성판악’, ‘돈내코’, ‘영실’, ‘어리목’등 경의로운 설산(雪山)의 등산로가 그 시절 사람들에게는 피난의 길, 고난의 길, 죽음의 길이었던 셈입니다.


두번째. 성산 일출봉 

성산 일출봉은 수학여행 필수 코스입니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천연기념물 제 420호인 성산 일출봉은 연간 3백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방문하는 제주의 대표 관광지입니다. 저도 고등학교때 처음 가봤습니다. 계단이 가팔라서 힘들지만 정상에서 바라보는 분지와 푸른 바다, 그리고 한라산과 제주 오름으로 지는 해는 환상적입니다.

제주 4.3 성산 양민집단학살터 ©사랑해


- 성산일출봉은 학살터?

성산 일출봉 일대 ‘광치기 해변과 터진목’등 제주 올레길 제1코스 주변은 70년 전 인근 마을 주민들이 온갖 폭행과 고문을 당하다가 집단으로 죽임을 당한 학살터입니다. 성산일출봉의 장대함에 감탄하며 무심코 지나쳤을 테지만 그곳에도 참사에 가족을 잃은 슬픔이 곳곳에 새겨져 있습니다.

제주 4.3 희생자 성산읍 유족회 ©사랑해


누가 알까

그때 총과 칼 그리고 죽창에

찔리고 찢기고 밟혀 죽음을 당한,

그걸 목격한 저 앞바다와 통곡을,

구천을 맴도는

한 맺힌 영혼의 절규들

그 아픈 역사의 파편들을

 

말없는 현장의 돌담 벽에

붉은 동백꽃잎으로나 새겨둘까

하얀 국화잎 한 잎, 한잎 두어

해해 연연 조각난 세월로 이어둘까

 

2017년 4월에 제주4.3희생자 성산읍유족회


세번째. 서귀포, 중문 관광단지

서귀포, 중문 관광단지는 제주 관광의 메카입니다. 시설 좋은 호텔과 리조트, 휴양시설이 모여 있고 국제컨벤션센터도 위치하고 있어 전세계 사람들이 방문하는 곳입니다. 여미지 식물원과 천제연, 정방 폭포, 밤섬을 비롯하여 월드컵 경기장과 다양한 관광시설이 위치해 있습니다. 골프장과 호텔이 해변을 사유하고 있어 아쉽지만 해안가 7, 8번 올레길을 따라 펼쳐진 광활한 은빛 바다를 걷기 위해 저도 3번이나 가보았습니다.

중문 천제연폭포 ©비짓제주


- 중문관광단지는 도살장?

천제연 폭포 부근 중문 지역 일대도 70년 전에는 ‘도살장’이라고 불리던 학살터였습니다. 특히 정방폭포는 4·3항쟁 직후 중산간마을이 초토화될 당시에 남제주군에서 가장 처절하고 잔인한 처형장이었습니다. 군·경 토벌대는 잡아온 사람들을 끈으로 연달아 묶어 폭포 앞에 세워놓고 맨 앞 사람을 총으로 쏘아 폭포로 떨어뜨려 익사시키고, 절벽의 폭포수 부근에서 ‘살인 훈련’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정방폭포 사료 ©제주 43 아카이브


2008년 봄, 4.3희생자 중문유족회는 천제연폭포 입구에 ‘제주 4.3 중문면 희생자 위령비’를 세우며 염원합니다.

‘4.3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중문면 영남리, 용흥리, 강정리, 도순리, 월평리, 하원리, 대포리, 회수리 중문리, 색달리, 상예리, 하예리 등지 희생자 786위 영령들의 이름을 60년 만에 빗돌에 새겨 신원하려 하니 슬픈 마음 가눌 길 없소이다.’

중문입구 4.3 희생자 위령비 ©제주 43 아카이브


네번째. 서우봉 함덕해수욕장

아이와 함께 함덕해수욕장에 갔었습니다. 바다를 처음 본 아이의 표정이 생생합니다. 해변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과 함덕에서 서우봉으로 향하는 이국적인 해안 절경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제주 해변은 집단 학살터?

함덕해수욕장, 표선해수욕장등 제주의 유명한 관광지는 대부분 4.3 당시 집단 학살터였다고 합니다. 함덕리에는 4.3당시 대대본부가 주둔하고 있었는데 군인들은 주둔지 인근에서 크고 작은 학살을 수도 없이 저질렀습니다. 적게는 한 두 사람에서부터 많게는 100여명 이상의 학살도 서슴치 않았고, 특히 북촌리에서는 300여명의 주민을 무차별학살하기도 했습니다.

제주 4.3 ©google


특히 함덕해수욕장 서우봉 생이봉오지학살터는 잔인한 학살과 강간, 시신유기 등 군인들의 악행이 이어졌던 살육의 현장으로 전해집니다.


다섯번째. 다랑쉬, 새별오름 

제주의 오름은 대부분 높지 않고 큰 나무가 없어 경관을 살피며 오를 수 있습니다. 비교적 적은 수고로도 정상에  다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와 다리가 불편하신 가족도 함께 등반하기 좋습니다. 정상에 오르고 나면 탁 트인 제주와 한라산을 전망 할 수 있고, 또 움푹 파인 분화구속 신비한 세상도 이채롭습니다.

새별오름 ©비짓제주 


- 제주 오름은 잃어버린 마을?

제주 4.3 사건의 비극은 1948년 4월 3일 새벽 2시, 제주도 일대에 있는 300여개의 오름에서 일제히 봉홧불이 오르며 시작이 되었습니다. 350여명의 무장대는 이날 새벽 도내 24개 경찰지서 가운데 12개 지서를 일제히 공격했고 경찰과 서북청년회 숙소 등 우익단체를 습격하였습니다.

다랑쉬굴 ©비짓제주 


무장세력은 총 500여명 정도로 추정되는데 이들을 잡기 위해 정부는 1948년 11월 17일 제주에 계엄령을 선포하고 대량학살을 실시하여 해안가를 제외한 모든 마을과 사람을 초토화 시키기 시작합니다. 이로 인해 7년 7개월 동안 다랑쉬, 무등이왓, 곤을동, 범미왓 등 다수의 마을이 사라졌으며 4·3사건 전 기간 동안 희생된 주민의 수는 3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잠들지 않는 남도'를 기억하며..

제주 4.3사건 70주년 추념주간(4.2~4.7)을 맞아 제주를 ‘낙원의 섬, 축복받은 휴양지’로만 기억하고 있는 사람들과 우리 역사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않았던 제주 4.3 사건의 불편한 진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제는 학생들에게도 제주가 단순한 여행지가 아니라 역사의 현장으로 기억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가 함께 애써야하지 않을까요?

제주4·3유적지 지도 


- 제주 4.3은 대한민국의 역사!!


· 제주 4·3 70주년 기념사업회 : http://www.4370jeju.net/

· 제주 4·3 동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time_continue=7&v=hW-aeZ3VPJA

· 제주 4·3 애니메이션 ‘송아지’ : https://www.youtube.com/watch?v=hwKKWBAs74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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