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논평] 윤석열 취임 100일 기자회견, 역시나 기후위기는 단 한 차례 언급도 없었다

2022-08-17

윤석열 취임 100일 기자회견, 

역시나 기후위기는 단 한 차례 언급도 없었다


지난 몇 개월간 국민들이 겪은 불볕더위와 집중호우는 기후위기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지난 8일 동작구에 하루 동안 내린 폭우 381.5㎜는 기상관측이 시작된 1907년 이후 105년 만에 최고 기록이었다. 폭우 전, 때 이르게 두 달여간 우리의 일상을 지배했던 무시무시한 폭염과 가뭄도 기후위기로 인해 앞으로 더욱 빈번하게 올 암울한 미래이다. 


올 한해 폭염과 비는 무서울 만치 잔인했다. 서울, 춘천 등은 6월부터 열대야에 시달렸고, 이렇게 찾아온 이른 불볕더위는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커다란 상흔을 남겼다. 7월 3일에는 농산물 공판장에서 상하차 작업을 하던 40대 노동자가 쓰러져 끝내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그로부터 하루 뒤, 공사 현장에서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쓰러진 60대 노동자도 끝끝내 사망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한 5월 10일부터 7월 11일까지 743명의 온열질환자가 발생했고,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수로 기록되었다. 폭염은 국민들의 일상과 삶을 뒤흔들고, 귀한 생명마저 빼앗은 현실이자 위기였다. 


8월에 들어서자 서울, 경기, 충청은 엄청난 폭우로 도시 마비 상태에 준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서울은 강남구 4개 차로가 물에 잠겼고, 지하철역이 침수되면서 1호선과 9호선 운행이  중단됐다. 곳곳에서는 새벽까지 산사태 경보·주의보 하천 범람 경보가 발령되었고, 일부 지역 주민은 새벽에 대피하기도 했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가로수를 정리하던 작업자가 감전돼 숨졌고, 반지하 주택에 살던 발달장애 가족이 침수로 고립되어 사망하기도 했다. 


우리 시대 기후위기는 더위와 추위로 끝나지 않는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폭염 속 노동자가 쓰러지고, 동물이 폐사하고, 도시가 마비되며, 우리 사회에 가진 불평등이 더욱 강화된다. 대통령이 5월 취임식 때 강조해서 말한 ‘양극화’와 불평등은 기후위기로 가속되고, 실존의 위협으로까지 연결된다. 이것을 인정하고 바로 잡는 것이 기후정의의 시작이다.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위기가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야말로 ‘반지성’이다. '국민의 안전은 국가의 무한 책임’이며 ‘국민의 숨소리 하나 놓치지 않겠다’는 윤 대통령과 정부가 진정한 위기가 무엇인지 깨달아야 한다. 더불어 기후위기 시대 ‘국제사회에서 책임과 역할을 다하는 나라로 만들어야 하는 시대적 소명’이 바로 이 순간 우리에게 있음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신음하는 국민의 숨소리를 외면하고, 기후위기로부터 안전하지 않은 국민들을 돌보지 않는 국가와 대통령은 우리의 미래가 아니다.


2022. 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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