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세미나 후기] AI 데이터센터가 남길 탄소배출은 재생에너지 원칙 없이는 기후폭탄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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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5일, 한국환경회의가 주최하고 환경정의가 기획한 AI 데이터센터 세미나가 진행되었고, 세미나 내용을 공유합니다. 본 세미나의 발제는 1)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이 진행해 주었습니다. 

AI 데이터센터 관련하여 앞서 녹색전환연구소·참여연대·환경정의는 지난 5월 《우리가 꼭 알아야 할 AI 데이터센터의 진실》 팩트북을 공동 발간했으며, 6월 29일에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에 대해 "기후 책임과 재생에너지 원칙이 빠졌다"는 공동성명을 낸 바 있습니다. 



"PUE(전력사용효율)도 모르면서 짓기부터 한다"

첫 발제를 맡은 김철현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의 인프라 구조와 냉각 방식별 에너지·물 소비 특성을 설명한 뒤, 국내 데이터센터의 평균 전력사용효율(PUE)이 1.76 수준으로 글로벌 평균(1.4~1.5)이나 최신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1.14)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아직 PUE 관련 정책이 전혀 없다"며, "유럽 수준의 PUE 개선 정책을 실시한다고 가정하면 2060년 기준 최대 18%의 전력을 절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절감 잠재력이 있는데도 정작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는 "PUE 규제가 없다면 데이터센터 운영자가 비싼 비용을 치러가면서 고효율 냉각 설비를 설치할 유인도, 관련 기술이 발전할 유인도 없다"고 지적했다. 해외에서는 "본인이 쓰는 전력은 상당 부분 본인이 책임진다"는 원칙에 따라 자가발전 의무를 강화하는 추세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내년 시행되는 AI 특별법에서 비수도권 데이터센터의 전력계통영향평가를 면제하기로 하면서 "자가발전 의미가 축소되는 모양새"가 됐다고 꼬집었다.

발제자는 발표 말미 '현실의 모순적 상황' 슬라이드를 통해 이 문제의식을 정리했다. "많은 사람, 정치인, 전문가들이 국내 전력 공급 문제를 걱정하면서도 정작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효율에 관한 언급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 아이러니하다"는 것이다.


"PC방에 비유하자면…" 밀어붙이기식 투자의 위험

정부가 특정 산업 부흥을 염두에 두고 규모를 과대하게 설계했을 때 생길 수 있는 위험에 대해, 김 선임연구위원은 하나의 비유를 들었다.

"5천만 원짜리 컴퓨터 수백 대를 설치한 대규모 첨단 PC방을 개업했는데, 막상 최고 사양 게임 수요는 예상보다 적고 저사양 게임 수요만 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정부는 PC방의 성공을 믿고 엄청난 전력 공급 인프라를 설치했는데, 사업이 예상보다 잘 안 된다면 그 손해는 결국 국민한테 전가될 우려가 있는 거죠."

이어 그는 사전 접수된 질의에 답하며 '올바른 메가프로젝트'를 위해 정부가 스스로 던져봐야 할 질문들을 정리했다. ▲우리나라가 미국 주요 AI 기업들처럼 글로벌 범용 AI 모델 개발 경쟁을 하고 있는가? ▲코로케이션 중심 데이터센터라면 이 정도 규모가 필요한가? ▲현재도 데이터센터 부족 문제가 실제로 있는가? ▲정부가 GPU(그래픽 처리 장치로, 복잡한 그래픽 렌더링과 대규모 데이터 연산을 병렬로 빠르게 처리하는 핵심 하드웨어) 확보나 규모 자체를 성과로 취급하고 있지는 않은가? ▲인프라 확충 경쟁과 알고리즘 개선 중 어느 쪽이 우리에게 유리한 전략인가? ▲글로벌 AI 인프라 허브를 표방한다면 해외 인재·개발사를 유인할 방안은 있는가? 


18.4GW, 정말 우리에게 필요한 규모인가

두 번째 발제를 맡은 김병권 녹색전환연구소장은 생성형 AI의 기술적 특성에서 출발해 데이터센터 확산의 정치·경제·환경적 함의를 폭넓게 짚었다. 그는 트랜스포머 알고리즘 이후 확립된 '규모의 법칙'이 극소수 빅테크 중심의 자본·에너지 경쟁을 심화시키고 있다며, 정작 OpenAI·Anthropic 등 주요 AI 기업들은 여전히 수십억 달러대의 적자를 내고 있는 현실을 짚었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전력소비는 2030년경 세계 4위 전력소비국 수준에 이를 전망이며, 아일랜드는 이미 전체 전력의 20%를, 미국 10개 주는 10%를 데이터센터가 쓰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를 직접 계산해보며 규모의 불일치를 지적했다. "현재 대한민국이 가진 데이터센터의 총 전력 용량을 다 합산하면 약 2~2.4GW밖에 안 된다"며, "2035년까지 매년 2GW 이상씩 증가시킨다는 얘기라 어딘가 맞지 않는 대목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국내 수요가 이런 사이즈로 폭발할 거라고 전혀 생각지 않는다"며, "네이버를 제외하고는 GS·SK가 이 정도 규모를 운영·서비스할 GPU를 보유하고 있지도 않다"고 지적했다. 결국 "저 용량은 아마도 해외 빅테크 기업들에게 임대용으로 건설되는 것"이며, "한국은 임대 수익을 얻는 대신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로 전기요금을 깎아주는 셈인데, 이게 국내 AI 산업 발전과 어떤 연계가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규모를 체감할 수 있는 두 가지 비교도 제시했다. "가덕도 신공항 하나 짓는 데 20~30조 원인데, 이번 데이터센터는 총 550조 원, 1GW당 약 30조 원이 필요하다"며 공항 하나 이상의 자본이 1GW에 들어가는 셈이라고 말했다. 온실가스로는 "1GW당 약 300만~400만 톤이 추가 발생해, 3년 안에 연간 2000만 톤 이상이 추가 배출되는데 그 대책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3대 메가프로젝트 역시 손가락에 꼽을 정도의 소수 기업들에 의해 주도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AI의 진로가 국내에서도 일부 기업의 의지에 좌우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던졌다.


해외는 규제로 돌아서는데, 한국은 거꾸로

김 소장은 영국의 '기계에 맞선 행진' 시위, 싱가포르의 그린데이터센터 로드맵, 아일랜드의 신규 전력망 연결 제한, 독일의 재생에너지 100% 의무화(2027년), 미국 버지니아·조지아·미네소타 등 각 주의 건설 중단·규제 법안을 사례로 들며, "전 세계는 데이터센터 정책의 패러다임을 '무한 진흥'에서 '지속가능한 규제'로 전환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 메인주에서 건설 금지 조례가 통과됐고, 오늘 뉴욕주도 1년간 한시적 건설 금지 법안을 통과시켰다"며,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오히려 늘리는 쪽을 택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AI 기본법과 AI 행동계획에 환경보호 조항이 빠져 있는 점도 지적했다. "유럽 인공지능법은 건강·안전·민주주의뿐 아니라 환경 보호를 명시하고 있는데, 한국의 인공지능 기본법에는 환경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예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좋은 규제는 좋은 혁신을 유도한다"며, 항공·자동차·식품의약품 규제가 오히려 산업 신뢰를 키운 사례처럼 AI 업계도 환경부담을 포함한 보호 장치를 선제적으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기후한계 안의 AI만이 그린 AI"라며 "에너지 없이 인공지능 없다는 원리에서 나아가, 재생에너지 없이 녹색 인공지능 없다는 지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시급한 건 정보 공개다"

두 발제 이후 이어진 종합토론에서 사회자가 가장 시급한 과제를 묻자, 김철현 선임연구위원은 데이터센터 운영자의 정보 보고 의무화를 꼽았다. "정부가 이쪽에 도박을 하는 건데, 좋은 쪽으로 도박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만큼 효율 관리도 발맞춰야 하는데 현재는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데이터센터의 전기 소비만 하더라도 외부에서 알 방법이 없다. 한전은 얼마를 공급했는지 정도만 알 뿐, PUE 계산에 필요한 IT 전력·자가발전·폐열·물 소비량은 운영자만 알 수 있다"며, "유럽이나 주요국처럼 운영자가 세부 정보를 의무적으로 보고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게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어 메가프로젝트로 원전이 더 필요하다는 정부 발표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김병권 소장은 원전 확대 자체보다 8.4GW 계획의 부실함을 먼저 짚었다. "2029년까지 8.4GW, 200조 원 가까이 들어가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누가 쓸지, 누구에게 빌려 줄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면 심각한 문제"라며, "정부가 계획이 없는 게 아니라 발표를 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 선임연구위원의 정보 공개 필요성에 "120% 공감한다"며, 데이터센터 전용 요금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대한민국 전체 전력 용량이 약 100GW인데 8.4GW는 그 8.4%에 달하는 규모다. 이 정도를 특별히 할인해준다면 누군가는 그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그는 "데이터센터는 기존 전력 룰을 세팅할 때 없던 존재이니, 여기 맞춰 새 룰을 세우는 일은 여전히 긴급하고 필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두 발제자의 진단은 결국 같은 지점을 가리켰다. PUE 정책·자가발전 책임·정보 공개의 부재, 그리고 국내 수요 대비 지나치게 큰 증설 규모와 수요 검증 없는 발표까지, 모두 정부가 효율화·검증 절차 없이 규모 확대 자체를 목표로 삼고 있다는 문제의식으로 모아졌다. 대규모 전력·용수 공급을 먼저 확정해두고 산업 수요가 뒤따라오길 기대하는 현재의 '공급 우선' 방식이, 실은 검증되지 않은 전망에 국가 자원과 국민 부담을 먼저 걸어두는 구조라는 우려가 두 발제를 관통했다.



환경정의는 이번 세미나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정부의 3대 메가프로젝트와 국회의 AI 데이터센터 진흥 특별법에 대한 대응을 이어가는 한편, 재생에너지 사용 의무화와 비수도권 분산, 전력사용효율(PUE)·물사용효율(WUE) 규제,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골자로 한 정책 개선을 계속 촉구해 나갈 계획이다.


[제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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