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다'는 말, 진짜일까? 일상 속 화학 제품 광고의 진실
안전성에 대한 오해를 부르는 표현들
< ⓒ pexels>
“화학물질에 절대 안전은 없다.”
생활화학제품은 주의해서 사용하지 않을 시, 곧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세제를 실수로 음용하여 소화기계 장기 손상을 입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또한 생활화학제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호흡기 및 피부, 내분비계 등에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생활화학제품의 위험성과 사용 시 주의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현혹해, 부주의로 이끄는 요소가 있다. 바로 제품 홍보용 문구(이하, 광고)다.
위험성이 있는 생활화학제품을 안전하다는 식으로 포장하는 ‘세이프티워싱’ 광고는, 인체 건강 등에 미치는 악영향은 가린 채 소비자가 오해하도록 하여 오남용을 부른다.
시민단체인 ‘환경정의’는 생활화학제품의 위험성과 대안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와 인터뷰를 나눴다. 최 교수는 생활화학제품 사고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로, 광고 속 안전하다는 식의 표현을 뽑았다. 그러면서 “화학물질에 절대 안전은 없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대부분의 광고에서는 특정 독성에 대한 시험, 제도적인 안전기준을 통과했음을 근거로 안전하다고 한다. 하지만 특정 독성에 대한 시험으론 모든 독성 영향을 평가할 수 없다. 생리대 안전성 평가 시 생리통을 평가하는 기준이 없는데, 생리통으로부터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확인되지 않은 잠재적 위험이 있으므로, 실제론 어떠한 생활화학제품도 안전하다고 말하긴 어렵다.”
이어서 “생활화학제품 광고 속 안전하다는 표현은, 소비자가 사람의 건강 등에 오해를 갖도록 한다.”며 “이는 잘못된 방법의 사용으로 이어져, 생활화학제품 사고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고 전했다.
<"살균제, 건강ㆍ환경에 무해한 것으로 오해를 유발하는 표시·광고 많아", 2021 ⓒ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에서는 ‘건강 · 환경에 대한 오인성 표현’을 광고한 살균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조사한바 있다.
건강 · 환경에 대한 오인성 표현에 노출될 경우 해당 살균제가 유해하지 않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183.1%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오인성 표현을 확인하면 피부접촉 · 흡입방지를 위해 ‘주의하지 않는다’는 비율도 56.9% 증가했다. 이와 같은 결과에 한국소비자원은 소비자의 유해성 인식도 및 주의정도에 영향을 미쳐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고 보고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오인성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는 걸까? 환경정의는 생활화학제품 광고에서 실제 어떤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약 한 달간 광고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생활화학제품 중 호흡기 노출 가능성과 위해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탈취제, 방향제, 살균제 등의 품목으로 한정했다. 그리고 각 품목명을 네이버 쇼핑과 온라인 유통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랭킹순과 많이 판매된 순으로 검색하고, 상단 노출된 제품의 광고 중에서 선정해 조사를 진행했다.
총 78개 제품의 광고를 모니터링 했으며, 이 중 72개의 제품(92.3%)의 광고가 ‘세이프티워싱’(위험성을 안전으로 포장하는 광고)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이프티워싱’이라 판단한 문구 중에는 ‘안심하고’, ‘안전한’과 같이 직접적으로 안전성을 강조하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까다로운 국내 인증기관 통과’, ‘유해성분5無첨가’와 같은 안전성의 오해를 부르는 간접적인 표현들도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환경정의는 광고 모니터링과 전문가와의 워크숍을 통해 정리한 세이프티워싱 표현들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분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이프티워싱 유형
1. 사고 유발 가능 표현
: 위험 노출을 높이는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게 하는 표현.
2. 근거 없는(부족한) 주장
: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거나, 안전성 관련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부족한) 주장
3 기만하는 태도
: 내용이 과장되거나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여,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표현
다음은 각 유형에 해당하는 광고 문구 예시이다.
세이프티워싱 유형별 예시
1. 사고 유발 가능 표현
“안전한” “자연유래성분이라 안심”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살균제의 표시 · 광고에는 사람 · 동물의 건강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없거나 적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무독성’, ‘무해성’, ‘환경 · 자연친화적(친환경)’, ‘인체 · 동물 친화적’ 등의 문구 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다른 생활화학제품군 대부분의 제품에 위 같은 표현을 하는 것 역시 소비자가 무조건적으로 안전하다고 오해하여, 잘못된 방법으로 위험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 적절하지 않다.
2. 근거 없는(부족한) 주장
“아이, 임산부에게도 안전합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안전성이 평가됐다면, 이 안전성은 아이와 임산부에게도 유효할까? 아이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한 내용이 없는데, 이들에게도 안전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오남용을 부추기는 표현이다.
3. 기만하는 태도
“유해물질 8종 무첨가” “가습기 살균제 성부 CMIT/MIT 성분 불검출”
CMIT/MIT 성분은 분사형 제품에는 법적으로 함유될 수 없는 성분이다. 함유될 수 없는 성분이 불검출 됐다는 표현은 당연한 것을 특별한 것처럼, 그리고 보다 안전한 제품이라 현혹시키는 표현이다. 또한 “유해물질 8종 무첨가”와 같은 표현 역시 위와 같은 맥락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안전한 제품이라 현혹시키는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위 환경정의 세이프티워싱 활동 관련해 시민들이 의견과 질문을 남겼다. 그 중 “정말로 안전해서, 안전하다고 광고하는 제품도 있지 않나요”라는 시민의 반문도 있었다. 이에 환경정의는 앞서 언급한 최경호 교수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답했다. “화학물질에 절대 안전은 없다.”
세이프티워싱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다양한 표현들로 현혹하지만 광고는 광고일 뿐이며, 생활화학제품의 절대 안전은 없다는 것. 이를 기억하고 주의를 기울여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활화학제품 세이프티워싱과 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환경정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생활화학제품의 위험성과 대안 확인을 주제로 한 최경호 교수 인터뷰는 환경정의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경정의 유튜브 바로가기
'안전하다'는 말, 진짜일까? 일상 속 화학 제품 광고의 진실
안전성에 대한 오해를 부르는 표현들
< ⓒ pexels>
“화학물질에 절대 안전은 없다.”
생활화학제품은 주의해서 사용하지 않을 시, 곧바로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세제를 실수로 음용하여 소화기계 장기 손상을 입는 사고가 대표적이다. 또한 생활화학제품에 지속적으로 노출될 경우 호흡기 및 피부, 내분비계 등에 질환을 유발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러한 생활화학제품의 위험성과 사용 시 주의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라다. 하지만 안전하다고 현혹해, 부주의로 이끄는 요소가 있다. 바로 제품 홍보용 문구(이하, 광고)다.
위험성이 있는 생활화학제품을 안전하다는 식으로 포장하는 ‘세이프티워싱’ 광고는, 인체 건강 등에 미치는 악영향은 가린 채 소비자가 오해하도록 하여 오남용을 부른다.
시민단체인 ‘환경정의’는 생활화학제품의 위험성과 대안을 확인하기 위해,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최경호 교수와 인터뷰를 나눴다. 최 교수는 생활화학제품 사고를 일으키는 요인 중 하나로, 광고 속 안전하다는 식의 표현을 뽑았다. 그러면서 “화학물질에 절대 안전은 없다"고 지적했다.
<"살균제, 건강ㆍ환경에 무해한 것으로 오해를 유발하는 표시·광고 많아", 2021 ⓒ 한국소비자원>
한국소비자원에서는 ‘건강 · 환경에 대한 오인성 표현’을 광고한 살균제 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을 조사한바 있다.
구체적으로 어떤 오인성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는 걸까? 환경정의는 생활화학제품 광고에서 실제 어떤 표현들이 사용되고 있는지, 지난 2022년 10월부터 약 한 달간 광고 모니터링을 진행했다.
조사 대상은 생활화학제품 중 호흡기 노출 가능성과 위해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탈취제, 방향제, 살균제 등의 품목으로 한정했다. 그리고 각 품목명을 네이버 쇼핑과 온라인 유통 3사(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에 랭킹순과 많이 판매된 순으로 검색하고, 상단 노출된 제품의 광고 중에서 선정해 조사를 진행했다.
총 78개 제품의 광고를 모니터링 했으며, 이 중 72개의 제품(92.3%)의 광고가 ‘세이프티워싱’(위험성을 안전으로 포장하는 광고)에 해당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세이프티워싱’이라 판단한 문구 중에는 ‘안심하고’, ‘안전한’과 같이 직접적으로 안전성을 강조하는 표현이 있는가 하면, ‘까다로운 국내 인증기관 통과’, ‘유해성분5無첨가’와 같은 안전성의 오해를 부르는 간접적인 표현들도 많이 사용되고 있었다.
환경정의는 광고 모니터링과 전문가와의 워크숍을 통해 정리한 세이프티워싱 표현들을 3가지 유형으로 분류했다. 분류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세이프티워싱 유형
1. 사고 유발 가능 표현
: 위험 노출을 높이는 잘못된 방법으로 사용하게 하는 표현.
2. 근거 없는(부족한) 주장
: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은 주장이거나, 안전성 관련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가 없는(부족한) 주장
3 기만하는 태도
: 내용이 과장되거나 명확하지 않고 모호하여, 소비자가 오해할 수 있는 표현
다음은 각 유형에 해당하는 광고 문구 예시이다.
세이프티워싱 유형별 예시
1. 사고 유발 가능 표현
“안전한” “자연유래성분이라 안심”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라 살균제의 표시 · 광고에는 사람 · 동물의 건강과 환경에 부정적 영향이 없거나 적은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무독성’, ‘무해성’, ‘환경 · 자연친화적(친환경)’, ‘인체 · 동물 친화적’ 등의 문구 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을 사용할 수 없다. 다른 생활화학제품군 대부분의 제품에 위 같은 표현을 하는 것 역시 소비자가 무조건적으로 안전하다고 오해하여, 잘못된 방법으로 위험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함으로 적절하지 않다.
2. 근거 없는(부족한) 주장
“아이, 임산부에게도 안전합니다”
건장한 성인 남성을 기준으로 안전성이 평가됐다면, 이 안전성은 아이와 임산부에게도 유효할까? 아이와 임산부를 대상으로 안전성을 평가한 내용이 없는데, 이들에게도 안전하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할 수 있으며, 오남용을 부추기는 표현이다.
3. 기만하는 태도
“유해물질 8종 무첨가” “가습기 살균제 성부 CMIT/MIT 성분 불검출”
CMIT/MIT 성분은 분사형 제품에는 법적으로 함유될 수 없는 성분이다. 함유될 수 없는 성분이 불검출 됐다는 표현은 당연한 것을 특별한 것처럼, 그리고 보다 안전한 제품이라 현혹시키는 표현이다. 또한 “유해물질 8종 무첨가”와 같은 표현 역시 위와 같은 맥락으로 소비자로 하여금 안전한 제품이라 현혹시키는 표현이라 볼 수 있다.
위 환경정의 세이프티워싱 활동 관련해 시민들이 의견과 질문을 남겼다. 그 중 “정말로 안전해서, 안전하다고 광고하는 제품도 있지 않나요”라는 시민의 반문도 있었다. 이에 환경정의는 앞서 언급한 최경호 교수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답했다. “화학물질에 절대 안전은 없다.”
세이프티워싱을 구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다양한 표현들로 현혹하지만 광고는 광고일 뿐이며, 생활화학제품의 절대 안전은 없다는 것. 이를 기억하고 주의를 기울여 사용하는 것이 아닐까?
생활화학제품 세이프티워싱과 관해 보다 자세한 내용은 환경정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생활화학제품의 위험성과 대안 확인을 주제로 한 최경호 교수 인터뷰는 환경정의 유튜브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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