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대기[활동] 공기를 소독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3-12-20

공기를 소독하는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2022년 4월 22일, ‘공기살인’ 영화가 개봉했다. 영화 ‘공기살인’은 1,839명의 사망자를 포함하여 7,883명의 피해자(가습기 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피해신청/접수, 2023.11.30기준)를 남긴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한 이야기다. 우리나라 사람 중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문제가 단순히 화학성분에 있지 않고 노출방식의 차이에서 온 것이라는 것을 아는 이가 많지 않다. 문제가 되었던 가습기살균제에 쓰였고, 우리에게 익숙한 살균제 성분인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CMIT), 메칠이소티아졸리논(MIT)은 미생물 증식을 방지하거나 지연시켜 제품의 변질을 방지하기 위한 살균보존제다.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의 경우, 호흡기 제형에는 금지물질로 지정되어 있지만 여전히 화장품, 샴푸, 비분사형 생활화학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살균제 사용과 관련한 다른 상황을 살펴보자. 2020년 연초 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적으로 시작될 즈음,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인지 감염자가 나온 사무실이 있다면 일단 방역업체를 불러 온 사무실에 살균제를 도포하곤 했다. 환경정의는 2022년도에 살균제 사용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초등학교 교사와 인터뷰를 진행했는데, 방역업체를 통한 월 1회 정기소독 뿐만 아니라 학교에 상주하는 방역 요원을 통한 일상 소독, 감염자가 나올 때는 특별방역을 실시하고 있었다. 심지어 옆 학교에서 감염자가 나와 특별방역을 하면, 온 김에 우리학교도 방역을 진행하고 가 달라는 학교의 요청까지 있었다는 것을 보면 소독에 대한 안전불감증이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방역업체를 통한 소독은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 방역 주체는 자연스럽게 그 공간에 상주하는 직원 등으로 바뀌어, 기관이나 회사로부터 소독기기를 지급받아 직접 소독을 진행했다는 다양한 관계자의 언급을 통해 바이러스의 두려움으로 인해 살균제가 자주 사용되었고, 그로 인한 또 다른 위험이 우리 사회에 내재화 되었다. 


올해 5월에는 한 뉴스에서 코로나19 때 많이 쓰던 방역 소독제 중 4급 암모늄화합물에 대한 유해성을 지적하였고, 이를 시작으로 많은 기사가 방역 소독제의 흡입독성이 존재하는데도 불구하고, 허가를 내 준 환경부를 향해 계속 문제를 제기하였다. 이 보도가 아니었더라도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가습기살균제 참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 아직도 법정 다툼의 여지가 있는 살생물 물질(미생물이나 유해생물을 제거하거나 억제하는 기능의 화학물질)이 CMIT/MIT가 비분사형 제품에 포함되어도 유해성 자체를 문제제기하고 화들짝 놀랄만큼 우리사회는 이 문제로부터 충분히 회복되지 못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고, 피해자를 위한 보상과 구제, 가해 기업에 대한 공정한 처벌 등이 충분히 이루지지 않았기 때문에 우리사회가 벌써 가습기살균제를 잊으면 안 된다. 하지만 유해성 있는 물질 자체에 매몰되면 안 된다. 살생물 물질을 포함한 화학물질의 고유의 독성인 유해성만을 이야기하자면, 필자는 많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유해성 정보를 기본으로 어떤 화학물질이 어떻게(호흡기, 피부, 입 등을 통한 화학물질 주요 노출경로), 얼마나(양, 기간, 농도 등) 노출되었는지를 함께 생각해야 이성적인 사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은 단순히 화학물질의 독성만을 강조하고, 때로는 정부를, 때로는 기업을 대상으로 난타전을 벌이곤 한다. 대부분의 기사는 일반 시민이 알아야 하는 화학물질 독성과 노출시 위험성, 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점을 설명하기 보다 어떤 특정한 성분이 들어가서 문제가 되었다는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곤 한다. 우리의 두려움을 더 강화시킨다.  


좀 전에 언급한 뉴스룸이 한 예가 될 수 있다. 독성이 강한 살생물 물질 허가로 인해 실제 방역 현장에서의 위험성 증가로 이어졌다는 식의 문제제기로 인해 같은 달인 5월 26일에 국립환경과학원을 통해 공기소독용으로 허가나 승인을 내 준 제품이 없다는 언급과 더불어 살균·소독제품에 ‘공기 소독 금지’표시 사항을 의무화 하는 고시 개정을 이미 추진중이라는 보도자료가 배포되었다.


     


환경정의는 유해물질 저감 활동을 오랜 시간동안 해 오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맞춰 살균제의 위험을 다양한 방식으로 시민사회에 전달해 왔다. 그러면서 자주 활용했던 정부의 공식적인 자료는 “코로나19 살균·소독제품의 안전한 사용을 위한 세부지침(환경부 화학제품관리과, ‘20.5.20)이었다. 이 세부지침에 의하면,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살균·소독제는 없다는 내용을 시작으로 신고·승인 제품 사용하되, 소독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용도, 사용방법과 주의사항을 지켜 최소한으로 사용하기를 권고하고 있다. 


그 영향력 있는 뉴스룸이 주장하듯, 호흡기로 노출되면 위험한 물질을 승인해 준 환경부만 잘하면 됐던 문제인가? 아마도 방역용 소독제 실제 사용 모습이 화면에 비춰질 때, 많은 사람이 또 한 번의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같은 큰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닌지 두려워 했을 것이다. 화학물질의 등록과 평가는 환경부가 주관하고, 그 화학물질(살생물 물질)을 방역기기를 활용하여 소독하는 업체는 보건복지부가 관리, 교육하고 있고, 방역업체에서 사용하는 기기는 다른 부처가 관리하는 등 화학물질 관리를 일원화하지 않아 생기는 헛점이 우리 사회의 살균제 위험을 키우고 내재화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살균제품에만 ‘공기소독 금지’를 붙일 것이 아니라 소독기기에도 일제히 붙이도록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화학물질은 기본적으로 독성을 지니고 있다. 그 독성의 사용량을 얼마나 사용하느냐, 어떤 방식으로 노출하냐가 위험에 처하느냐, 그렇지 않으냐를 결정하게 된다. 미생물이나 생물을 제거하거나 무력화 시키는 살생물 물질, 살생물 제품의 독성은 더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 이제 살생물 물질이나 살균제, 살충제 같은 살생물 제품, 그리고 항균처리 필터와 같은 살생물 처리제품은 일반 생활화학제품보다 기업의 건강과 환경에 관한 유·위해성 평가자료를 제출하도록 하고, 정부가 그 평가자료를 근거로 재검토하여 승인을 내 주는 방식의 물질·제품 관리 체계로 나아가고 있다.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한 충분조건이 아니다. 


우리는 날마다 화학물질로 만들어진 제품을 끼고 살아간다. 기능을 위해 사용하는 화학물질과 제품은 기본적으로 위험하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대국민을 대상으로 독성과 노출에 따른 위험에 대해 차근차근 설명해 나가야 하고, 기업은 덜 유해한 물질을 사용하거나 뺄 수 있는 화학물질은 빼고, 제품의 주의사항과 같은 안내자료를 사용자 대상으로 적극 홍보할 필요가 있다. 생활 속 화학제품 사용자는 독성과 노출에 따른 위험을 이해하고 꼭 필요한 곳에 적정한 양과 방식으로 최소화해서 쓰는 현명함일 발휘해야 한다. 


흡입해도 괜찮은 살균제 성분은 어디에도 없다. 살균제를 공중에 뿌려 공기를 소독할 수 있는 살균제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 표면을 향해 사용한다고 해도 위험은 사라지지 않는다. 이 세상엔 안전한 화학물질, 화학제품은 없다. 그저, 표시사항에 따라 조심해서 사용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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