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해물질대기[활동] 위드코로나 시대, 화학물질 위험을 다시 확인할 때

2021-11-02

*본 글은 환경정가 작성한 오마이뉴스 기사(21.10.28)를 옮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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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드코로나 시대, 화학물질 위험을 다시 확인할 때



<이미지=Unsplash>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우리 일상을 바꾸기에 충분했다. 환경정의에서는 다양한 변화 중 생활화학제품 사용 실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민 4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살생물제(소독·살균제) 사용 빈도의 변화를 물었을 때 60% 이상이 더 많이 사용하게 되었다고 응답하였다.

예전과 다르게 손소독제 사용이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고, 공기(공간)를 살균한다는 스틱용 살균제, 살균목걸이나 살균 터널, 집안 구석구석 닦아내는 살균티슈, 항균 효과를 내세운 마스크 패치 등 다양한 제품이 판매,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응답자의 73%가 본인이 사용하는 생활화학제품이 불안할 때가 종종 있다고 대답했다.

이는 지난 6월, 대한의사협회 국민건강보호위원회와 한국과학기자협회가 공동으로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생활화학제품 안전성 인식 현황을 살펴본 결과와 비슷하다. 응답자 10명 중 6.7명은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감을 가지고 응답하였으며,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안감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제조사나 판매사에 대한 불신이 전체 62%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환경정의 설문에서 나타난 본인이 사용하는 제품에 대한 불안감의 주된 이유로는, 제대로 된 유·위해성 정보 부족, 사용빈도나 양에 대한 정보 부재, 제품이 출시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짧아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점, 위해성(위험도) 정보를 제대로 알 수 없는 점 등이었다.

우리사회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로 많은 사람들이 생활화학제품을 대할 때 어느 정도의 불안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가습기살균제를 판매했던 모든 기업들은 그것이 얼마나 편리한지, 또 위생적인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지 등의 좋은 점만 강조하고 광고했다.

하지만 분명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전과 이후의 우리나라 화학물질과 제품 관리의 수준은 달라졌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때와 다르게 지금은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더라도 용도에 따라서 위험의 수준이 달라지기 때문에 용도 확인을 하도록 제도화되었다. 피부, 입, 호흡기로 노출되었을 때 어떠한 위험이 있는지 확인하고 주의사항에 적도록 되어 있다.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2019년)하여 살균 효과를 내는 물질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심사를 강화하고 기업이 제품의 전성분 정보를 등록하도록 의무화했다. 이러한 제도개선과 관리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여전히 불안감을 떨치지 못하는 것일까?



 위험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제품 표기사항
 



<생활화학제품 및 살생물제의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안전확인대상생활화학제품 지정 및 안전·표시기준 ⓒ 환경정의>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우리는 보통 제품의 가격과 디자인, 성능 등을 본다. 화학물질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뒷면에 아주 조그맣게 쓰인 표시사항을 확인한다. 아무리 꼼꼼하게 읽어도 어떤 부분이 나에게 유용한지 혹은 위험할 수 있는지를 잘 몰라 우리의 시선이 작은 글씨를 따라가다가 만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이 표시사항을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안전기준확인'이라는 마크와 화평법 상에서 규정한 '유해화학물질'이 혼합물 기준 이상으로 포함되어 있을 때만 표시하도록 되어 있는 신호어(그림문자) 그리고 사용물질 정도일 것이다.

안전기준확인 마크는 환경부에서 관리하는 생활화학제품이라면 안전확인 신고를 반드시 하고 획득하는 것으로 최소한의 기준으로써 이 제품이 건강 영향이 어느 정도일지를 보여주는데 충분하지 않다.

신호어(그림문자)는 어떤가?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된 물질이 제품에 사용된 경우 그 함량이 혼합물 기준 이상이면 표시하는데, 시중에 유통되는 다양한 화학물질 중 유해화학물질로 지정된 물질은 일부에 불과하고 유해화학물질이 아니더라도 유해성을 지닌 원료가 제품에 포함된 경우는 매우 흔하다. 역시 유해성 정보를 충분히 보여주지 못하는 방식이다.

마지막으로 사용물질에는 보통 외계어처럼 보이는 화학물질의 명칭이 나열된다. 수천, 수만 가지의 화학물질이 시중에 유통되고 사용되는데, 그 물질을 일일이 검색하고 확인할 수 있지 않는 한 이 또한 위험 정보를 주지 못하는 것은 매한가지이다.

물론 라벨에 많은 정보를 다 담을 순 없다. 하지만 지금의 라벨이 일반적인 소비자의 눈높이로 유해성과 위험 정보를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있지 못한 것은 명백하다.

물질명 나열, 유해화학물질의 혼합물 함량 기준에 따른 신호어(그림문자)가 아닌 제품 내 전체 유해성 수준을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표시하고 위험 정보 외는 기업 홈페이지나 정부 사이트에 정보를 싣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생활화학제품을 사용하는 우리 모두는 위험을 인지하고 제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위험을 확인하지 않고 생활화학제품 사용을 권하는 정책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손소독제에 대한 주의사항, 문제가 발생했을 시 대응방법 등을 담은 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해 놓았다 ⓒ F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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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물제 중에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되는 제품은 단연코 손소독제다. 지금도 그렇지만 코로나19 초반에는 의무적으로 손소독제를 사용해야 입장할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초등학교는 지금도 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손소독제를 꼭 사용하도록 한다거나 소독티슈를 지참하도록 알림장이 배포되기도 한다.

어린이는 환경민감계층으로 성인보다 화학물질에 더 큰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손소독제 사용만이 손위생을 위한 유일한 방법처럼 교육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한 부모는 아이가 집에서 틈만 나면 소독티슈로 이곳저곳을 닦는 걸 보면서 "학교에서 어떤 교육을 받길래 저렇게 하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는 것을 들으면서 학교의 화학물질 사용 정책이 제대로 가고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질병관리청의 감염병 예방을 위해서는 비누와 물로 30초 이상 손씻기를 권장하고 있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손소독제 표시사항으로 "물과 비누를 사용할 수 없을 때 사용"라는 문구를 삽입하도록 하고 있다. 결국 정부 부처마다 일관되지 않은 감염병에 대한 대응방식과 화학물질에 대한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분명하게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손소독제를 사용하고 곧바로 과자를 먹거나 냄새를 맡는다고 휘발성이 있는 독성물질을 들이마시는 행태, 손이 아닌 얼굴에 사용해서 생기는 문제, 성인과 달리 어린이를 위한 사용양과 횟수에 대한 안내 부재 등 주의사항에 대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 또한 문제다. 손소독제 주의사항에 어린이의 손에 닿지 않는 곳에 보관하라고 적혀 있는 것과도 배치되는 학교 현장에 대한 교육부의 화학물질 관리 정책을 살펴봐야 할 때이다.

환경부에서는 워낙 살균·소독제가 많이 그리고 자주 사용되면서 위험 소통을 위해 "인체와 환경에 무해한 살균·소독제는 없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바 있다.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위해 사용하는 실익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분사로 인한 호흡기나 눈에 자극을 주는 점, 잦은 사용으로 인한 피부에 무리가 가는 위험을 언급한 것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을 독성이 강한 화학물질로만 해결할 수 있다는 기본값을 삭제하고 나면 다른 방법을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위드코로나 시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아이들의 책상을 살균티슈로 닦아내야 할까?", "살균기능이 있는 탈취제를 뿌려야 할까?", "물을 사용할 수 있는데 꼭 손소독제를 사용해야 할까?"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모든 생활화학제품은 특정한 기능 뿐만 아니라 위험도 함께 내포하고 있다. 코로나19와 화학물질로부터 안전한, 새로운 방역체계를 만들어가는 우리 사회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