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기타] 김성훈칼럼_박근혜, ‘죽음의 밥상’을 집어치워라! GMO와 우리의 밥상, 무너지는 삶과 농업


김성훈   (환경정의 명예 회장, 경실련 소비자정의  센터 대표)


1991년 5월 김지하 시인은 <조선일보>에 “죽음의 굿판을 당장 집어치워라”라는 칼럼을 기고하여 당시 노태우 정권의 3당 통합 결과 이어진 민권 민주 통일 운동의 탄압에 항거하는 운동권 일각의 분신자살 행위를 질타하였다. 생명 중시의 사상을 제창해온 김 시인은 죽음의 저항을 미화하는 행위에 대하여 “당신들의 운동은 이제 끝이다”라고 질타하였다.

그 글은 큰 반향을 일으켰으나, 다른 한편, 정부의 탄압 정책에 날개를 달아주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1960~70년대 박정희의 혹독한 독재 정부 아래에서도 담시 ‘오적(五賊)’을 발표하여 세상을 발칵 뒤집어 놓았던 김 시인이 생명 사상가로 변신하여 “죽음의 굿판”을 저주했을 때, 재야 세력은 찬반 두 갈래로 확연히 나뉘었다. 후에 그 부작용을 보고 들으며 김 시인은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지하 시인 대망론(待望論)

그러던 그가 2012년 11월 대선 고비에서 “여자가 본격적으로 세상일을 하는 시대가 됐다”며 박근혜 후보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나선 것은 위 두 사건에 못지않게 세상을 놀라게 하였다. 당시 김 시인이 “아이를 낳아 길러보고 남편과 시가족을 모셔보며 직장에서 월급 받으면서 일해 보지 않은 여인이라 하더라도, 여성의 몸으로 태어나 살아 온 여성 지도자는 여전히 여성(어머니)다울 것”이라는 자기 부인의 말까지 인용한 ‘여성 지도자 대망론’에 공감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가 공개적으로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만큼, 지난 3년 반 박근혜 정권 치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엄청난 반생명 사태에 대해서도 지금쯤은 한마디 해야 할 의무감이 있다. 더불어 국민 독자의 기대감도 적지 않다. 차마 이 지구 위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 공무원이 국가 예산으로 반 창조적 유전자 조작 생명체(GMO)를 생산해 보급하려 안달하고, 자폐증 불임증 치매 유방암 각종 암과 종양, 간과 신장 손상 심지어 사망 사태를 일으키는, 그리하여 WHO(세계보건기구)가 지난 3월 발암성 물질이라고 규명한 글리포세이트 성분의 제초제를 놓고서 공공연히 “농약은 과학이다”라고 옹호하는 대한민국 정부 기관을 지금 우리는 마주 보고 있지 않은가!

우리나라는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이후 세계 제1위 식용 GMO 수입국(연간 240만 톤), 세계 최하위 식량 자립국(23.4%)이 되었다. 이렇게 되게 만든 장본인들이 다름 아닌 정부요, 국가 공무원이고 보니 영원한 저항 시인 김지하 시인의 대갈일성이 마른하늘의 단비처럼 못내 기다려진다. “죽음의 밥상을 집어치우라”는 대갈일성이.

 

GMO 재배, 이제 사양길에 들어섰나?

세계적으로 공신력이 높은 미국의 <뉴욕타임스> 2016년 4월 13일 자에 앤드 폴락이 기고한 “마침내 세계 GMO 재배 면적이 2015년을 기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라는 기명 기사가 세계인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1996년에 상용화된 이래 급속도로 팽창해 나가던 GMO 작물 재배 면적이 2~3년 전부터 북미 국가에서 주춤하더니 드디어 2015년엔 1%가 줄어들었는데 주로 옥수수, 콩 그리고 캐놀라(유채)에서 두드러졌다고 한다. 주된 원인은 세계적으로 시장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도 하락했기 때문이다.

비타민 A를 보강한 황금의 쌀(Golden Rice)이라고 자화자찬하던 GM 벼농사가 20년이 넘게 어느 나라도 상용화가 되지 않아 필리핀 다국적 농업 세력은 안달이 났다. 그런데 드디어 필리핀 대법원이 올해 초 모든 GMO 재배를 추방하는 바람에 그 시도마저 물거품이 되기에 이르렀다. 이젠 우리나라 농림부 농촌진흥청만이 고군분투하고 있다.

국내 GMO 옹호 세력(몬산토 장학생 포함)들은 농촌진흥청장을 필두로 세계적으로 GMO가 28개국에서 재배되고 있으니 우리도 서두르자고 독려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세계 GMO 재배 면적의 4분의 3 이상이 미국, 브라질, 아르헨티나 3개국 등 곡물 수출국에 집중되고 있다. 그것도 GM 콩, 옥수수, 캐놀라, 목화씨 등 4개 품목이 그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기타는 미국의 토마토, 사과, 알팔파, 사탕무, 연어 등에 불과하다. 그 외에 인용이 많이 되는 나라로 캐나다, 인도, 중국 3개국이 있는데 이들 나라도 최근 까다롭고 부담이 따르는 규제와 소비자 시민의 외면 현상 때문에 이왕의 GMO 재배 면적을 더는 확대할 의지나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하고 있다.

그 외의 GMO 재배 국가는 페루를 비롯해 주로 미국의 영향 아래에 있는 군소 영세 국가에 불과하다. 반면 유럽연합(EU), 러시아 등 68개국에서는 GMO의 생산, 수입, 판매 금지 또는 철저한 표시제로 규제하고 있다. GMO 장학생과 농촌진흥청만 모르는 이 자료들은 몬산토와 미국 정부 등의 재정 지원을 받는 농업 바이오 기술 응용을 돕는 국제 서비스 비영리 단체(Non-profit International Service for the Acquisition of Agri-Bio tech Applications)가 제공하고 있다.

 

북미 소비자들의 반란

 미국 소비자의 90% 가까이가 EU처럼 GMO 제품의 완전 표시제를 주장하고 있거나 아예 그 소비를 반대해 온 결과 미국의 세계적 식품 대기업 캠벨(수프)과 제너럴 밀즈 및 마스(Mars) 그리고 델몬트가 아예 GMO 식품 재료를 안 쓰거나 쓸 경우 완전 표시제를 시행하겠다고 선언하였다.

맥도날드와 웬디스 그리고 이유식 회사 거버 등 세계적 식품 체인 회사도 2014년 미국 정부가 승인한 GMO 감자와 사과를 사용할 의향이 전혀 없음을 선언하고 나섰다. 케네디 대통령이 일찍이 주창한 “소비자의 알 권리와 안전할 권리”를 대기업체가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이다.

EU에서는 아예 0.9%만이라도 GMO가 어떤 형태로든 사용되었다면 마땅히 표시한다. 러시아는 수입, 판매하다 발각되면 테러범 또는 어린이 유괴범에 준하는 처벌을 받는다. EU는 글리포세이트 제초제의 사용 허가 연장 여부도 오는 6월 30일 최종 결정지을 것이라고 보도되고 있다.

북미 소비자의 열화 같은 GMO 반대 열풍이 주(州) 단위의 주민 투표에도 반영되어 제1차로 미 동부 지역의 버몬트 주에서 완전표시제법(Labelling Act)이 통과되어 오는 7월 1일부터 전면적으로 실행될 예정이다. 그 외 15여 주에서도 같은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몬산토가 주동이 되어 미 연방 상원 의원을 포섭해 완전 표시 주법을 무효(preempt)로 하려는 시도를 끝까지 추진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알 권리를 주장하는 국민들의 저항 역시 여간 강력한 것이 아니라 만만히 완전 표시제 시행이 무산될 것 같지 않다.

 

무너지는 GMO 王國 : 몬산토, 듀폰, 신젠타, 다우, 바이엘

앞서 잠깐 인용하였던 GMO 재배 면적이 줄면서 GMO 종자와 부수적인 글리포세이트 성분의 제초제(라운드 업) 및 살충제 농약 판매가 감소하기에 이르렀다. 앞에서 언급한 비영리 단체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GMO 종자 판매액이 2014년에 비하여 2015년엔 400만 달러가 줄어들었다.

최근의 저조한 GMO 영업 상황을 반영하여 세계 굴지의 GMO 종자 및 농약 화학 회사 간에 합종연횡, 이합집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듀폰이 다우(Dow)와 합병하고, 신젠타가 중국 국영화학공사에 흡수되는가 하면, 몬산토가 갖가지 업종 다각화를 획책하다가 신젠타를 놓치고 마침내 독일계 바이엘에 합병되기 직전이다.

그런데 세계 GMO 종자의 80%를 장악하고 있는 몬산토가 매각 또는 합병을 서두르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는 듯하다. 지난 5월 21일 범세계적으로 서울을 포함 400여 개의 대도시에서 동시다발로 행해진 반(反)몬산토 행진의 날(Global March Against Monsanto Day) 발표된 놀랍기 짝이 없는 빅 뉴스다.

오는 10월 15일과 16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국제사법재판소에서 전 세계 시민의 힘으로 세계 최대 악덕 기업이라고 불리는 몬산토의 반인륜, 반환경 생태계 범죄를 심판하는 시민 법정이 열린다고 한다(International Monsanto Tribunal, The Hague, Netherlands, October 15-16, 2016). 시민 재판관으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죽음을 생산하는 기업 몬산토>(이선혜 옮김, 이레 펴냄, 2009년)를 2008년 출간한 마리-모니크 로뱅을 비롯해 국제유기농연맹(IFOAM) 회장 앤드루 리우 등 저명한 전문가 6명이 선정되었다 한다.

이 법정에 서게 될 몬산토는 미국 세인트루이스에 본사를 둔 세계적 바이오테크 자이언트 회사로서 한국을 포함 66개국에 2만1000명의 사원을 거느리면서 연간 150억 달러의 수익을 올리고 있다. 기업 이윤을 위해 세계 곳곳에 공포와 죽음과 환경 파괴를 판매하는 몬산토에 주어진 여섯 가지 주요 죄목은 베트남 전쟁 기간 중 고엽제(Agent Orange)를 미군에 납품해 살포한 살인죄를 비롯하여, 라운드 업(Round Up) 제초제(글리포세이트 성분) 생산 판매로 인한 인체와 환경 파괴 행위, GMO를 비롯 산업형 농업 모델 보급의 원죄, 인간과 동물의 번식 기능에 해악이 된 PCB 등 유기농 오염제 공급 행위 등이다. 지구와 인류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자구적 세계 시민 단체에 의한 국제 사법 재판은 벌써 세계 모든 인류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죽음의 로비를 집어치우라”는 말 한마디

자, 이쯤 됐으면, 대한민국 박근혜 정부의 식품의약처와 농림축산식품부 그리고 그 하수 기관인 농촌진흥청은 무언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야 하지 않겠는가. 20여 년 전 국내에 도입되어 한 해 1인당 43킬로그램 이상 알게 모르게 소비하고 있는 우리 민초들을 실험실 속의 쥐, 돼지 신세가 되어 병들어 죽어가게 하고 조국의 산하를 병들게 하지 않는가!

박근혜 대통령을 적극 지지한 김지하 시인이라도 나서서 뭔가 한마디 하셔야 하지 않겠는가! 이 땅에 1만5000년 동안 피와 살 그리고 영혼(주식)이 되어온 벼농사부터 작살을 내려고 GM 벼를 대명천지 하에 시험 재배하고 있는 이 나라 이 정부의 GMO 청부 과학자, 국가 공무원에 대하여 그리고 가공식품의 7할 이상을 GMO로 가공 판매하고 있는 CJ, 롯데, 대상, 삼양 등 거대 식품 산업에 의해 ‘식품 완전 표시제’를 잠재우려는 필사적인 죽음의 로비 활동에 대하여, 어떠신가요. 김지하 시인님, 한 마디를!

 

(이 칼럼과 같은 내용의 글이 2016년 6월 24일 자 <한국농어민신문> ‘농훈칼럼’에 실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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