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활동] 마을부엌 현장조사# ①_은평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

2021-12-10


환경정의 먹거리정의센터는 2021년 전국에 있는 마을부엌을 조사했습니다. 이중 특별히 의미 있는 마을 부엌 10곳을 찾아가, 현장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10월 15일, 아직은 가을보다는 여름에 가까운 날, 은평구에 위치한 신나는마을공동부엌 운영자이신 박정희 선생님을 풀푸레 북까페에서 만났습니다.


Q1. 마을부엌 활동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은 음식을 매개로 해서 커뮤니티가 이뤄지는 곳이죠.


Q2. 마을부엌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원래 아파트 부엌 생활에 대한 불만이 있었고, 아파트 상가에 있는 빈 공간을 보면서 음식을 가르치고, 돕는 도우미가 있는 공동부엌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우연한 기회에 제2의 인생을 설계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꿈꾸던 공동부엌을 설명했더니, 반응이 좋았고, 컨설팅도 받게 되었죠.

서울시 마을지원사업에 공간사업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안했고, 약 4천만원 정도의 지원을 받았으나, 당시 입주자대표회의의 반대로 인해 아파트 단지내 마을부엌 사업이 불가능해졌고, 사업비를 활동지원으로 변경하여 1천만원 지원을 받아 지역내 교회 부엌을 주중에 대관하여 11월부터 1월까지 강의 및 반찬만들기 등 사업 진행했어요.

당시 사업에 참여했던 사람들과 논의하여, 마을부엌을 만들기로 결정했어요. 공간지원사업을 신청하여 1천만원 정도 지원을 받고, 은빛초등학교 학부모들이 많아서 초등학교 정문 앞 일식집 자리를 계약하고 2015년 5월 문을 열었죠.


Q3. 마을부엌 프로그램은 무엇이며, 주로 어떤 분들이 참여했나요?

건강한 먹거리로 가족의 먹거리를 마련하거나, 돌봄 두 가지를 진행했어요. 방과후 맞벌이 가정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주는 팀이 있었고,  일주일 1번 홀로 어르신 반찬을 만들어 드리는 봉사팀이 있었어요. 월화수목금 팀이 있어서 모여서 반찬을 만드는 것도 진행했어요. 월 회비를 받고 팀별로 자기 재료를 공동구매하고, 재료비는 n분의 1로 부담하고, 반찬은 가지고 돌아가는 형식이었죠. 

방과후 돌봄은 학부모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어요.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이 문을 연 첫 해에 제가  ‘얘들아 저녁먹자’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이 때 참여했던 엄마들이 어깨동무 돌봄을 만들어서 돌봄 이모 한 분의 인건비를 제공하고, 이모님이 생협 식재료로 아이들 간식 만들고 주셨어요. 엄마들이 재료비와 인건비를 부담했는데, 가장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방식으로 아이들 돌봄을 진행해서 무척이나 좋아했죠. 꾸준히 유지되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아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모이지 못하니까 2019년 끝이 났어요.

어르신 봉사팀의 경우는 처음에 10집에 반찬을 드렸어요. 그러다 어르신이 돌아가시거나 하면서 최근에는 8집에 배달을 했어요. 주민센터에 물어서 추전을 받았는데, 처음 교회에서 시작할 때는 5집, 그 뒤 공간이 확정되면서 10집을 지원했어요. 봉사팀은 첫 해 사업비가 있어서 재료비 부담이 없었는데도 자발적으로 돈을 모으셨어요. 사업이 끝나고도 지속적으로 하려구요. 2016년에는 마을공동체 우수공동체 상을 받기도 했어요. 서울시 식품정책과에서 1천만원 지원도 받았고, 서울신용보증기금도 참여해서 같이 요리하고 봉사도 했어요. 2020년에도 신협에서 지원을 받아서 봉사를 했어요. 사실 봉사팀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제일 높았어요. 가장 끈끈하게 뭉쳐 있는 거죠. 저도 목요일이 되면 봉사팀 사람들 생각이 나요. 마을부엌이 문을 닫는 4월 마지막 봉사날에는 엄마들이 1시간씩 있다가 돌아왔어요. 애기를 데리고 봉사를 다니시는 엄마들이 있었는데, 어르신들 입장에서는 매달 아이들이 크는 것을 몇 년동안 계속 지켜보시니까 내 손주처럼 생각이 드시는 거죠. 그래서 항상 아이들 손에 사탕도 쥐어주시고, 아이가 안오면 왜 안 데리고 왔냐고 묻기도 하셨대요. 명절에는 2,3만원을 봉투에 넣어서 아이들 손에 쥐어주기도 하시구요. 그렇게 끈끈하게 정이 쌓이니까 마지막 봉사날에는 서로 울면서 마무리를 할 수 밖에 없었던 거죠. 이런 걸 보면 봉사는 주는 것보다 받는 것이 더 많았아요.

화요일에는 일본 여성들과 같이 한국음식을 만들었어요. 김치를 같이 담그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김치를 잘 안 먹는다고 고민하는 엄마들이 있었는데 김장에 같이 참여하니까 아이들이 김치를 잘 먹더라구요. 같이 고추장도 담고, 청국장도 띄우고, 조청도 만들고 그런 프로그램을 운영했어요. 회원 중에 성교육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이 있어서 아이들을 모아서 성교육도 하고, 식생활 교육도 진행했어요.

실제로 마을부엌 공간에서 많은 것을 했죠. 코로나19 전에는 마을 축제의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은빛초등학교 장터 음식도 만들고, 동네 아저씨들도 편의점에서 맥주를 마시다가, 추우면 저녁에 마을부엌에서 술을 마시기도 했어요. 

작년에는 요리사 시험을 봐야 하는 친구 두 명이 코로나19로 학원이 문을 닫으니까 실습을 못해서 저희 마을부엌 공간을 대관해서 며칠 간 사용하기도 했어요.

마을부엌에서 생일파티도 하고, 우리동네 사랑방 역할을 마을부엌이 한 거죠.


Q4. 마을부엌은 어떻게 운영했나요?

마을부엌은 참여자 회비로 운영되었습니다. 운영자는 저와 회계 맡은 분, 둘이서 주로 운영을 담당했고, SNS상에 서로 내용을 공유했습니다.

임대료 및 관리비 등으로 한달 100만원의 고정 지출이 있었고, 코로나19로 인해 작년 임대료 부담으로 문을 닫으려고 했으나, 봉사팀에서 한 달 임대료를 자신들이 내겠다고 하니까 너도 나도 내겠다고 하면서 1년의 운영비를 부담하여, 1년 더 운영할 수 있었습니다. 2021년 4월자로 결국 문을 닫았지만요.


Q5. 마을부엌의 성과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올해 4월 마을부엌을 정리하면서 처음에 아이가 누군지, 이름이 뭔지, 보호자가 누군지 정리 해놓은 게 있어서 그걸 다시 봤어요. 그런데 그 아이들이 엄청 컸더라구요. 아이들이 부엌에서 같이 컸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 아이들에게 받는 것도 대게 많았어요. 지나가면 괜히 와서 인사도 해주고.

 어르신 돌봄도 주는 것보다 받는 게 많았아요. 회원들이 서로 건강한 먹거리를 인식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우리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도 알게 되고,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것 먹여야 한다는 것을 배운 것 그게 바로 성과인 것 같습니다.


Q6. 마을부엌을 운영하면서 느끼는 어려움은 무엇이었가요?

현실적으로 비용문제가 컸어요. 임대료, 관리비 내는 것은 내가 처리하고 각 팀이 자체적으로 팀 내 갈등을 해결하고, 문제를 해결하기 때문에 운영면에서 큰 어려움은 없었으나, 항상 불안한 것은 통장 잔고였고, 경제적 불안함이었죠.


Q7. 마을부엌이 우리 사회에서 활성화되기 위한 아이디어나 제안을 부탁드립니다.

결국에는 공간이에요. 개인이 유지하면 절대 유지될 수 없어요. 지자체가 나서주면 좋을 듯 같습니다.


Q8. 평소 활동하면서 생각해본 이상적인 마을부엌이 있으신가요?

일반 엄마들이 참여할 수 있는 부엌에 도우미가 있어서 지도해주고 가르쳐 주면 좋겠어요. 지금의 엄마들이 사먹는 것에 익숙하고, 기후위기 시대에 푸드마일리지가 엄청난데 이를 벗어나려면 요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런데 대한민국은 요리 안하는 나라란 말이죠.

제일 좋은 것은 공동주택이나 단지 안에 이동거리 짧아서 도보권에 있어야 해요. 아파트 지을 때 노인정을 꼭 짓는 것처럼 마을부엌은 꼭 지어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라인에 사는 사람들 얼굴은 적어도 알 수 있도록, 사람들이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마을부엌이 역할을 할 거에요. 주민들끼리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팀을 만들게 활동하도록 유도해야 겠죠.

지금 경로당에 80세 가까이 되신 분이 많고, 70세는 막내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80이 넘으면 밥하기 힘들어요. 지금 나이 드신 분들은 약을 많이 드시는데, 특히 남자 어르신들은 관계가 어려우니까 집에만 있어요. 저희 남편이 그러거든요. 아마 혼자살면 더 할거 같아요. 그런 분들이 마을부엌에서 식사를 할 수 있다면, 자기가 먹는 재료비를 내고 식사를 한다면 저는 찾아올 것 같아요. 

집에만 있던 사람들이 밖에 나오는 것은 매우 중요해요. 식사를 제공하는 사람과 인사라도 하면서 하나의 관계를 쌓는 거죠. 대부분 어르신이 균형있는 식사를 못하고, 질병에 취약할 수 밖에 없어요. 마을부엌을 통해 사람들과 관계를 가지게 하면 국가가 사회적 비용을 훨씬 덜 부담할 수 있어요. 고령자를 위한 마을부엌이 있으면 좋겠고 운영을 어르신들이 직접 참여헤서, 어르신 일자리도 활용하고 하면 좋을 것 같아요.


Q9. 마을부엌 운영을 종료했는데, 그럼에도 마을부엌이 필요하시다고 생각하시나요?

마을부엌은 너무 필요하죠. 마을부엌에 공간 문제와 인력 문제가 해결된다면 운영하는 것에는 계속 참여하고 싶어요.


2015년 4월 20일부터 준비를 해서, 그해 5월 문을 열었던 은평의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은 2021년 4월 문을 닫았습니다.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은 6년의 시간 동안 부엌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건강한 먹거리를 함께 나누고, 마을의 사랑방이기도 했습니다. 마을부엌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는 공간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그 방안에 대해 환경정의도 계속해서 고민하면서 방법을 모색해보겠습니다.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이 궁금하시면, 유튜브에서 "신나는 마을 공동부엌"을 검색하시면, 뉴스 인터뷰 영상을 보실 수 있습니다.

사업자등록번호 208-82-04038

(03969)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로26길 39 시민공간나루 2층         오시는 길 >>

전화 02-743-4747  |  손전화 010-2412-4747   |  

팩스 02-323-4748  |  이메일  eco@eco.or.kr   |                        문의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