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정의네 3월호 2탄,
<에너지의 속사정>
혹시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한 적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이런 궁금증 말이에요.
“서울의 가정에서 형광등을 킬 때, 그 에너지는 어디서 올까?”
항상 가까이 있어 우리가 편리하게 손가락 하나로 편하게 사용하는 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면
저와 함께 한번 전기가 되어 가정의 스위치를 켜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이제 우리는 전기가 되었습니다.
출발해볼까요?
저 형광등을 환하게 만들기 전, 전기선을 따라 생성된 그 시점까지요.
장면 1 : 서울의 경계선에 위치한 전봇대 위 전기선.

대한민국 전 국민의 절반이 서울에 산다. 그러나 서울의 에너지 자급률은 6%.
94%의 에너지는 한반도 곳곳에서 끌어다 쓴다.
그러니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 가려면 서울을 벗어나 이동해야할 것이다.
여기, 서울 외곽의 전봇대 위에서 가는 선을 따라 굵은 선이 되고 다시 모여 동해 바다 앞에 자리 잡은
울진·신울진 원자력 발전소에 도착할 것이다.
장면 2 : 울진·신울진 핵 발전소로 가는 길, 전기선 안.

출발하자마자 우리의 뒤.
서울 중심으로부터 ‘원자력 발전소 찬성한다.’, 혹은 ‘반대한다.’는 인간의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린다.
또 집회를 하나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전기가 된 당신과 나로서는 그런 논란은 인간의 사정일 뿐
울진·신울진 핵 발전소를 향해 간다.
당신과 나는 크고 넓은 전기선을 타고 신나게 움직인다.
정말 많은 전기들이 한데 모여 움직인다. 우리는 하나이자 강력한 파동이다.
울진·신울진 핵 발전소로 향하는 길, 수도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고층 빌딩들이 거짓말 같이 사라졌고 잔잔한 집들만 보였다.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움직이는 길목, 한적한 시골 풍경과 어우러진 그들은 대부분 주름지고 흰머리가 힐끗한 얼굴을 했다.
문득 나는 전기선에서 고개를 내밀어 뒤를 돌아보았다.
기이하다.
100미터 넘는, 그러니까 서울의 고층빌딩만한 송전탑 하나가 전기선을 타고 뚝뚝,
거인이 박은 말뚝 마냥 뜬금없이 한적한 풍경을 가로 질렀다. 거대한 송전탑 주위에는 텅 빈 폐가만이 놓여있다.
마을이 텅텅 비고, 말라죽은 풀들이 풍경을 채운다.
당신과 내가, 전기인 우리가 다니는 길목은,
그곳이 산이라도, 생명력 넘치는 들판이었어도 어느 한 곳을 빼놓지 않고 죽음이 머무른다.
장면 3 : 765kv 송전탑이 건설된 횡성의 어느 마을, 밤.

어둑해진 하늘 아래 머리가 힐끗한 주민들이 모였다. 한탄이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형광등을 우리 쪽으로 가져다 댄다.
그러자 우리의 묵직한 박동에 전기선이 연결되지 않은 형광등 불이 켜졌다.
모인 마을 주민들의 눈가가 씁쓸해진다.
그 눈들과 하얗게 빛나는 형광등이 마음에 걸려
당신과 나는 서로를 쳐다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만히 멈춰 섰다.
마을 주민 중 한 명이 말을 꺼냈다.
“저거 들어설 때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합의를 한 것도 아니고,
군청에서 주민들 대신 한 ‘위임 합의’였지, 아마?
그렇게 받은 합의금을 군에서 위임받아 도로 포장에 쓴다고 해놓고 제대로 쓰이지도 않았어.
합의금은 무슨 구경도 못하고, 군에서 제대로 쓰는 꼴도 못 봤네, 난.”
“저 집에 살았지? 00씨, 이제는 없어, 저 탑 들어선 곳 바로 옆에.
못살지 쿵쿵거리고 개구리 울음처럼 꾸륵꾸륵하는 소리가 밤낮 안가리고 들리는 데.
김00, 신00, 이00, 박00 다 암이래. 이 송전탑 들어선 마을엔 사람이 못 살아. 사람만 그러나?
저거 근처 500미터 밖 농작물도 다 죽지, 우리 집 암소들도 자꾸 유산을 해.”
“저거 들어설 때 그때 우리는 철탑이 뭔지 아무것도 몰랐지, 알았으면 내버려 뒀겠나.
철심을 뚝 박은 것 마냥 마을 하늘을 쪼개놨네. 근데 또 하나 더 짓겠단다.
서울 사람들 위해서.
눈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해. 또 안 당하려면. 우리 주민들 모르게, 모이지 않게.
‘잡음 없게’ 진행하려고 수라는 수는 다 쓰겠지.
저거도 마을 이장이 합의서에 우리 모르게 주민 57명, 도장을 다 찍고 혼자 작성했잖아.
그래놓고 위임 합의는 무슨, 위임도 아니였네.”
“또 누굴 죽이려고. 들어선다나.”
또 누굴 죽이려고. 한탄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박힌다.
충격에 돌아본 당신의 얼굴도 나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서울 가정의 형광등을 키기 위해 전기이지 누굴 죽이며 태어날 줄은 몰랐다.
혼란스러운 채로 있다 당신과 나는 주변 전기들의 재촉에 속절없이 거슬러 다시 올라간다.
당신과 내가 태어난 곳, 태초의 고향으로 갈수록 풍경엔 죽음이 가득하고 사람들이 자꾸 아프다.
장면 4 : 울진 핵 발전소. 낮,

마침내, 당신과 나는 울진 핵 발전소에 도착했다.
사람일 적, 무심코 형광등을 킬 때는 몰랐던 죽음들이 아른거리며 물 밀듯 덮쳐오는 것만 같다.
속이 울렁거린다.
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송전탑 밑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한다. 사람들이 외친다.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겠다. 울진핵발전소 즉각 폐쇄하라!”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 신규핵발전소 건설계획 즉각 백지화하라!”
“핵 없어야 행복하다. 핵 없는 세상 울진에서 살고 싶다!”
구호가 끝나자 확성기를 든 한 사람이 소리쳤다.
“핵발전소를 가동한 지 20여 년 동안 핵발전소 인근 덕천리 등 마을에는
위암, 간암, 폐결핵까지 알게 모르게 죽는 이들이 많이 생겼다. 그 피해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주민들은 호소한다.
울진1⋅2호기를 건설할 당시 성토 부지에는 산업폐기물을 매립한 장소가 있었고,
그 인근 우물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말할 것도 없이 피해는 엄청나다.
주민들 스스로 내가 지은 농사 거리라도 먹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울진 내부 주민의 증언은 심각하다.
울진주민은 울부짖는다.”
·확성기를 든 사람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핵발전소, 핵폐기장 이런 게 좋다면 서울에 한번 지어 봐라. 그러고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나.
‘왜 하필 울진이냐’고 우리가 반대한다면 자기 동네에 지으라고 해봐라. 뭐라고 하겠나.
이젠 핵발전소가 6기도 아니고 10기로 늘어나면 이건 지역이기주의도 아니다.
추가건설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불안하게 살고 있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걱정이다.”
‘충분히 불안하게 살고 있다.’ 그렇다, 사람이 적은 것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외곽에, 피해가 덜 할 거라고 여겼던,
아니 피해를 생각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외곽 지역,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충분히 불안하게 살고 있다’.
방사능에 피폭된 채로,
혹은 ‘저 사람들이’ 잡음이 생길까 숨기기 급급한 치명적인 피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웃의 생명을 해칠까 불안한 것이다.
그래, 당신과 나는 드디어 울진 핵발전소까지 도착했다.
이렇게 전기로서의 당신과 나의 여정이 끝났다.
함께 전기가 된 다른 이들은 어디로 가서 어디에 도착했을까?
그 여정에 슬픔과 울분에 찬 병든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이제 서울 가정집에 형광등을 키는, 원자력에서부터 만들어진 전기가 친환경이라고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분명히 누군가를 죽였고, 병들게 하고, 병들게 할 불안한 전기이다.
장면 5 : 다시 서울의 가정.

서울 가정에서 형광등이 켜진다.
거실의 tv에서는 기후위기 대안은 원자력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그 게으르고 이기적인 풍경 너머로
울진, 횡성 마을의 사람들이 떠나간 생명들을 슬퍼하며
사랑하는 것을 또 잃을까 불안에 떨며 꾸륵꾸륵거리는 전기 소리와 함께 밤을 지새운다.
혹시라도 만약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에 무뎌진다면, 오늘 우리가 전기가 되었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길목마다 있었던 죽음을, 아무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의 한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출처 :
1.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밀양 할매 할배들 지음, 이계삼 기록, 이현석 감수 해설)
2. “울진 9⋅10호기(신울진 3.4호기) 핵발전소 건설 야욕 용납하지 않겠다! 신규핵발전소 건설 중단 결정이 정권 바뀐다고 달라질 수 없다.”, [전국 탈핵 시민사회 단체 성명서], 2021.12.14.,
월간정의네 3월호 2탄,
<에너지의 속사정>
혹시 일상에서 사용하고 있는 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한 적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이런 궁금증 말이에요.
“서울의 가정에서 형광등을 킬 때, 그 에너지는 어디서 올까?”
항상 가까이 있어 우리가 편리하게 손가락 하나로 편하게 사용하는 에너지가 어디서 왔는지 궁금하다면
저와 함께 한번 전기가 되어 가정의 스위치를 켜기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봅시다.
이제 우리는 전기가 되었습니다.
출발해볼까요?
저 형광등을 환하게 만들기 전, 전기선을 따라 생성된 그 시점까지요.
장면 1 : 서울의 경계선에 위치한 전봇대 위 전기선.
대한민국 전 국민의 절반이 서울에 산다. 그러나 서울의 에너지 자급률은 6%.
94%의 에너지는 한반도 곳곳에서 끌어다 쓴다.
그러니 우리가 태어난 곳으로 가려면 서울을 벗어나 이동해야할 것이다.
여기, 서울 외곽의 전봇대 위에서 가는 선을 따라 굵은 선이 되고 다시 모여 동해 바다 앞에 자리 잡은
울진·신울진 원자력 발전소에 도착할 것이다.
장면 2 : 울진·신울진 핵 발전소로 가는 길, 전기선 안.
출발하자마자 우리의 뒤.
서울 중심으로부터 ‘원자력 발전소 찬성한다.’, 혹은 ‘반대한다.’는 인간의 소리가 가느다랗게 들린다.
또 집회를 하나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이제 전기가 된 당신과 나로서는 그런 논란은 인간의 사정일 뿐
울진·신울진 핵 발전소를 향해 간다.
당신과 나는 크고 넓은 전기선을 타고 신나게 움직인다.
정말 많은 전기들이 한데 모여 움직인다. 우리는 하나이자 강력한 파동이다.
울진·신울진 핵 발전소로 향하는 길, 수도에서 점점 멀어질수록
고층 빌딩들이 거짓말 같이 사라졌고 잔잔한 집들만 보였다. 사람들도 줄어들었다.
움직이는 길목, 한적한 시골 풍경과 어우러진 그들은 대부분 주름지고 흰머리가 힐끗한 얼굴을 했다.
문득 나는 전기선에서 고개를 내밀어 뒤를 돌아보았다.
기이하다.
100미터 넘는, 그러니까 서울의 고층빌딩만한 송전탑 하나가 전기선을 타고 뚝뚝,
거인이 박은 말뚝 마냥 뜬금없이 한적한 풍경을 가로 질렀다. 거대한 송전탑 주위에는 텅 빈 폐가만이 놓여있다.
마을이 텅텅 비고, 말라죽은 풀들이 풍경을 채운다.
당신과 내가, 전기인 우리가 다니는 길목은,
그곳이 산이라도, 생명력 넘치는 들판이었어도 어느 한 곳을 빼놓지 않고 죽음이 머무른다.
장면 3 : 765kv 송전탑이 건설된 횡성의 어느 마을, 밤.
어둑해진 하늘 아래 머리가 힐끗한 주민들이 모였다. 한탄이 섞인 목소리가 들린다.
누군가가 형광등을 우리 쪽으로 가져다 댄다.
그러자 우리의 묵직한 박동에 전기선이 연결되지 않은 형광등 불이 켜졌다.
모인 마을 주민들의 눈가가 씁쓸해진다.
그 눈들과 하얗게 빛나는 형광등이 마음에 걸려
당신과 나는 서로를 쳐다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가만히 멈춰 섰다.
마을 주민 중 한 명이 말을 꺼냈다.
“저거 들어설 때 마을 주민들이 나서서 합의를 한 것도 아니고,
군청에서 주민들 대신 한 ‘위임 합의’였지, 아마?
그렇게 받은 합의금을 군에서 위임받아 도로 포장에 쓴다고 해놓고 제대로 쓰이지도 않았어.
합의금은 무슨 구경도 못하고, 군에서 제대로 쓰는 꼴도 못 봤네, 난.”
“저 집에 살았지? 00씨, 이제는 없어, 저 탑 들어선 곳 바로 옆에.
못살지 쿵쿵거리고 개구리 울음처럼 꾸륵꾸륵하는 소리가 밤낮 안가리고 들리는 데.
김00, 신00, 이00, 박00 다 암이래. 이 송전탑 들어선 마을엔 사람이 못 살아. 사람만 그러나?
저거 근처 500미터 밖 농작물도 다 죽지, 우리 집 암소들도 자꾸 유산을 해.”
“저거 들어설 때 그때 우리는 철탑이 뭔지 아무것도 몰랐지, 알았으면 내버려 뒀겠나.
철심을 뚝 박은 것 마냥 마을 하늘을 쪼개놨네. 근데 또 하나 더 짓겠단다.
서울 사람들 위해서.
눈 똑바로 뜨고 있어야 해. 또 안 당하려면. 우리 주민들 모르게, 모이지 않게.
‘잡음 없게’ 진행하려고 수라는 수는 다 쓰겠지.
저거도 마을 이장이 합의서에 우리 모르게 주민 57명, 도장을 다 찍고 혼자 작성했잖아.
그래놓고 위임 합의는 무슨, 위임도 아니였네.”
“또 누굴 죽이려고. 들어선다나.”
또 누굴 죽이려고. 한탄과 분노가 섞인 목소리가 귓가에 박힌다.
충격에 돌아본 당신의 얼굴도 나와 다르지 않다.
우리는 서울 가정의 형광등을 키기 위해 전기이지 누굴 죽이며 태어날 줄은 몰랐다.
혼란스러운 채로 있다 당신과 나는 주변 전기들의 재촉에 속절없이 거슬러 다시 올라간다.
당신과 내가 태어난 곳, 태초의 고향으로 갈수록 풍경엔 죽음이 가득하고 사람들이 자꾸 아프다.
장면 4 : 울진 핵 발전소. 낮,
마침내, 당신과 나는 울진 핵 발전소에 도착했다.
사람일 적, 무심코 형광등을 킬 때는 몰랐던 죽음들이 아른거리며 물 밀듯 덮쳐오는 것만 같다.
속이 울렁거린다.
또 사람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송전탑 밑을 내려다보니 사람들이 현수막을 들고 집회를 한다. 사람들이 외친다.
“더 이상 고통받지 않겠다. 울진핵발전소 즉각 폐쇄하라!”
“더 이상 당하지 않겠다. 신규핵발전소 건설계획 즉각 백지화하라!”
“핵 없어야 행복하다. 핵 없는 세상 울진에서 살고 싶다!”
구호가 끝나자 확성기를 든 한 사람이 소리쳤다.
“핵발전소를 가동한 지 20여 년 동안 핵발전소 인근 덕천리 등 마을에는
위암, 간암, 폐결핵까지 알게 모르게 죽는 이들이 많이 생겼다. 그 피해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 주민들은 호소한다.
울진1⋅2호기를 건설할 당시 성토 부지에는 산업폐기물을 매립한 장소가 있었고,
그 인근 우물을 폐쇄할 수밖에 없었다.
방사능으로 인한 피해는 말할 것도 없이 피해는 엄청나다.
주민들 스스로 내가 지은 농사 거리라도 먹기가 부담스럽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울진 내부 주민의 증언은 심각하다.
울진주민은 울부짖는다.”
·확성기를 든 사람은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이어간다.
“핵발전소, 핵폐기장 이런 게 좋다면 서울에 한번 지어 봐라. 그러고 이기주의라고 할 수 있나.
‘왜 하필 울진이냐’고 우리가 반대한다면 자기 동네에 지으라고 해봐라. 뭐라고 하겠나.
이젠 핵발전소가 6기도 아니고 10기로 늘어나면 이건 지역이기주의도 아니다.
추가건설 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불안하게 살고 있다. 앞으로 우리 후손들이 걱정이다.”
‘충분히 불안하게 살고 있다.’ 그렇다, 사람이 적은 것은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서울 외곽에, 피해가 덜 할 거라고 여겼던,
아니 피해를 생각하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외곽 지역, 거기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충분히 불안하게 살고 있다’.
방사능에 피폭된 채로,
혹은 ‘저 사람들이’ 잡음이 생길까 숨기기 급급한 치명적인 피해가,
사랑하는 사람들, 이웃의 생명을 해칠까 불안한 것이다.
그래, 당신과 나는 드디어 울진 핵발전소까지 도착했다.
이렇게 전기로서의 당신과 나의 여정이 끝났다.
함께 전기가 된 다른 이들은 어디로 가서 어디에 도착했을까?
그 여정에 슬픔과 울분에 찬 병든 사람을 만나지 않을 수 있었을까?
나는 이제 서울 가정집에 형광등을 키는, 원자력에서부터 만들어진 전기가 친환경이라고 믿을 수 없게 되었다.
분명히 누군가를 죽였고, 병들게 하고, 병들게 할 불안한 전기이다.
장면 5 : 다시 서울의 가정.
서울 가정에서 형광등이 켜진다.
거실의 tv에서는 기후위기 대안은 원자력이라는 뉴스가 나온다.
그 게으르고 이기적인 풍경 너머로
울진, 횡성 마을의 사람들이 떠나간 생명들을 슬퍼하며
사랑하는 것을 또 잃을까 불안에 떨며 꾸륵꾸륵거리는 전기 소리와 함께 밤을 지새운다.
혹시라도 만약 원자력 에너지에 대한 이야기에 무뎌진다면, 오늘 우리가 전기가 되었던 경험을 떠올려보자.
길목마다 있었던 죽음을, 아무 죄 없는 마을 사람들의 한탄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출처 :
1. 탈핵, 탈송전탑 원정대 밀양 할매 할배들 지음, 이계삼 기록, 이현석 감수 해설)
2. “울진 9⋅10호기(신울진 3.4호기) 핵발전소 건설 야욕 용납하지 않겠다! 신규핵발전소 건설 중단 결정이 정권 바뀐다고 달라질 수 없다.”, [전국 탈핵 시민사회 단체 성명서], 2021.1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