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활동]「폭염 불평등 리포트」① 폭염의 집에 갇힌 사람들, 공기는 지독하게 뜨거워지고 있지만 그들의 방어막은 너무 얇다.

2021-10-28

날로 심각해지는 폭염은 불평등을 심화하고, 생명까지 위협한다. 폭염에 취약하고, 더 큰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그리고 그들은 폭염을 어떻게 견디고 있을까? 정책은, 사회안전망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

환경정의는 6~10월 간 기후 불평등 현장을 찾아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고, 전문가들과 함께 논의한 결과를「폭염 불평등 리포트」에 담고, 세 편에 나누어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1장 데이터로 살펴본 서울시 폭염 불평등

2장 현장조사를 통해 본 폭염 취약계층의 실상 및 서울시 폭염 정책 실효성 평가

3장 현장·정책 전문가들과 함께 도출된 대안 제시



[1장- 데이터로 살펴본 서울시 폭염 불평등]


 기후위기 시대 폭염의 집에 갇힌 사람들,
공기는 지독하게 뜨거워지고 있지만 그들의 방어막은 너무 얇다.


고정근 / EJ현장연구모임 연구활동가, 인하대학교 의과학연구소 박사후 연구원 


지난 2018년의 여름은 잊혀지지 않는다. 끝날 것 같지 않은 폭염에 우리의 일상은 무너졌고 여름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커졌다. 그리고 3년이 지났다. 그때만큼의 충격은 아니지만 역대 손에 꼽힐 만한 뜨거운 공기가 다시 찾아왔다. 폭염 뉴스에는 쪽방촌, 고시원, 에어컨 노동자 등이 매년 단골로 등장한다. 정부는 늘 폭염대책을 발표하지만 정부는 늘 폭염 대책을 발표하지만 그들의 고통이 줄어드는 것 같지 않다. 폭염을 막기에는 너무 오래되고 너무 얇은 집에 장시간 머물러야 하는 이웃이 많다. 그들은 생물학적으로나 사회경제적으로나 폭염에 대응할 개인적 방어막도 얇다. 폭염은 평등하게 오지만, 방어막의 두께에 따라 고통은 불평등하게 다가온다. 이처럼 위기와 불평등은 반복되고 커지고 있지만,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을 보면 국가가 이들을 온전히 보호할 의지가 있는지 의문스럽다.

본 리포트는 서울을 중심으로 폭염에 갇힌 사람들과 관련된 데이터 분석 보고서이다. 집은 일상생활의 토대이자 안식처이다. 그런데, 폭염으로부터 일상을 보호하지 못하는 집이 많다. 특히 폭염과 사회약자, 취약한 주거환경이 결합될 경우 그 영향의 강도는 더 커진다. 이번 조사에서는 어떤 사람들이 폭염에 취약한 집에 살고 있고, 어느 동네에 이러한 취약요인이 밀집해 있는지 데이터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 이러한 작업은 정부의 폭염대책을 감시하고 정책을 평가할 때 환경격차와 불평등완화 측면에서 방향성을 잡는데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1. 폭염이 점점 더 지독해지고 있다

- 최근 10년 평년보다 크게 웃도는 폭염일수 많아지고 지속기간도 더 길어져, 지난 40년 동안 서울의 체감더위도 증가 추세

 

○ 20년 후의 여름은 평균 폭염일수가 38.6일

기상청은 20년 이후(2041~2070년) 서울의 여름일수는 142일, 열대야일수 42일, 폭염일수는 38.6일로 전망한다. 지난 40년 동안 가장 무더웠던 2018년의 폭염일수(35일) 보다 높은 여름이 우리의 평년 여름이 될 것으로 보인다<표1>

[표1] 21세기 서울의 폭염 전망

 


2. 폭염 피해를 막아주지 못하는 집

-폭염 피해 지속적으로 증가, 온열질환 발생 장소로 ‘실내 집’이 25%로 가장 많아, 65세 노령인구 실내 집에서의 폭염 피해가 가장 커

 

○ 집이 폭염 취약계층을 제대로 보호 못해

서울시의 2016~2020년 온열질환자 통계자료 분석 결과, 온열질환이 가장 많이 발생한 장소는 ‘실내 집’으로 전체 1,052명 중 259명(24.6%)의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1]. 

 

[그림1] 2016-2020년 서울시 온열질환자 발생장소



특히, 폭염에 취약한 65세 이상 노령인구의 경우 지난 5년간 온열질환자 432명 중 41.2%(178명)가 ‘실내 집’에서 발생했고, 실외 길가 24.5%(106명), 실외 주거지주변 9%(39명)로 나타났다[그림2] 생물학적으로 폭염 방어력이 약한 노령층이 에너지효율이 낡은 주택에 거주하면서 적정 냉방도 못하는 경제적 여건이 더해져 주택에서의 폭염 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65세 이상 취약계층에 대한 폭염 대책은 주거환경의 폭염대응력 향상(주택 에너지효율 향상, 냉방장치개선, 에너지비용 지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겠다.


[그림2] 서울시 65세 이상 고령자의 온열질환 발생



3. 폭염에 취약한 주택, 어디에 누가 살고 있는가?

-노후주택과 단독·다세대·다가구주택이 폭염에 취약해, 폭염 취약 주택 사회경제적 약자의 거주 비율 높아

 

1) 노후주택과 단독·다세대주택

○ 에너지효율이 낮은 노후주택, 소득 하위가구·노인 가구 거주 비율 높아

건물단열은 동일한 기후조건에서도 실내온도 저감에 영향을 미친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간다운 생활이 어려운 ‘비적정 주거’를 ‘좁은 면적, 노후화된 건물, 열악한 환경과 위생 등으로 인해 인간다운 삶을 살아갈 권리, 건강권, 생명권, 사생활의 자유 등을 침해하는 요소’라 정의한 바 있다. 

주거용 건축물의 에너지절약설계기준은 1979년 최초 도입이후 현재까지 점진적으로 강화되었는데, 주거용 건물의 노후도에 따른 에너지사용량 분석결과 최근 10년(2010-2018년, 164kWh/㎡·y)이내 지어진 주택보다 79년 이전(211kWh/㎡·y) 주택은 29%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득1-2분위가구는 소득 9-10분위 가구보다 노후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이 약 4배 가량 높고[그림3],  노인 가구의 노후주택 거주비율은 30.6%로 전국의 15.4%보다 약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그림4] .

 [그림3] 소득분위별 노후주택(30년이상) 거주 비율     [그림4] 취약계층별 노후주택(30년이상) 주택거주 비율


○ 단독, 다가구·다세대 주택 에너지 효율 떨어져, 노인 가구 절반 이상이 단독주택 거주

에너지효율이 가장 낮은 단독주택에 소득 하위가구의 거주비율이 52.3%에 달하고, 노인 가구도 46%로 전국 전체가구(31%) 보다 높다. 이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이 에너지효율이 낮은 주택에 더 많이 살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림5] .

[그림5] 가구특성별 단독주택 거주 비율


○ 노후 된 단독·다세대주택 소득이 낮은 관악, 강북, 중랑구 등에 몰려 있어

노후 된(30년 이상)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이 가장 많은 곳은 관악구 신림동이며, 강북 미아동, 중랑구 면목동, 강북 수유동, 관악 봉천동 등이 그 다음으로 많은 수를 보인다[그림6].  노후 된(30년 이상) 단독·다가구·다세대주택이 가장 많은 상위10개 동 중 80%가 평균가구소득이 하위분위(1-4분위)에 속하는데<표2>,  이는 가구평균소득이 낮은 지역에 노후 된 단독·다세대주택이 많은 것을 보여준다.

[그림6] 서울시 법정동별 노후 단독·다세대 주택수(동)    [그림7] 서울시 법정동별 평균가구소득


<표2> 노후 단독·다가구·다세대 주택수 상위10개 동

연번

법정동

건물수(동)

소득분위

1

관악구

신림동

6,192

하위

2

강북구

미아동

5,259

하위

3

중랑구

면목동

4,739

하위

4

강북구

수유동

4,085

하위

5

관악구

봉천동

4,020

중위

6

영등포구

신길동

3,682

중위

7

강서구

화곡동

3,551

하위

8

성북구

장위동

3,262

하위

9

양천구

신월동

3,174

하위

10

금천구

시흥동

2,953

하위



2) 반지하(지하)·옥탑방에 저소득 가구 거주 비율 높아

전국의 지하·반지하 거주 가구 비율은 1.6%, 서울은 5%로 약20만 가구로 추정된다. 소득분위별 반지하 거주비율을 보면, 최저 소득 분위는 최고 소득 분위보다 반 지하 거주비율이 13배 높다. 2015년 기준 반지하(지하)·옥탑방 가구가 가장 많은 곳은 관악구(21,334), 중랑구(19,543), 광진구(17,800) 순이며, 총 가구대비 비율은 중랑구가 12.4%로 가장 높고 다음은 광진구(12.1%), 강북구(10.5%) 순이다.[그림8]

[그림8] 서울시 구별 반지하(지하)·옥탑방 거주 가구수(왼쪽), 가구수 비율(오른쪽)



4. 폭염에 취약한 사람은 어느 동네에 많이 살고 있나?


생물학적 민감성, 사회경제적 취약성, 주거환경의 취약성으로 인해 폭염의 영향이 더 큰 것을 폭염 영향의 격차, 폭염의 불평등이라 할 수 있다. 본 연구에서는 인구·사회적 취약성과 주택의 취약성, 폭염의 정도를 고려하여 폭염 불평등을 평가하였다.

폭염 불평등은 폭염 부담과 인구사회취약성을 구성요소로 한다. 폭염 부담의 세부지표는 폭염일수와 단독·다세대 가구 비율이고, 인구사회취약성은 노령인구, 독거노인, 기초생활수급자, 장애인 비율로 세부지료를 구성하였다. 각 구성요소는 세부지표의 백분위수(percentile) 평균값을 구한 다음 그 값을 최대 값으로 나눈 뒤 10을 곱해서 각 구성요소의 점수를 계산하였고, 이 점수는 0-10의 범위를 갖는다. 그 다음 두 구성요소(폭염부담, 인구사회취약성)의 점수를 곱해서 최종 폭염 불평등 점수를 얻었다[그림9]. 이 계산 방법은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청의의 환경정의 평가 툴인 CalEnviroScreen의 점수 계산 방법을 참고하였다.

[그림9]  폭염 불평등 계산 방법


○ 분석결과

폭염 부담과 인구사회취약성을 고려한 폭염 불평등 점수가 높은 상위10%(90백분위수 이상) 지역은 강북구가 6곳(송천동 등), 도봉구 6곳(창3동 등), 중랑구 5곳(중화2동 등)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 지역은 서울 동남부지역보다 상대적으로 폭염 정도는 높지 않지만, 에너지 효율이 낮은 단독·다세대 주택 거주비율이 높고, 폭염에 더 민감한 노령인구, 독거노인, 저소득, 장애인 비율이 높아 폭염의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7월 서울시 구별 1인당 전략사용량과 비교해보면, 폭염 불평등 점수가 상위10%인 동네가 가장 많은 강북구는 서울 25개 자치구 중 1인당 전기사용량이 가장 낮으며, 중랑구, 도봉구도 전기사용량이 낮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이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데, 하나는 같은 폭염에도 취약지역에서 전기사용량도 낮아 적정 냉방을 유지하지 못해 폭염 불평등이 더 컸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과 또 다른 하나는, 같은 서울지역에서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 극한기후로 인한 피해는 더 크게 나타나는 기후부정의가 발생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림10] . 

[그림10] 서울시 폭염 취약성 상위10% 지역과 구별 1인당 전기사용량 비교



[그림11] 서울시 폭염 불평등 지도

주1: 모든 범주는 백분위수(예: ≥95는 95백분위수 이상 또는 상위 5% 이내), 자료: 저자 작성



5. 소결


○  서울시 폭염 취약성에 대해 주택과 사회경제적 요인을 중심으로 폭염 영향의 불평등과 취약지역을 분석하였다. 

○  서울시의 폭염은 최근 10년이 과거보다 폭염과 열대야 일수가 증가해왔고, 폭염지속기간도 더 길어졌다. 앞으로 20년 후면 역대 가장 무더웠던 2018년의 폭염보다 더 더운 여름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 지난 2016~2020년 서울시의 온열환자는 총1,433명이 발생했고, 이중 발생장소로 가장 비율이 높은 곳은 사람들의 보금자리인 ‘실내 집’(259명, 24.6%)으로 분석되었다.  특히, 65세 노령인구가 실내 집에서의 폭염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 이처럼 폭염을 제대로 방어하지 못하는 집은 주택의 노후도와 주택 유형(단독·다세대·다가구주택)이 주요 원인으로 보고되었다. 이들 주택에는 저소득가구와 노인, 장애인 가구 등 사회경제적 약자들의 거주 비율이 높은데, 이는 동일한 폭염에도 주거취약성과 개인의 폭염 민감성이 가중되어 더 큰 영향을 받는 폭염 불평등으로 이어진다.

○  폭염 부담(폭염일수, 낮은 에너지효율 주택)과 사회경제적 취약성과 관련된 공간데이터(읍면동)를 이용하고, 미국 캘리포니아 환경청의 환경정의 평가방법을 참고하여 서울시 폭염 불평등 핫스팟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 강북구, 도봉구, 중랑구 등 핫스팟이 포함된 지역은 에너지효율이 낮은 단독·다세대 밀집지역으로 폭염 부담이 크고 저소득, 장애, 노인인구 비율이 높아 폭염의 피해가 더 우려된다.

○ 한편, 서울시 구별 올 여름(7월)의 1인당 전기사용량의 추정치와 폭염 취약지역을 비교해본 결과 온실가스 배출 책임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 극한기후로 인한 피해가 더 크게 나타나는 기후부정의가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 이와 같이, 동일한 폭염에도 차별적 영향을 받는 폭염 불평등 문제는 향후 폭염 대책의 방향성에 주요하게 고려될 필요가 있다. 많은 사회약자들이 폭염을 방어하지 못하는 집에 거주하는 만큼, 폭염 대책은 단편적인 물품지원이나 집 밖의 쉼터 중심의 정책이 아니라, 폭염 방어력을 충분히 갖춘 주거환경 조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아울러, 주거환경 중심의 폭염 대책이 개별가구에 대한 접근을 넘어 공간적으로 군집해 있는 지역에 대해 기후위기 대응력을 갖춘 도시재생사업으로의 전환을 모색할 필요가 있겠다. 


*폭염 불평등 리포트①  [고정근: 기후위기 시대 폭염의 집에 갇힌 사람들, 공기는 지독하게 뜨거워지고 있지만 그들의 방어막은 너무 얇다] 전문은 첨부파일에서 다운받으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 리스트

①폭염때 집에 있으라지만…내 집은 '40도 가마솥'이었다, 경향신문, 211027 바로가기

②서울 강남과 강북 '폭염도 불평등', 경향신문, '211027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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