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정의연구소[1차환경정의포럼] 정의는 치유의 덕목, 본원의 덕목으로 인애 정신이 필요

2013-04-26

* [2013.4.24  제1차 환경정의포럼] 한면희 박사님의 발표내용입니다.

 

우리시대 ‘환경정의론’의 의미와 과제 /한면희(공동선제3정치 대표, 전 환경정의연구소 소장)

 

1. 역사적 의미의 환경정의(Environmental Justice)

□ 지역적 환경정의 운동

0 사례1: 미국 러브캐널 사건

DSCN2123– 1978년에 미국 사회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본 사건은 수십년 전에 행한 조치(다이옥신 등이 함유된 유해 화학물질을 드럼통에 담아 땅에 매립)가 미래 어느 시점에 불특정 인간에게 치명적 재앙(질병과 사망)을 안겨줄 수 있음을 보여줌

– 이 사건을 계기로 동일 사건 유형의 피해자 구제를 목표로 하는 환경정의 관련 법, 일명 슈퍼펀드법(CERCLA)이 1980년에 제정됨

– 이후 환경정의 실현을 목표로 하는 단체가 출현하였는데, 대표적으로 러브캐널 사건의 피해자 대표였던 로이 깁스가 주도하는 환경정의 단체를 들 수 있음

0 사례2: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워렌카운티 사건

– 1982년에 사회적 차별이 환경사안과 연루되어 발생한 사건 유형으로 본격적인 환경정의 운동의 시작을 알리게 되고, 이로써 인종 차별이 심했던 미국 사회 전역에서 들불처럼 환경정의 운동이 일어나는 기폭제가 됨

– 본 사건은 한 기업(Ward Transformer Co.)이 노스캐롤라이나 곳곳의 도로 인근에 유해한 폴리염화비페닐 함유 3만1천 갤런을 오랜 동안 버린 것이 주 정부에 의해 적발되었고, 이를 한 곳으로 수거하여 집중 매립하는 과정에서 발생

– 최종 매립지로 워렌카운티(흑인 주민 비율 64%)의 쇼코타운십(흑인 주민 비율 75%)이 선정되었는데, 선정의 주된 이유가 백인의 피해가 가장 덜한 흑인 밀집 지역이라는 것으로 밝혀져서 흑인 주민의 집단적 저항을 촉발시킴

0 사례 의미 분석

– 사례2는 동일 시간대 한 공간에서 사회적 차별(예, 인종 차별)이 환경사안과 결부되어 나타난 환경 부정의(environmental injustice)의 대표적 사례임

– 사례1은 환경사안이 세대를 넘기는 서로 다른 시간대에 발생함을 뜻하는 것으로 자연 이용에 따른 혜택과 그로 인한 불이익이 현세대와 미래세대 사이에 발생함을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임

– 환경정의가 공간축의 세대내 환경정의와 시간축의 세대간 환경정의 유형으로 분류 가능함을 보여줌

□ 지구적 환경정의 운동

0 사례1: 나이지리아 오고니(Ogoni) 부족 사건

– 다국적기업 쉘(Shell)은 1950년대 말 니제르델타 지역서 원유를 발견하고, 나이지리아 정부와의 계약 속에 석유의 생산판매로 경제적 이익을 누리고 있었으나, 지역 주민에게 혜택은커녕 화학시설 운영에 따른 환경적 피해를 전가함

– 해당 지역 오고니 부족의 주민이 고통을 감내할 수 없어서 1990년에 쉘사와 생산 노동자를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하였고, 이 과정에서 셀의 요청에 부응한 경찰이 주민에게 발포함으로써 80여명이 사망하는 사건으로 비화

– 작가 사라위와(K. Sara-Wiwa)의 주민 저항운동 촉발로 인해 열기가 고조되고 국제사회에 알려졌으며, 이로써 1995년에 골드만상을 수상하기도 했으나, 바로 그해 말 사라위와를 포함한 지도자 7명이 날조된 죄명으로 처형되는 비극으로 확산됨

0 사례2: 서머즈사건

– 1992년 브라질 리우 환경개발회의에서 연설 예정인 세계은행부총재 서머즈(L. H. Summers)가 선진국의 공해산업을 개발도상국가로 이전하는 것을 장려하는 극비문서를 사전에 작성하였는데, 이것이 그린피스에 발각되어 1991년 폭로가 됨

0 사례 의미 분석

– 사례1은 환경 사안이 국제사회에서 사회적 강자(다국적기업 쉘과 다수 부족으로 구성된 나이지리아 정부)와 약자(소수의 오고니 부족)의 관계 속에 편입됨으로써 환경 부정의가 발생함을 뜻함

– 사례2는 환경 부정의가 제국주의적 행태와 맞물려 발생하고 있음을 뜻하므로 지구적 환경정의 실현의 필요성을 드러냄

 

2. 환경정의 이념

□ 정의(Justice)

– 정의는 다른 도덕규범과 달리 사회제도적 성격을 띰으로써, 부정의의 현존은 사회적 약자에게 직접적인 물리적 피해를 가져다 줌

– 흄(D. Hume)은 정의의 담론이 의미를 갖게 되는 조건으로 첫째, 자연을 활용하여 확보한 자산에 비해 구성원의 물질적 욕망이 더 큰 재화 부족 상태에서 둘째, 사회 구성원 각자가 보다 많은 양질의 산물을 희구하는 이기심이 작동할 때 발생한다고 보았음

– 필자는 정의가 사회제도를 인도적이면서 합리적으로 구축하는 데 있고, 이로써 공동체 구성원 각자가 존엄한 인간 존재로 살아갈 수 있도록 삶에 필요한 재화를 생산하여 얻을 수 있게 공정한(fair) 여건을 조성하는 데 있다고 봄

– 사회정의의 유형별 분류에 따를 경우 자유지상주의와 평등적 자유주의, 마르크스주의, 공리주의의 정의 접근이 가능한데, 최근 마이클 샌델(M. Sandel)은 공동체주의 시각에서 기존 견해가 갖는 한계를 비판적으로 거론함

– 사회 덕목은 본원적인 것과 치유적인 것으로 분류 가능하고, 정의는 치유적 덕목으로 상정되므로 본원적인 덕목(인애와 정직, 성실, 우애 등)과의 연계 속에서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판단됨

□ 환경정의

– 형식적인 소극적 환경정의를 대변하는 것으로 EPA 규정, 즉 “인종과 피부색, 국적,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이 환경 법규와 규정, 정책의 시행에서 공정한 대우를 받도록 하는 것이다.”

– 번얀 브라이언트(Bunyan Bryant)의 환경정의: “환경정의는 범위에 있어서 환경적 형평성보다 더 넓다. 그것은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유지하는 문화적 규범과 가치, 규칙, 규정, 행동, 정책, 그리고 결정을 나타내는데, 그곳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환경이 안전하고, 양육적이며 생산적이라는 확신 속에서 서로 결속되어 있다. 환경정의는 어떤 형태의 무슨 ‘∼주의(isms)’를 경험하지 않고서도 그들 자신의 최고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을 때 구현된다. 환경정의는 알맞은 대우와 안정적 일자리, 양질의 교육과 여가, 적합한 주택과 적절한 건강 배려, 민주적 의사결정, 개인의 권한, 그리고 폭력과 마약, 빈곤으로부터 자유로운 공동체가 실현됨으로써 유지된다. 이런 곳은 문화 다양성과 생물 다양성을 존중하고 높이 숭상하며, 분배적 정의가 두루 확산되어 있는 공동체이다.”

– 생태정의: “인간 사회의 문화적 필요에 따른 발전과 성숙이 생태계의 생명부양 체계와 유기적 어울림의 관계에 놓임으로써 생물 종의 다양성이 구현되고 또 지구촌 문화의 다양성도 존중하며, 그런 자연-사회 연속체 속에서 인간 각자가 자유를 추구하면서 동료 구성원과 호혜적 관계를 형성하여 인간으로서 존엄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응분의 대우를 받고 부담도 공정하게 짊어지는 사회, 즉 생태적으로 건전하면서 자유와 정의가 구현되는 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3. 우리시대 환경정의 운동의 성찰

□ 환경정의와 민주적 스모그, 역설인가 상보적인가?

– 20세기 말에 제3의 길을 주창한 울리히 벡(Ulich Beck)은 “스모그는 민주적이다.”는 말을 남겼다. 이것은 환경재난이 신분과 빈부, 남녀, 국경을 가리지 않고 모두에게 닥치게 된다는 것을 함축함

– 환경정의는 자연 활용에 따른 혜택과 이로 인해 초래되는 환경적 부담이 빈부와 성별, 인종, 성인과 아동, 현세대와 미래세대 사이에 불공정한 차이로 나타나기 때문에 이를 공정한 상태로 회복시키려고 시도함

– 외견상 민주적 스모그론과 환경정의는 모순으로 비춰진다. 과연 모순(contradiction)이어서 그 하나만이 진실인가, 아니면 양립적 해결이 가능한 역설(paradox)에 불과한가? 윤리가 사회적 약자가 겪는 환경적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그래서 약자를 인애(love)의 자세로 살피고자 한다면, 환경사안의 시간적 추세에 비추어볼 때 환경정의와 민주적 스모그론은 선후의 차이에 따른 강조일 뿐이다. 환경재난은 먼저 환경 부정의를 초래하고, 시간이 충분히 경과한 후에는 민주적 스모그론에 따른 양상으로 펼쳐진다. 사회적 및 생태적 약자를 보듬으면서 지역적 및 지구적 공동선(common goods)을 구현하고자 한다면, 한편으로 환경정의 사안에 주안점을 두어 사회적 약자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이지러진 불공정 상태를 정의롭게 회복하고 더 나아가 사회제도를 인도적이고 합리적으로 재구축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 스모그(곧, 환경재난 일반)가 지구촌 시민 모두에게 민주적으로 번지는 것을 차단하거나 예방하는 실질적이면서 근원적인 조치를 병행해야 한다.

□ 환경정의 운동의 필요성과 시대적 의미

– 지역적 차원과 전지구적 차원에서 환경 부정의가 자행되고 있으므로, 이를 바로 잡을 환경정의 운동이 요청됨

– 인종차별과 같이 차별적 요인이 강한 곳(미국)에서 환경정의 화제가 또렷하게 나타나지만, 그렇지 않은 곳에서도 제도상의 결함 때문에 환경정의에 따른 교정과 재구축이 늘 필요함

– 환경정의는 한편으로 기존 사회제도의 개선과 혁신을 도모하기 때문에 진보적이고, 또 다른 한편으로 낭만적 생태주의나 급진적 생태주의와 다르게 현존하는 제도의 변화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현실적임

□ 환경정의 의미 이해의 확산

– 환경정의연구소가 주축이 되어 1997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한국 사회에 환경정의 담론 생성과 현장조사를 통하여 그 개념과 의미를 이해시킴으로써 환경운동가에게 그 필요성을 공감토록 기여함

– 대학 연구자(서울대 환경대학원 등)에게 일반적인 환경적 접근 이외에도 환경정의 접근이 요구됨을 자각시킴

 

4. 우리시대 환경정의 운동의 과제

□ (사)환경정의의 역할과 한계

– (사)환경정의는 환경정의연구소의 담론 생성과 실천적 연구조사에 힘입어 환경정의를 소개하고 부분적으로 실천하는 데 앞장을 섬으로써 기여하였고, 대표적으로 연구소와 ‘다음을 지키는 사람들,’ 에너지정의 관련 활동에서 찾아볼 수 있음

– 단, 주요 임원 다수와 일부 활동가들이 내면화된 환경정의 인식과 태도를 갖추지 못함으로써 “환경정의 없는 (사)환경정의의 활동”을 벌인 것이 현 시기 운동의 침체를 초래한 한 요인이라고 평가됨

□ 현 시기 환경정의 운동의 조건

– 환경적 문제 인식이 미약했던 노무현정부에 뒤이어 이명박정부의 녹색성장이 4대강 사업과 원전정책 등으로 인해 사회적 비판을 받고 있는 현 시점은 환경정의 화두를 재촉발시킬 수 있는 기회임

– 노화된 공해다발성 생산설비로 인해 불산 누출 등 각종 재해가 빈발하는 최근의 현실은 환경정의 운동을 재개하기에 적합함

□ 현 시기 환경정의 운동의 목표

1) 환경정의 논의를 회고하면서 미래를 새롭게 지향하는 담론의 지평을 다시 펼친다.

2) 환경정의 관점에서 현장조사를 시행하여 조사보고서를 만들고, 이를 토대로 ‘정의의 시각으로 본 환경현안 평가 세미나’를 개최한다.

3) 환경정의 사안을 현장 사안과 결부지음으로써 지역 환경단체와 환경정의적 결속을 다진다.

4) 환경부를 비롯한 현 정부 부서의 색채 없는 환경 관련 정책에 정의의 빛깔을 입히도록 정책적 접근을 취한다.

5) 기존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가 위상 추락을 겪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제도적으로 환경정의가 용해될 수 있도록 한다.

6) 위 성과를 토대로 환경정의에 공감하는 시민들의 동참을 적극 유도한다.

□ 환경정의 실현의 장애 극복

– 환경정의 이론과 현실적 실천 한계의 괴리를 최대한 좁히도록 함

□ 현 시기 환경정의 운동의 전략적 방향

– 최근 발생했거나 향후 도래할 주요 환경 화제에 민감하게 대처한다. 예컨대 4대강 사업과 관련해서 나타나는 보 인근 주민의 피해 사례, 경인운하(경인아라뱃길) 사업으로 드러난 사회경제적 명암, 한일독 비교를 통해 살펴보는 원전유지에 대한 평가, 산업공단의 환경재난으로 인한 주민피해, 산업설비(시멘트공장 등)로 인한 주민의 환경성 질환 실태조사 등 주요 화제 가운데 역량 집중 가능한 사안을 선택하여 조사하고 캠페인을 벌임으로써 사회적 이목을 끌도록 한다. 즉, 환경정의 접근을 취할 수 있는 핫 이슈에서 소외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선도할 수 있도록 신중하면서도 분별 있게 다가가고 여론에 환기시키며, 더 나아가 제도적 접근으로까지 안착시킴으로써 환경정의의 정체성(the identity of environmental justice)을 갖추도록 한다

 

5. 그 외 덧붙여

– 저서 ‘제3정치 콘서트’(부제: 한국정치 인애에서 길을 찾다)에서 정의의 문제를 다음 예를 들어서 설명했다. 삼성의 상속 재판을 예로 보면 법적 정의 판단은 있으나 본원적인 덕목(가족의 우애)이 사라졌다.  우리 사회는 본원적 덕목이 부족한 사회, 관계적 덕성이 부족한 사회이다.

– 미국사회의 자유주의가 개인주의적 자유주의이므로 이로 인해 나타나는 병폐가 우리사회에도 똑같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사회가 미국사회의 병폐와 너무 많이 닮아 있어, 문제 해결을 위한 처방 역시 우리사회에도 유사하게 처방할 수 있겠다.

– 보주 우파의 자유주의는 자유와 탐욕의 가치이고, 진보 진영은 평등의 가치와 개혁을 지향하지만 화석화된 이데올로기를 가지고 있어 현실과 괴리된 대안으로 대중으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진보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지면서 선거 때가 되면 보수진영에 손이 가는 결과를 볼 수 있었다.

– 근대화 이후 자유와 평등, 박애의 프랑스 혁명 정신 중 자유, 평등은 제도적으로 계승하였는데, 반면 박애는 이어지지 못했다. 우리 정치의 발전을 위해 박애, 사랑, 인애 정신이 필요하다. 사회본질적인 요소를 철학자의 입장으로 전하고자 저서 <제3정치 콘서트> 집필 및 정치활동 전개했다.

– 스페인 몬드라곤 경우에도 토대와 뿌리를 먼저 보아야한다. 현상만 도입할 것이 아니라 토대와 뿌리를 제도적·문화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야 본질적으로 성공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야 한다.

– 요하네스버그 회의 당시 활동가들에게 환경문제를 환경정의 시각으로 보지 않으면 절반 밖에 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전했다. 환경정의 시작으로 볼 때 환경문제 안에서 차별과 부정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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