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활동] 5인 노동자의 폭염생존기_농업노동자

2023-07-31


5인 노동자의 폭염생존기_농업노동자


 지난 7월 29일, 김천, 문경, 경산 등 경북에서 밭일하던 4명의 농부가 온열질환으로 쓰러져 숨졌다. 한국환경연구원의 2020 폭염영향보고서에 따르면, 날이 갈수록 악화해지는 기후위기로 인해 1973년에서 2019년까지 일최고기온 극값은 1.5℃, 폭염일수는 6.9일이 증가했고, 기후변화에 의해 21세기 후반기(2071년~2100년)는, 폭염일수가 22일로 증가 될 것이라 전망했다. 올해 또한 슈퍼 엘니뇨의 영향으로 적도 부근에서 다량의 수증기와 열이 한반도로 유입되어 매우 더운 날씨가 이어질 전망이다.

 폭염은 모든 계층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우리나라의 기온이 1도 올라갈 때 사망 위험이 5% 올라간다. 올해 환경정의 기후팀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폭염 속에서도 일할 수밖에 없는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를 만났다.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 중 이주 노동자는 2022년 말 기준 449,402명(취업자격 체류외국인)으로 전년 대비 16.3% 증가했다. 고용노동부의 고용행정통계를 보면 이주노동자의 농축산업 종사자 수는 전체 211,361명 중 24,809 명이다. 24,809명의 농업 이주노동자들이 온열질환에 노출될 확률이 높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농림어업의 온열질환 발생률은 전체 직업군별 중에서 두 번째로 높다. 

 

 여러 통계를 보았을 때, 내국인보다 폭염에 더 노출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대부분은 모순되게도 내국인보다 산재 사고나, 사망률이 낮게 집계된다. 이는 이주노동자의 노동환경이 내국인보다 더 낫다는 것이 아니라 산재를 신청하기 어려울 만큼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는 뜻이다. 환경정의는 실제 이주노동자들이 일하는 노동현장을 답사해 그들이 처한 현실을 기록했다.

 비닐하우스 내 온도는 42도. 안으로 갈수록 더 뜨거워진다. 그 뜨거움을 맨몸으로 견뎌야하는 이가 있다. 한국에 온 지 막 1년이 된 이주노동자 A씨는 작물에 농약을 뿌리는 일을 한다. 매우 더운 날이면 하루에 2리터짜리 물을 많게는 7병을 마신다. 비닐하우스 안에는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다. 여름날이면, 늘 머리가 아프다고 하지만 쉴 수가 없다. 오전 6시부터 시작된 노동은 점심시간 1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5시까지 이어진다. 하루에 기본으로 11시간을 일해야하는 것이다. 



“많이 더워요. 냄새 많이 나요. 땀 많이 흘려요. 그래도 괜찮아요.”

 

그래도 A씨는 괜찮아야 한다. 왜냐면 이주노동자의 취업은 고용허가제의 적용을 받아 사업장 이동의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에, 견디기 어려운 더위를 피해 더 나은 환경의 사업장으로 이동하려면 사업주의 서명이 담긴 서류가 있어야하고 다른 직군으로 이동할 수도 없다. 뜨겁게 달아오른 비닐하우스 안에서 마스크 하나로 농약 냄새를 맡는 것도 고통이다. 농약을 뿌리는 작업을 할 때는, 비닐하우스의 높은 온도와 맞물려 호흡을 위해 숨을 더 크게 쉬게 되고 그래서 공기 중의 유해 물질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된다.

 

“지금은 괜찮아요. 나중에 (고국으로) 돌아가서 콜록거려요. 아파요. 지금은 건강해요.”

 

그는 이런 환경에서 오래 버티면 콜록거리고 숨이 가쁜 증상이 나이가 들었을 때 더 안 좋아질 것을 알고 있었다. 쉬는 것도 문제다. 한 달에 2번 쉬고 매일 10시간 이상 42도 언저리의 비닐하우스에 장시간 노동해야 한다. 휴식시간도 없다.

 

“한국보다 고국이 더 더워요. 그래도 괜찮아요. 더울 때 쉬어요. 일 안해요. 한국은 일 많이 해요. 빨리 해야 해요.”


더울 때 울리는 재난문자도 A씨에게는 무용지물이다.

 

“문자와요. 근데 신경 안 써요. 무슨 말인지 몰라요.”

 

함께 동행 했던 포천 이주노동자센터장 김달성 목사는 한국의 이주노동자 정책은 이주노동자의 건강 안전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이윤의 극대화만을 위해 실행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농업 이주노동자가 주로 일하는 비닐하우스나  근로기준법 제63조  적용의제외에 해당하는 사업장으로 근로시간, 휴게 휴일에 관한 규정을 적용받지 못한다. 불법이 아니기 때문에 이 폭염 속에서도 농업 이주노동자들은 42도의 뜨거운 작업장에서 매일 10시간 이상씩 쉬지 않고 일해야 한다. 


 


 제 3세계 국가의 젊은 노동을 싼값에 쓰고 아프면 버린다. 실제로 추운 겨울날 비닐하우스에서 잠을 자다 돌아가신 속헹씨의 사망사고 이후로 여전히 이주노동자들은 비닐하우스로 덮인 곰팡이와 진흙에 그대로 노출된 불법 시설에 거주하고 있다.

 김달성 목사는 농업에 종사하는 이주 노동자들은 제조업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들보다 절단, 끼임 사고가 덜 일어나 당장은 산재사고가 없어 보이지만 농약 같은 유독성 물질에 노출되거나, 속헹씨처럼 온열·한랭 질환으로 인한 사망사고 등이 많을 거라고 본다. 그러나 산재 보상 보험이 있다는 것을 아는 이주 노동자들이 반도 안 되며, 알아도 고용허가제로 인해 사업주의 눈치를 보며 산재를 신청해 제대로 치료받는 경우가 드물다고 한다. 실례로 목사님이 만났던 농업노동자 중 6년 동안 농약을 뿌리는 일을 하다 불임 판정을 받은 이가 있다고 했다.

 도저히 사람이 장시간 동안 일할 수 없을 것처럼 보였던 42도의 비닐하우스 아래, 이주노동자들이 있었다. 사람이 거주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창고 같은 건물에서 속헹씨가 사망했다. 어디에도 안보였으나 거기 사람이 있었다.

 기후위기가 진행될수록 폭염은 더 악화되고 일상이 될 것이다. 폭염은 이미 이주노동자들에게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기이다. 그 누구도 소비재처럼 사용되어서는 안된다. 국적과 관계없이 국내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을 폭염으로부터 안전히 보호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환경정의 기후팀은 폭염에 취약한 5군의 노동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을 기록하고,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긴 사례를 모아 당사자가 요구하는 폭염 정책 대안을 토론회를 통해 제안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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