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활동] 5인 노동자의 폭염생존기_배달노동자

2023-08-02

5인의 노동자 폭염생존기_배달노동


“라이더도 노동자일 수 있을까?”

 

지난 8월 1일, 배달노동자 B씨를 만나 들었던 질문이다. 오전 10시부터 31도에 달했던 폭염 속에서도 그는 일을 쉴 수 없다. 폭염은 공평하지 않다. 40도가 넘나드는 뜨거운 아스팔트 위를 헬멧과 보호장비를 찬 채, 버티며 일하는 배달노동자는 기후위기 최일선 당사자이다.

 

 환경정의 기후팀은 더 악화되는 기후위기로 인해 심화되는 폭염 속 취약한 5개 노동군 중 하나로 배달노동자를 만나 인터뷰와 현장을 기록했다.

 

배달노동자 B씨의 하루는 오전 9시부터 시작해 저녁 9시에 끝난다. 뜨거운 여름에도 예외는 없다. 속한 플랫폼의 폭염할증은 폭염 속 노동을 부추길뿐만 아니라 실제 측정 기준 온도가 현장과 맞지 않다.

 


 폭염 할증 명목으로 주는 1,000원은 기상청의 기상 온도가 33도 이상일 때 주문을 받는 배달라이더에게 지급한다. 그러나 측정 온도에 맞게 제대로 지급되지 않을 때도 있다. 실제로 동행 당시 기상청의 기상 온도가 33도였고, 도로 현장의 온도 또한 이미 34도를 기록했지만 기상할증이 붙지 않았다.

 

 누구나 쉽게 할 수 있고 주문 건수대로 돈을 받을 수 있다는 배달 일의 장점은 오히려 폭염 재난에서 독이다. 누구나 일할 수 있으니 주문 건수에 비해 배달라이더의 수가 많아 생업을 위해선 다른 사람보다 먼저 주문을 받아야하고, 주문 건수대로 돈을 받으니 다치거나 위험한 극한기후라고 쉬면 수입이 적어진다. 배달노동자 B씨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총 12시간씩 일해야 하는 이유다.

 

 중간에 잠시 그늘 밑으로 들어가서 헬멧을 벗게 되면 다음 콜에 늦는다. 어지럽거나 땀을 너무 흘린다고, 쉴 새 없이 들어오는 콜을 하루에 50번 이상 거절하면 콜 지급 지연이라는 패널티를 받게 된다. 그래서 운전 중에도 들어오는 콜을 쉽게 거절하기 어렵다.

 

 배달노동자 B씨는 폭염 속 오전 9시부터 1kg가량의 헬멧과 땀 흐르는 것을 막기 위한 레쉬가드, 마스크를 착용한 채 내리쬐는 땡볕에서 콜을 기다린다. 설상가상으로 기후위기로 인해 여름이 갈수록 뜨거워진다.

 

“달라요. 진짜 하이바를 쓰고 있으면요. (체감온도가) 한 50도이지 싶어요. 

라이더 동료들이 진짜 이러다 객사하겠다고 얘기해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배달노동자 B씨는 플랫폼이 생기기 전부터 일해 13년 넘게 배달 일을 했다. 여름철의 폭염 강도가 햇볕은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진다고 말한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는 일을 쉴 수 없는 B씨를 더 극한 상황으로 내몰았다. 산업안전공단의 온열질환 가이드라인에서는 물, 그늘, 휴식을 강조하지만 B씨에겐 먼 이야기이다.

 

“쉬는 시간은 그거에요. 2시에 밥을 먹으면 그게 쉬는 시간이죠.

 30, 40분이고요. 다시 콜 받으러 나가야 해요."

"아이스박스에 얼음물 2개를 갖고 다녀요. 배달 물건 픽업하러 식당에 들어가면, 물을 정말 먹고 싶어도 물을 달라고 말을 못했어요. 

왜냐면 괜히 내가 달라고 해서 한 소리 들으면 저도 기분이 안 좋잖아요.”


 


배달플랫폼은 배달라이더들의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쿨시트나 쿨토시 등 프로모션을 제공해준다고 홍보하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일하는 라이더들에게 다 주는 게 아니라요, 플랫폼의 기준을 채우면 받을 수 있는데 

하루에 한 두 시간도 쉬지 않고 12시간씩 일하는 저같은 사람도 못 받았어요.

 

시에서 운영하는 이동노동자 쉼터는 얼마나 도움이 될까?

 

“있어도 배달라이더 수에 비해 적어요. 그리고 대부분 2층, 4층에 위치해 있으니까요. 시간싸움이잖아요? 

생계가 급한 사람들은 왔다갔다 못하는 거예요. 주차장이 없어도 또 못가죠. (오토바이) 댈 데가 없으니까.”

 그는 현실적인 대책 마련으로 극한기후에 경쟁을 부추기는 운영을 멈추고 안전교육을 포함한 라이더 자격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한다. 또한 가장 더운 오후 2시에서 4시경 사이에 플랫폼 차원에서 배달 라이더들을 쉬게 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호해야 한다고 말한다.

 

“배달라이더가 근로자(노동자)일 수 있을까? 그런 생각을 많이 해요. 코로나 때는 필수 노동이라고 빠르게 배달한다고 띄워줬잖아요?? 

근데 저희 조합원 중 하나가 배달하다 사망사고가 났어요. 상대방이 신호위반 해서 사고가 났는데 

그 밑에 댓글이 ‘그래, 오토바이가 신호위반 했으니까’, ‘니가 신호위반 했잖아’ 이래요. 두 번 죽이는 거죠.‘

 

 배달라이더는 노동자일 수 있을까? 2021년 7월경, 배달노동자 조합인 라이더유니온은 ‘온라인 라이더 증언대회’에서 폭염 속 라이더의 현실을 증언했다. 라이더들은 ‘머리가 띵하고 어지럽다’, ‘몸에 땀띠가 나서 괴롭다’ 등의 고충을 토로하며 온열질환의 위험 속에서 일하는 노동자에 대한 안전 대책을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2년이 지난 지금, 실제로 환경정의가 만난 배달노동자 B씨는 여전히 비슷한 고충을 토로했다. 2년 전과 변한 것이 없다.

 

 배달노동자 B씨가 주저하며 ‘배달라이더도 근로자일 수 있을까?’라고 말한 이유기도 하다. 물론 신호위반하는 배달라이더가 있다. 그러나 이를 오로지 일하는 ‘노동자’의 잘못으로 보아서는 안 된다. 노동자 스스로 안전을 신경 쓰지 못할 만큼 극한상황으로 내모는 시스템을 주시해야 할 때다. 우리 사회가 점점 더 심화되는 폭염에 생계를 이어가는 최일선의 당사자, 배달라이더들을 ‘일하는 사람’으로 인식해야 한다. 폭염노동의 사각지대에 있는 기후위기 당사자, 배달라이더 또한 안전한 노동을 할 수 있도록 노동자의 안전을 보호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등의 적용을 받을 필요가 있다.



환경정의 기후팀은 폭염에 취약한 5군의 노동현장을 직접 방문하여 현장을 기록하고,

 당사자의 목소리가 담긴 사례를 모아 당사자가 요구하는 폭염 정책 대안을 토론회를 통해 제안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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