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2026 지방선거, ‘성장 서사’ 넘어 ‘환경 자치’의 구조적 전환으로 [황성익 변호사의 ‘정·비·공’ @환경일보]

2026 지방선거, ‘성장 서사’ 넘어 ‘환경 자치’의 구조적 전환으로: 다섯 가지 문제 해결적 관점 제안

황성익 | 법무법인 케이씨엘 파트너 변호사, ㈔환경정의 집행위원   

*본 글은 환경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대한민국의 지방자치가 거대한 패러다임의 변곡점에 서 있다. 2026년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는 단순히 지역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정기적 행사를 넘어, 기후 위기와 산업 구조 재편이라는 이중 과제 속에서 지방정부의 ‘환경 주권’과 ‘실행 역량’을 증명해야 하는 시험대다.

지난 민선 8기 선거 공약은 물론 과거 지방선거의 공약들의 대다수는 지역 개발에 편중되었던 관성이 있다. 이제는 환경을 행정의 부수적 요소가 아닌 핵심적인 지방자치행정의 동력으로 격상시켜야 한다. 특히 2026년은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현장에서 구체화되는 시점인 동시에, 수도권 생활폐기물 직매립 금지가 시행되는 대전환의 해이기도 하다. 다만, 최근 정치권 일각에서 지방선거 일정에 맞춰 충분한 숙의 없이 밀어붙이는 ‘행정통합 특별법’ 논의는 자치권 강화라는 명분 뒤에 환경 규제 무력화라는 독소 조항을 숨기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번 지방선거의 환경 의제는 파편화된 현안 대응을 넘어 다음 5가지 구조적 층위에서 재편되었으면 한다.



갈등 관리 및 거버넌스 관점: ‘행정 효율’에서 ‘사회적 수용성’으로

환경 문제는 본질적으로 이해관계자가 충돌하는 ‘갈등의 장’이다. 과거의 행정은 신속한 인프라 구축에는 유리했으나, 현재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나 수도권 소각장 입지 문제에서 보듯 주민의 동의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아갈 수 없는 ‘신뢰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전문적인 갈등 해결을 위해 지자체는 ‘위해-소통(Risk Communication)’ 체계를 조례로 제도화해야 한다. 용인 산단이 요구하는 막대한 전력과 용수 공급은 용인시라는 단일 지자체의 범위를 초과하는 난제이며, 송전망 경과지 주민들과의 극한 갈등을 내포하고 있다.

또한 마포구와 인천 검단의 소각장 갈등은 지자체가 단순히 규제자가 아닌 ‘사회적 조정자’로서의 역량을 시험받는 무대다. 차기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개방형 입지 선정 절차’를 통해 초기 단계부터 주민에게 거부권이나 이익 공유권을 부여하고, ‘인천환경정책ON’ 사례처럼 시민이 직접 정책을 정의하고 투표로 우선순위를 정하는 거버넌스 모델을 정책화해야 한다. 특히 최근 시민사회가 경고하듯 주민 참여와 숙의가 생략된 행정통합은 갈등을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민주적 정당성을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시장 지향적 유인 관점: ‘명령 규제’에서 ‘경제적 인센티브’로

환경 문제를 시장실패의 결과로 보고, 경제적 동기 부여를 통해 자발적 개선을 유도하는 접근은 정책의 실효성을 극대화한다. 이는 환경 보호를 경제 성장의 저해 요소가 아닌 동력으로 삼는 ‘녹색성장 전략’의 핵심이다. 낙동강 유역의 취수원 다변화 갈등 해결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정부가 제시한 강변 여과수 및 복류수 활용 방안은 상류 지자체에 대한 일방적 규제 대신 정수 비용 절감분이나 수자원 이용에 대한 경제적 보상을 체계화하여 지자체 간 분쟁을 해결하는 유연한 수단이 될 수 있다.

또한, 경기도의 ‘에너지 고속도로’ 모델처럼 도로 건설 시 하부에 전력망을 공동 건설하여 송전 효율을 높이고 지역 에너지 자립을 돕는 사업은 민간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2025년부터 강화된 ‘바이오가스 생산목표제’나 배출권 거래제 외부 감축 사업 지원과 같이 주민과 기업이 환경 개선 행위로 직접적인 편익을 얻는 정책이 고려되어야 한다.



지방 분권과 자치 역량 관점: ‘위임 사무’에서 ‘환경 주권’으로

환경 문제의 ‘지역성’은 해당 지역의 지자체가 그 문제를 가장 잘 해결할 수 있고 상위기관은 보충적으로 개입하여야 한다는 ‘보충성의 원칙’을 요구한다. 전북, 강원, 제주 등 특별자치도가 환경영향평가 권한을 이양받고 특례시가 확대되는 것은 자치권 강화의 중대한 기회다. 하지만 권한의 이양은 전문적 역량이 담보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지자체가 중앙정부의 권한을 가져오는 것에만 몰두하여 환경·기후변화·건강영향평가 협의권 등을 ‘난개발 셀프평가’의 수단으로 전락시킨다면, 이는 자치분권의 본래 취지를 망각하는 것이다.

지방자치법 제13조가 명시한 자치 사무인 자연보호와 생활환경 시설 관리를 능동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지역 특화형 ‘물순환 기본 조례’나 ‘탄소중립 지원센터’를 통한 독자적인 정책수립이 필요하다. 포항시가 ‘그린웨이 프로젝트’를 통해 폐철도 부지를 도시숲으로 바꾸며 산업도시에서 녹색도시로 탈바꿈한 사례는 지자체의 자율적 기획력이 도시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준다. 지자체가 독립적인 환경 입법 주체가 기능하기 위하여 조례의 실효성과 타당성을 분석하는 ‘조례입법평가제도’를 강화하여 의정역량을 높여야 한다.



환경 정의와 건강 관점: ‘수치적 감축’에서 ‘체감하는 건강권’으로

환경오염의 피해가 특정 계층이나 지역에 집중되는 ‘환경 부정의’는 사회적 통합을 저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이다. 전문행정영역으로서 환경은 이제 탄소 배출량이라는 추상적 수치를 넘어, 주민의 일상적 건강을 증진하고 형평성을 보강해야 한다. 지방선거 후보자들은 ‘지역 환경보건계획’ 수립을 통해 오염 취약 지역에 대한 정밀 역학조사와 피해 구제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새만금 갯벌 소멸로 인한 연안 어획량 감소가 주민의 생계와 지역 공동체에 미친 구조적 영향을 분석하고, 이를 복원하기 위한 해수 유통 및 생태계 관리 대책을 공약화해야 한다. 또한, 폭염과 한파 등 기후 재난에 취약한 노후 주거지에 대한 ‘그린 리모델링’ 지원과 ‘에너지 기본권’ 보장은 단순한 복지를 넘어 환경 정의의 생활 속 실현수단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정책 결정 과정에서도 여성, 청년, 돌봄 노동자 등 다양한 삶의 체험이 반영되고 미진한 부분이 없도록 기후 거버넌스의 민주성과 다양성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지속가능성과 환경 윤리 관점: ‘기술적 해결’에서 ‘근본적 가치 전환’으로

마지막으로, 단기적 성과나 인공 구조물에 의존하는 기술적 해법을 넘어 미래 세대와 자연 생태계와의 공존을 고려하는 ‘환경 윤리’적 관점이 필요하다. 이는 인간 중심주의를 탈피하여 지역의 생태적 한계를 인정하는 전문적 성찰을 요구한다.

창원특례시의 ‘온실가스 감축인지 예산제’ 도입 추진 사례에서 보듯이 ‘탄소 예산(Carbon Budget)’ 제도를 적극 도입해야 한다. 이는 한 해 동안 배출할 수 있는 온실가스 총량을 미리 설정하고 주민들이 직접 그 배분 우선순위를 정하는 ‘주민참여형 탄소예산제’로 발전될 수 있다. 또한 주요 투자 사업의 기후 영향을 사전에 정밀하게 검증하여,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미래세대의 자원을 앞당겨 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자치와 협력으로 만드는 ‘회복력 있는 지역 사회’

2026년 지방선거의 성패는 환경 이슈를 주민의 ‘권리’와 어떻게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시민들은 이미 ‘대전 기후정의 시민요구안’ 워크숍 등에서 보듯이 스스로 정책을 정의하고 대안을 제안하는 주체로 거듭나고 있다. 포항시, 울산광역시, 경주시가 ‘해오름동맹’을 통해 초광역 경제-환경 벨트를 구축하고 이차전지 및 저탄소 철강 산업의 전환을 공동으로 꾀하듯, 지자체는 이제 경계를 넘어 자원과 위험을 공유하는 협력적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방자치법 제13조가 예시한 환경 사무는 이제 지역의 생존을 결정하는 생존사무이다. 자발적인 참여와 숙의가 결여된 졸속 통합보다는 거버넌스를 통해 지역 맞춤형 해법을 찾되, 시장 유인과 환경 정의를 동시에 고려하고, 장기적인 환경 윤리를 지향해야 한다.

출처 : 환경일보(https://www.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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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경 사진: Unsplash의 Karsten Wü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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