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자연 그 자체의 피해는 누가 소송할 수 있는가 [황성익 변호사의 ‘정·비·공’ @환경일보]

해외 판례 소개: 아마존 기후소송과 환경민주주의의 한 장면

황성익 | 법무법인 케이씨엘 파트너 변호사, ㈔환경정의 집행위원   

*본 글은 환경일보에 실린 글입니다.


브라질 아마존에서 한 목축업자가 여러 해에 걸쳐 약 5600헥타르의 산림을 불법으로 훼손한 사건이 있었다. 산림은 벌채되고 불태워졌으며 그 자리에는 목축을 위한 초지가 조성됐다. 브라질에서는 이미 같은 피고를 상대로 여러 건의 공익민사소송이 제기되어 훼손지역의 복구와 사용금지, 환경손해의 배상 등이 다뤄지고 있었다.

그런데 2023년 9월 브라질 연방환경청 IBAMA는 목축업자 디르세우 크루거를 상대로 ‘기후손해에 관한 공익민사소송(Ação Civil Pública por Dano Climático)’을 새로 제기했다. 산림 자체의 훼손뿐 아니라 숲에 저장돼 있던 탄소와 앞으로 탄소를 흡수할 기능까지 사라졌다면, 그로 인해 기후시스템에 발생한 손해도 별도로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IBAMA는 이를 약 2억9211만 헤알의 손해로 산정했다.

2024년 7월 아마조나스 연방법원은 본안판결에 앞선 긴급처분 단계에서 기후손해를 환경손해의 한 유형으로 다룰 수 있다고 보고, 위 금액을 한도로 피고의 재산을 동결하고 탄소흡수원 조성 등의 조치를 명했다. 다만 손해액과 산정 방법은 향후 증거조사를 통해 다시 심리하도록 했고, 사건은 현재도 본안 심리가 진행 중이다.

이 사건에는 손해액 못지않게 중요한 지점이 있다. 누가 이러한 손해를 법원에 가져갈 수 있었느냐는 것이다. 원고는 피해 주민도, 검찰도 아니었다. 브라질 연방환경청 IBAMA가 직접 원고가 됐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1985년 제정된 브라질 ‘공익민사소송법’(Lei 7.347/1985)이다. 이 법은 ‘환경’을 독립적인 보호 대상으로 삼고, 금전배상뿐 아니라 환경의 복구나 훼손행위의 중지도 청구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검찰과 정부뿐 아니라 IBAMA와 같은 공법상 자치기관, 일정한 요건을 갖춘 공익단체에도 원고가 될 자격을 부여한다.

IBAMA 역시 이번 소송을 개인의 재산손해가 아니라 ‘확산적 권리(direitos difusos)’인 환경법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민사소송으로 제기했다.

이 제도는 국가가 자기 소유의 토지를 보호하는 소송과는 다르다. 이 사건의 선행 산림훼손은 연방 공공토지에서 이루어졌지만, 개인 소유 산림이라도 그 훼손이 공동의 환경법익을 침해한다면 공익민사소송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내 땅의 손해’와 ‘우리 환경의 손해’를 서로 다른 법익으로 보는 것이다. 금전배상 역시 원고가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기금에 귀속시켜 훼손된 법익의 복원에 사용한다.

그 배후에는 브라질 헌법의 환경관이 있다. 공익민사소송법은 1985년에 먼저 제정됐지만, 1988년 헌법 제225조는 모든 사람이 ‘생태적으로 균형 잡힌 환경’을 누릴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고 국가와 공동체에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해 이를 보호할 의무를 부과했다. 제129조도 환경과 같은 확산적·집단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민사소송을 헌법적 차원에서 명시한다. 헌법이 환경을 공동의 법익으로 선언했다면, 공익민사소송법은 그 법익을 실제 법정에서 주장할 사람과 방법을 정한 셈이다.

우리 법제에서도 환경피해로 사람이 병에 걸리면 그 사람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고, 토지가 오염되면 소유자가 재산손해를 주장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손해가 언제나 특정인의 생명·신체·재산 손해로 환원되는 것은 아니다. 습지가 사라지고 하천의 생태적 기능이 훼손되며 생물종과 서식지가 없어지는 경우, 특정 개인의 손해를 계산하기는 어려워도 환경 자체의 손해는 존재할 수 있다.

문제는 그 손해를 누가 주장할 것인가이다. 환경은 모두의 것이지만 어느 한 사람의 것은 아니다. 브라질 제도의 특징은 환경이라는 공동의 법익을 인정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법정에서 주장할 ‘제도적 원고’까지 마련했다는 데 있다. 이번 기후소송도 새로운 소송제도를 만든 사건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던 공익민사소송의 틀 안에 ‘기후손해’라는 새로운 환경손해가 들어온 사건이다.

우리나라에도 선정당사자제도, 증권관련 집단소송, 소비자와 개인정보 분야의 단체소송 등 집단적 권리구제수단이 있다. 그러나 민간의 행위로 발생한 환경 그 자체의 손해에 대해 일정한 공공기관이나 대표성 있는 공익단체가 독립된 원고로 나서 복구와 금지, 필요한 경우 배상까지 청구할 수 있는 일반적인 공익대표소송의 통로는 제한적이다.

이 문제는 환경민주주의와도 연결된다. 환경정보에 접근하고 정책결정에 참여하는 것뿐 아니라, 공동의 환경법익이 침해됐을 때 법원을 통해 그 회복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사법에 대한 접근 역시 환경민주주의의 한 축이다. 브라질 제도를 그대로 도입하자는 것은 아니다. 대표성과 전문성, 남소 방지 등 검토할 문제가 적지 않다. 그러나 여러 사람의 개별 손해를 하나로 모아 구제하는 것과, 애초에 어느 한 개인에게 귀속시키기 어려운 공동의 환경법익을 누가 대표할 것인가는 다른 문제다.

브라질 법원이 다룬 이 아마존 산림훼손 사건은 우리에게 한 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환경 그 자체가 훼손되었을 때, 누가 그 손해를 법정에서 주장할 것인가. 환경을 공동의 법익이라고 선언하는 것과 그 법익을 실제 법정에서 보호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공동의 환경을 대표해 법정에 설 수 있는 원고를 마련하는 것, 그것 역시 환경민주주의의 중요한 조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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