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하 폭우 참사 2주기. 서울시 반지하 침수대책 평가
- 서울시 반지하 침수 대책은 성과 중심의 대책과 장마철 반짝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 -
반지하 폭우 참사 2주기이다. 지난 참사는 예견된 참사였다. 1988년 공동주택의 지하층 건축 기준이 완화되면서 반지하주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물난리가 날 때마다 반지하에 사는 거주자들이 침수피해를 겪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반지하의 침수위험과 예방 대책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서울시에서 반지하 침수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반지하 상당수가 침수됐을 때와 같이 큰 피해가 있었을 때마다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대책 발표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대책을 내놓기만 했을 뿐 대책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보완이 없었으며 이러한 미온적 대응으로 반지하 침수피해가 반복되어왔던 것임을 의미한다.
그렇게 2022년 8월 8일 밤, 집중호우로 반지하에 갇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참사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피해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또 한 번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의 서울시 행보를 보면 반지하 침수에 대한 대비 보다, 실적을 포장하고 성과 미흡에 대한 비난을 대비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반복되는 관행적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반지하 폭우 참사가 또다시 발생하게 되진 않을지 대단히 우려스럽다.
지난 6월 환경정의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대상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설치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필요한 1만5100호 모든 가구에 100% 설치 완료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힌 반지하 가구는 2만8537호이다. 침수방지시설 설치대상의 약 절반 정도만 설치한 것인데, 어떻게 설치율이 100%가 될 수 있는가? 담당 부서에 문의한 결과, 침수방지시설 설치에 동의한 가구는 100% 설치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는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필요하지만, 소유주, 거주자의 설치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설치 동의를 구하지 못했던 점 등의 이유로 아직 설치가 안 된 반지하주택가 남아있는 것이다.
침수방지시설은 주택으로 침투하는 빗물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필요하지만, 아직 설치가 안 된 반지하주택 대상 설치 의사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거나 행정 조치를 통해 의무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침수방지시설 중 하나인 물막이판이 설치되더라도 제 기능을 다 못하고 있는 설비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며, 건축물 유형별 적정한 물막이판 기준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 적절한 물막이판을 설치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침수방지시설로 막을 수 있는 수위를 넘는 경우 반지하에 물이 들어찰 수 있으므로 반지하 거주자 대상 강수량별 침수 수위 등 침수위험에 대한 정보 제공과 피난 시설(개폐식 방범창, 안여닫이 현관문 등) 확충 등을 통해 침수 및 침수위험 시 반지하 거주자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피난 대책 역시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 사고 이후, 점진적으로 반지하를 퇴출하겠다며 ‘반지하 매입’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7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반지하주택 매입 실적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통해 SH는 2,718호의 반지하주택을 매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부 매입 내용을 보면 반지하주택에 해당하는 가구는 587호에 불과했다. SH에서 발표한 반지하 매입 가구 수는 다가구주택 건물을 매입, 그 건물에 있는 지상층을 포함한 가구 수였으나 마치 2,718호 모두 반지하인 것처럼 포장해 놓은 것이다.
SH와 서울시는 눈속임으로 반지하 매입 실적을 부풀릴 것이 아니라, 반지하주택 폐지 및 매입에 속도를 내야 하며, 그 방향은, 침수흔적도와 침수예상도 등을 고려해 침수위험도를 파악하고 주택 노후도 등 반지하주택에 대한 정보 등을 고려해 침수위험이 큰 반지하주택을 우선적 폐지 및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반지하 폐지와 함께 반지하 거주자들이 거처를 옮길 수 있는 적절한 이주 대책 마련은 필수다.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토교통부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2023년 ‘주거 사다리 지원사업’에 따라 반지하주택에 살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3290가구뿐이었으며, 이마저도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2810가구)이었다. 전세임대주택은 입주자로 선정된 자가 직접 주택을 물색해오면 지원한도액 범위 내에서 전세금을 대출해주는 제도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보증금 지원 한도는 1억 3000만 원인데, 서울에서 이 금액으로 갈 수 있는 선택지는 또 다른 열악한 주거뿐이며, 고령자 등은 집을 알아보기 쉽지 않아 신청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시의 주거 상향 정책인 ‘반지하 특정바우처’는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이주 시, 최장 6년간 월세 2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상층과 지하층의 임대료 차이가 커서 해당 지원금으로 지상층으로 이주하기엔 부족하며, 바우처 지원을 받더라도 거주비용이 감당되지 않아 다시 반지하로 돌아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보증금지원형 위주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거비 지원 등 현 대책과 수준으로는 반지하 거주 가구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서울시와 SH는 반지하 가구의 주거 상향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 맞다면, 매입임대주택 확대 등 실질적인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극한 호우 증가 등 이상기후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 지금까지와 같은 성과 중심의 대책과 장마철 반짝 보여주기식 행정으로는 극단적 폭우로 인한 반지하주택 침수를 막을 수 없다. 서울시는 반지하주택 거주자가 침수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 시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은 서울시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다.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지금의 반지하 침수대책에 대한 점검 및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 그 책무를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8월 5일
환경정의
반지하 폭우 참사 2주기. 서울시 반지하 침수대책 평가
- 서울시 반지하 침수 대책은 성과 중심의 대책과 장마철 반짝 보여주기식 행정에 불과 -
반지하 폭우 참사 2주기이다. 지난 참사는 예견된 참사였다. 1988년 공동주택의 지하층 건축 기준이 완화되면서 반지하주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이후 물난리가 날 때마다 반지하에 사는 거주자들이 침수피해를 겪는 사례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이에 반지하의 침수위험과 예방 대책의 필요성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서울시에서 반지하 침수대책을 내놓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10년 태풍 곤파스로 인해 반지하 상당수가 침수됐을 때와 같이 큰 피해가 있었을 때마다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대책 발표와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는 대책을 내놓기만 했을 뿐 대책에 대한 충분한 평가와 보완이 없었으며 이러한 미온적 대응으로 반지하 침수피해가 반복되어왔던 것임을 의미한다.
그렇게 2022년 8월 8일 밤, 집중호우로 반지하에 갇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지난 참사 이후,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피해에 철저히 대비할 것을 또 한 번 약속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지금까지의 서울시 행보를 보면 반지하 침수에 대한 대비 보다, 실적을 포장하고 성과 미흡에 대한 비난을 대비하는 데 더욱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의 반복되는 관행적 보여주기식 행정으로 반지하 폭우 참사가 또다시 발생하게 되진 않을지 대단히 우려스럽다.
지난 6월 환경정의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서울시 대상 ‘반지하 침수방지시설 설치현황’ 자료를 요청했다. 서울시는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필요한 1만5100호 모든 가구에 100% 설치 완료했다고 응답했다. 지난해 서울시가 침수방지시설이 필요하다고 밝힌 반지하 가구는 2만8537호이다. 침수방지시설 설치대상의 약 절반 정도만 설치한 것인데, 어떻게 설치율이 100%가 될 수 있는가? 담당 부서에 문의한 결과, 침수방지시설 설치에 동의한 가구는 100% 설치했다는 답변을 받았다. 이는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필요하지만, 소유주, 거주자의 설치 의사를 확인하지 못했거나 설치 동의를 구하지 못했던 점 등의 이유로 아직 설치가 안 된 반지하주택가 남아있는 것이다.
침수방지시설은 주택으로 침투하는 빗물을 막을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침수방지시설 설치가 필요하지만, 아직 설치가 안 된 반지하주택 대상 설치 의사를 적극적으로 확인하거나 행정 조치를 통해 의무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침수방지시설 중 하나인 물막이판이 설치되더라도 제 기능을 다 못하고 있는 설비도 많은 것으로 파악되며, 건축물 유형별 적정한 물막이판 기준 등 구체적이고 명확한 지침을 마련해 적절한 물막이판을 설치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침수방지시설로 막을 수 있는 수위를 넘는 경우 반지하에 물이 들어찰 수 있으므로 반지하 거주자 대상 강수량별 침수 수위 등 침수위험에 대한 정보 제공과 피난 시설(개폐식 방범창, 안여닫이 현관문 등) 확충 등을 통해 침수 및 침수위험 시 반지하 거주자들이 신속히 대피할 수 있도록 하는 피난 대책 역시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는 반지하 침수 사고 이후, 점진적으로 반지하를 퇴출하겠다며 ‘반지하 매입’ 등의 대책을 내놓았다. 올해 7월,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반지하주택 매입 실적을 홍보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를 통해 SH는 2,718호의 반지하주택을 매입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세부 매입 내용을 보면 반지하주택에 해당하는 가구는 587호에 불과했다. SH에서 발표한 반지하 매입 가구 수는 다가구주택 건물을 매입, 그 건물에 있는 지상층을 포함한 가구 수였으나 마치 2,718호 모두 반지하인 것처럼 포장해 놓은 것이다.
SH와 서울시는 눈속임으로 반지하 매입 실적을 부풀릴 것이 아니라, 반지하주택 폐지 및 매입에 속도를 내야 하며, 그 방향은, 침수흔적도와 침수예상도 등을 고려해 침수위험도를 파악하고 주택 노후도 등 반지하주택에 대한 정보 등을 고려해 침수위험이 큰 반지하주택을 우선적 폐지 및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반지하 폐지와 함께 반지하 거주자들이 거처를 옮길 수 있는 적절한 이주 대책 마련은 필수다.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토교통부 등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2023년 ‘주거 사다리 지원사업’에 따라 반지하주택에 살다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도시주택공사(SH)가 제공하는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3290가구뿐이었으며, 이마저도 ‘전세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경우가 대부분(2810가구)이었다. 전세임대주택은 입주자로 선정된 자가 직접 주택을 물색해오면 지원한도액 범위 내에서 전세금을 대출해주는 제도이다. 취약계층에 대한 보증금 지원 한도는 1억 3000만 원인데, 서울에서 이 금액으로 갈 수 있는 선택지는 또 다른 열악한 주거뿐이며, 고령자 등은 집을 알아보기 쉽지 않아 신청할 엄두조차 내기 어렵다는 한계도 있다.
서울시의 주거 상향 정책인 ‘반지하 특정바우처’는 반지하 거주자가 지상층으로 이주 시, 최장 6년간 월세 20만 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지상층과 지하층의 임대료 차이가 커서 해당 지원금으로 지상층으로 이주하기엔 부족하며, 바우처 지원을 받더라도 거주비용이 감당되지 않아 다시 반지하로 돌아오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보증금지원형 위주의 공공임대주택 공급, 주거비 지원 등 현 대책과 수준으로는 반지하 거주 가구가 안전하고 안정적으로 이주하는 데 한계가 분명하다. 서울시와 SH는 반지하 가구의 주거 상향에 대한 의지가 있는 것이 맞다면, 매입임대주택 확대 등 실질적인 주거사다리 역할을 할 수 있는 대안을 고민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기후위기로 극한 호우 증가 등 이상기후가 계속해서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의 지금까지와 같은 성과 중심의 대책과 장마철 반짝 보여주기식 행정으로는 극단적 폭우로 인한 반지하주택 침수를 막을 수 없다. 서울시는 반지하주택 거주자가 침수위험으로부터 벗어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울 시민의 주거권을 보장하는 것은 서울시가 마땅히 해야 할 의무이다.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자들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여 지금의 반지하 침수대책에 대한 점검 및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이행해 그 책무를 다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2024년 8월 5일
환경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