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COP 자체가 문제임을 드러낸 COP26, 또다시 기후정의를 외면하다



COP 자체가 문제임을 드러낸 COP26, 또다시 기후정의를 외면하다

 

제26회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진통 끝에 마무리되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결과는 초라하고 지구 기후와 생명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기후 과학과 인권의 목소리보다 주요국의 경제적 이해 득실이 회의를 좌우했기 때문에 예견된 결과이기도 하다. 

회의는 지난 10일 발표된 초안과 이후 나온 새로운 문구의 안을 거치면서 더욱 후퇴해갔다. 석탄 사용 중단과 감축 계획 강화는 각국의 실효성 있는 온실가스 감축을 보장하기 위해 핵심적인 것이다. 일각에서는 그나마 화석연료에 관한 언급이 최초로 포함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원인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할지를 분명히 하는 것이다. 

‘탄소저감 장치가 갖춰지지 않은’ 석탄 사용과 ‘비효율적인’ 화석연료 보조금 단계적 중단 같은 전제를 단 표현은, 어떻게든 석탄 사용과 보조금을 지속하기 위한 눈가림에 불과하다. 각국이 내년까지 1.5도에 부합하는 보다 강화된 탄소 감축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항은, 이번에 새로 취합된 NDC가 지구 온난화를 막기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을 다시금 분명하게 확인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이 요청 수준으로 가능할지는 의문스럽다. 또한 이번 회의는 기후 지원금 수준과 시한을 명시했다. 이 역시 규모와 집행에서 기후취약국의 피해를 보상하고 예방할 수 있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 선진국과 개도국 사이의 기후정의 실현은 또다시 묵살되고 지연되었다. 

기후변화 당사국총회는 이제까지 25차례 거의 동일한 모습을 반복해왔다. 약속의 이행을 오늘이 아닌 내일로 미루고, 정작 기후변화의 중요한 원인과 책임에 대한 이야기는 외면하며, 당사국들과 그 배후의 기업들이 수용가능한 수준에서 문구를 조정하고 타협하며, 대단한 결과가 나온 양 포장해서 발표하는 연례 행사였다. 이번 글래스고의 COP26 역시 그 궤를 벗어나지는 않았다. 이러한 회의의 구조와 관행을 비판하며 장외에서 필사적으로 기후정의를 외치는 시민사회의 행동이 더욱 절실히 펼쳐졌던 게 달랐을 뿐이었다. 

국제 기후운동은 “티핑포인트 1.5도라는 분명한 목표 위에 논의를 진행할 것, 불확실한 기술적 흡수 수단 포함하는 ‘탄소중립(net-zero)’이 아니라 빠른 시일 내의 배출제로를 지향할 것, 선진국이 기후피해국과 취약국에 충분한 책임과 지원을 할 것, 기후위기의 당사자들이 전면에 나서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당사국총회의 공식 회의가 추상적 문구만 가지고 공방을 벌이는 동안, 기후변화의 핵심 원인과 가장 중요한 해법들은 배제되었다. 당사국총회 자체가 함께 바뀌어야 할 체제의 일부임이 확인된 것이다. 

이번 COP26에 대한 한국 정부의 대응은 부끄러울 지경이었다. 산술적으로 급조된 2050년 탄소중립 시나리오와, 숫자놀음으로 감축량을 기만한 NDC를 제출하며, 마치 모범적인 역할을 한 것처럼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의 시나리오와 목표를 면밀히 살펴보는 국제사회로부터 결코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었다. COP회의에 참석한 대통령은 탈석탄 시점을 국제기준에 턱없이 부족한 2050년으로 제시하는가 하면, 며칠 뒤 산업부 장관이 서명한  ‘2030년대 탈석탄 선언’에 대해서는 단순한 ‘노력’의 의미로 해명하는 등 무책임한 행태를 보였다. 또한 당사국총회를 전후로 한국의 산업계와 보수 언론은 이러한 목표가 과도하다는 목소리를 내기 바빴다. 기후변화의 심각성과 대응의 절박함 앞에서 거의 자기분열과 후안무치에 가까운 민낯을 드러낸 것이다. 

당사국총회는 이렇게 종료되었지만, 한국의 과제는 더욱 많아졌다. 우선 이번에 제출한 NDC는 의미가 없어진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국 정부는 탄소예산과 1.5도 목표를 위한 국제적 책임에 입각하여 NDC 재상향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그리고 탄소중립이 아니라 2050년 이전 배출제로를 위한 시나리오를 다시 작성해야 한다. 탈석탄 선언의 의미를 인정하고 신규 석탄 프로젝트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을 담보하지 못하며 사실상의 기업 지원 법인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을 폐기하고 ‘기후정의 기본법’을 제정해야 한다. 물론 이를 위한 논의에는 기후위기 당사자들이 중심이 되어야 하며, 정의로운 전환의 원칙이 실현되어야 한다. 한국 정부는 이러한 일이 매우 어렵지만 반드시 필요한 것임을 분명히 밝혀야 한다. 정부의 작업과 활동이 미진했고 태도가 안일했다는 것을 먼저 환기해야 한다. 이제와는 다른 기후행동과 기후정치가 펼쳐져야 한다. 

COP26은 COP자체가 문제임을 다시금 보여주었다. 1.5도 목표 달성과 기후정의 실현은 또다시 외면당했다. 무책임한 지연이 계속되는 이 순간에 수많은 국가와 시민들의 삶은 기후재난의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COP회의장 밖에서 기후정의를 위해 싸운 이들, 기후위기 최전선에 있는 이들이 바로 기후위기 해결의 주체다. 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 목소리에 응답하는 것, 이것이 COP26 이후 세계 각국의 정부에 해야할 과제다.  


2021년 11월 14일

기후위기비상행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