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환경정의론] 환경정의가 강물처럼

환경정의연구소 칼럼 1호

환경정의가 강물처럼

반영운 [환경정의연구소장, 충북대학교 교수]

 

 

인간은 누구나 깨끗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 동시에 불결하고 위험한 환경에 노출되지 않을 권리도 있다. 이러한 권리가 자신의 의지가 아닌 다른 사람이나 권력에 의해 박탈당하거나 강요당할 때 우리는 이것을 ‘부정의’ 또는 ‘불평등’하다고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으로 필요하지만 위험한 시설, 즉 쓰레기매립장이나 쓰레기소각장 등과 같은 환경위해시설 또는 환경혐오시설이 보통 경제적으로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이 사는 지역에 들어서기도 하는데 이러한 현상을 ‘환경부정의’라고 한다. 이들은 정치적인 힘도 없고 위와 같은 문제가 생겼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에 무방비 상태에서 당하는 경향이 많이 있다. 자신들의 의사와는 전혀 다른 형태의 의사결정이 일어나도 거부조차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여있게 된다. 이렇게 정의롭지 못한 현상은 국가 내에서 뿐만 아니라 국가 간에서도 발생하기도 한다. 국가 즉, 강대국의 자본이나 기술이 저개발 국가에 들어갈 때 강대국 내에서 문제가 되는 위험물질 등을 저개발 국가에 지원하는 기술이나 상품과 함께 수출하는 경우를 일컬어 ‘국가 간 환경부정의’라고 부른다.

 

환경부정의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곳은 다름 아닌 미국이었다. 1980년대 초반 환경부정의 문제는 미국 내에서 사회적으로 첨예한 이슈인 인종차별주의와 맞물리면서 폭발력을 가지고 논의가 전개되었다. 즉, 대기오염과 같은 환경오염문제는 물론 위험쓰레기매립장이나 소각장이 사회경제적인 약자 특히 흑인이 밀집한 지역에 집중적으로 입지되는 현상이 밝혀지면서 미국 내에서는 큰 문제로 부각되었다. 이에 클린턴 정부에서는 ‘환경정의’를 최우선 정책이슈로 삼아서 대처하였다. 이러한 문제를 대처하기 위해 미국정부는 환경정의의 개념을 “공공정책 수립 및 수행의 절차에 있어서 인종이나 가계소득수준 등에 관계없이 공평하게 대우받는 것” (EPA 1992)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에 맞추어서 미국 정부는 1994년도에는 환경정의와 관련된 대통령령 (행정명령, Executive Order 12898)이 발효되기에 이르렀다 (Ban 1999). 위 대통령령 12898의 발효로 인해 미국 연방정부의 각 부처는 정책을 수행하거나 부처를 운영함에 있어서 환경정의를 확보할 수 있는 실행계획을 세우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환경정의 개념은 다분히 사람 중심의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사람이 환경오염이나 피해에 불공평하게 노출되지 않도록 정부가 노력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정책대안 속에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다양한 환경 즉 자연생태, 문화, 역사 등이 고려되지 않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환경정의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설정하여 보다 폭넒게 정의해야만 인간을 포함한 생명공동체가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즉, ‘환경정의’란 “현 세대와 미래 세대의 사회 모든 구성원이 어떠한 조건에서도 환경적인 혜택과 피해를 누리고 나눔에 있어서 불공평하게 대우받지 않고, 공동체의 문화와 역사, 그리고 주변의 생명체가 지속가능하게 공존하도록 하는 것”(반영운, 2006)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여기서 주의 깊게 생각할 부분은 바로 인간만이 아니라 주변의 생명체까지도 공존하게 하는 것이다. 한 국가나 공동체는 특정한 개발을 수행할 때 이러한 내용을 깊이 있게 고려해야 한다.

 

환경정의는 우리가 선택적으로 택하거나 버릴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국내는 물론 국가 간에 반드시 지켜져야 할 최소한의 인권이자 자연과의 상생을 위한 가치이다. 따라서 어떠한 정책이건 정책 입안 전후에 환경정의가 이뤄질 수 있는지 평가를 하고 점검하여 문제가 발견되면 철저하게 대책을 세워야 한다. 즉, 환경정의 문제는 단순히 사후적인 의미의 환경오염뿐만 아니라 특정행위로 인한 잠재적인 문제까지 포함하여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이러한 일들을 위해 먼저 관련된 법제도를 검토하여 환경정의가 구현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환경정의는 이익의 공평한 분배를 전제로 하는 사회정의와 달리 사회를 유지하기 위해 발생한 피해도 공평하게 나누는 것까지 고려해야만 한다.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낸 이익을 공평하게 분배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지만 환경관련 피해의 공평한 분배는 더 더욱 어렵고 지난한 문제이다. 따라서 열린 대화 및 정보공개 등을 통해 각종 피해와 연관된 다양한 주체들의 의견을 골고루 수렴하면서 모두에게 만족한 대안을 찾아가야 한다. 여기에 한 가지 더 중요한 사항은 각종 피해에 노출되는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대부분 관련된 사안에 대해 정보가 부족하고, 의사를 표현하고 결정하는 훈련이 부족하다. 따라서 정부에서는 관련된 주체들 특히 사회졍제적 약자들에 대한 참여역량을 강화할 책임이 있다. 이를 위해 ‘환경정의시민지원센터’와 같은 정부지원 기관이 생겨나서 각 주체들을 돕게 되면 전문적으로 각종 사안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이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환경정의는 단순히 목소리를 높여서 달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사회 모든 구성원이 지혜를 모아 노력할 때만이 달성될 수 있다. 이를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리 (사) 환경정의의 부속기관인 환경정의연구소에서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정기적으로 환경정의와 관련된 소식을 전하기 위해 웹진을 발행한다. 이는 위에서 얘기한 환경정의의 실현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력이라고 할 수 있다. 환경정의와 관련된 연구 현황, 현장소식, 국제적인 연대 소식, 법제도 제정 및 개선 현황 등 다양한 내용을 정리하여 웹진을 통해 공유할 예정이다. 특히 현안이 되고 있는 원전문제, 먹거리 문제, 위험쓰레기처리 문제, 대기오염문제, 토양오염문제, 수질오염문제, 에너지문제, 녹지문제, 산업단지(공장) 오염문제, 아토피를 비롯한 환경보건문제 등의 이슈를 차분히 다룰 예정이다. 웹진 발행을 위해 애써 주신 유정민 환경정의연구소 부소장, 김홍철 환경정의 사무처장, 고정근 환경정의연구소 사무국장, 심수은 실무간사, 강보석 간사 등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환경정의연구소 칼럼 1호> 환경정의가 강물처럼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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