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명·논평[논평] 반지하 폭우 참사 3주기, 침수대책 평가

[논평] 반지하 폭우 참사 3주기, 침수대책 평가

- 반복되는 정부와 서울시의 안이함. 근본적 침수대책 이행·강화 촉구 -



기와 올리다 대들보 썩히길 반복하는 정부와 서울시, 반지하 폭우 참사는 벌써 잊은 것인가. 2022년 8월, 물이 들이친 반지하 방에 갇힌 이들이 구조를 외치다 끝내 숨진 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그날 이후, 여전히 반지하와 이 같은 위험한 공간에서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그리고 이들을 지지하는 시민들이 참사 재발 방지를 이어서 외치고 있지만 3년이 지난 지금, 서울시 대책은 가랑비에도 무너질 듯 허술하고 그 태도는 태평하다. 특히 근본적 해결책인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위해 연신 정부의 문을 두드리고 있지만, 해당 정책은 오히려 퇴보하고 있다.


지난 5월, 환경정의는 서울시 대상 반지하 침수대책 관련 성과를 질의했다. 서울시는 추진 정책을 나열하며 “현재까지 침수로 인한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응답했다. 우리는 되묻는다. 인명피해의 '위험'도 없느냐고. 3년 전 참사도 이 같은 안이함에 의해 발생한 것 아니냐고. 서울시는 인명피해는 없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할 것이 아니라, 극단적 기상이 연례화되는 지금, 재난에 대한 철저한 준비와 근본적 대책을 강화해야 한다.


반지하 중 침수 위험이 커 차수시설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지만, 임대인 비동의 등의 이유로 설치하지 못한 가구는, 지난해 기준 약 8,000가구에 달했다. 여전히 수많은 반지하 가구가 최소한의 안전장치조차 없이 물에 잠길 위험에 노출된 채 지내고 있다. 이에 서울시는 ‘희망 시 무상 설치’, ‘주민센터 내 이동식 차수판 등 구비 및 침수 시 설치’ 등의 대책을 제시했지만, 이는 실질적 대책이 아니다. 임대인의 동의 없이는 설치 불가능한 구조에서 ‘희망 시 설치’란 사실상 방치와 다름없다. 또한, 침수가 시작되면 물이 천장까지 차오르는 건 시간문제이며, 도로 침수에 따른 이동 제한 등 한계도 있어 침수 시 대응이란 관리 방안은 현실에서 작동하기 어렵다.


중앙정부의 대응도 크게 다르지 않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일부 부처에서 침수위험 주택에 차수시설 설치를 의무화하려 했으나, 국토교통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소급입법’, ‘기본권 침해 우려’가 이유였다. 이에 다음과 같이 묻는다. 임차인의 안전권, 주거권, 환경권, 건강권, 재난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그리고 생명권의 침해는 우려되지 않는가? 과도하게 임대인의 권리만 보호하는 현재의 구조는 정부의 책임 방기이며, 중대한 환경불평등이다.


차수시설 설치와 같은 임시 조치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근본적 문제 해결이다. 점차 극단적 호우가 빈번해질 것으로 예상하는 가운데 차수시설은 제 기능을 못 하고 반지하에는 언제든 물이 차오를 수 있다. 반지하가 존재하는 한, 반지하 폭우 참사와 같은 사고는 언제든 또다시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반지하 침수를 막는 정책뿐 아니라 반지하의 거래 자체를 제한하고, 위험해도 저렴한 주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시민을 위한 주거 상향 정책 강화가 필수다. 


그러나 반지하 매입 실적은 매우 부족하며, 반지하 거주자들이 안전한 주거로 이주할 어쩌면 유일한 선택지인 공공임대주택 예산조차 대폭 삭감하고 있는 형국이다. 빈곤사회연대가 윤종오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2023년 1,050호 매입 계획 중 실제로는 200호만 매입했다. 2024년에는 목표조차 절반 이하로 줄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3년간 단 135호만을 매입했다. LH는 “신청 주택 대부분 상태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는 매입의 기준을 시장 논리에만 맞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반지하 매입은 시민 안전을 위한 공공 정책이다. 수익성이 아니라 안전이 우선이다. 상태가 좋지 않다면 공간 용도 변경이나 지상층의 경우 주거개선 등을 고려할 수 있다. 중요한 건 침수위험이 큰 주택을 파악하고 매입을 적극 추진하는 것, 그리고 매입 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는 일이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대폭 삭감됐다는 점이다. 국토부의 2025년 예산안에는 저소득층 대상 공공임대주택 예산이 2024년 대비 수천억 원 이상 줄었다. 이는 안전을 지킬 책임을 다하지 않겠다는 선언이자, 기본권을 사실상 박탈하는 조치다.


기후위기로 인한 재난은 피할 수 없을 수 있다. 그러나 피해의 크기와 양상은 정부의 의지와 대응 능력에 달려 있다. 제2의 반지하 폭우 참사 시, 또 다시 ‘기후재난’을 핑계 삼을 것인가. 또 다시 재발 방지 약속만할 것인가. 우리는 2022년 8월, 가슴 아픈 죽음을 기억한다. 그 희생자들은 발달장애인, 한부모 여성 가장, 어린이였다. 우리 사회에서 배려가 가장 필요한 이들이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 마련과 이행을 서둘러야 한다. 정부와 서울시의 안이함과 방관의 태도, 그리고 무책임한 대책을 반복하지 말 것을 강조하며, 우리는 다음과 같이 강력히 촉구한다.


첫째, 침수방지시설 의무 설치 및 미설치 가구에 대한 실효적 지원을 강화하라.

둘째, 침수위험도가 높은 반지하의 우선 매입과 폐지, 그리고 현실적 매입 기준을 마련하라.

셋째, 공공임대주택 예산 확대 및 공급 확대를 통한 실질적 이주 지원 체계 마련을 촉구한다.


2025. 8.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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