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출발의 계절이다. 학교에는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재학생들은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며 회사에는 신입사원이 들어온다. 언제나 새로운 출발에는 새로운 변화들이 따르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집단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새로운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내던 일상생활과는 전혀 다른 시간적 리듬을 몸에 익혀야 하기도 한다. 또 현대와 같은 물질중심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물품들이 그런 변화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옷, 신발, 내의, 양말, 종종 모자도 새로 장만해서 그 신품들을 한꺼번에 몸에 착용하고 다니게 된다. 학습용품과 사무용품도 대개 신품을 사용하게 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필요한 물품들을 한 가지씩 갖추어 갈 때는 누구나 기쁘고 희망찬 마음이고, 주변에서도 축복해준다. 그런데 정작 새 출발이 시작되면 하루 이틀 지나갈수록 신참들은 살기가 고달파지는 게 보통이다. 긴 시간의 수업이나 근무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정규 시간이 지나고 난 후 학원에서 수업 받거나 술집에서 인간관계를 다져야 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나는 행복하다, 혹은 힘들어도 버텨야 한다 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려보지만 역시 일요일 밤이 되면 가장 무서운 것은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이다.
스트레스에 관한 한 연구에 의하면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라고 한다. 이건 누구라도 수긍하겠지만, 둘째로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와 결혼했을 때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 셋째 자리에 오는 것이 직장을 잃었을 때이며, 넷째가 새로 취직했을 때라는 것까지 듣고 나면, 이 네 가지의 공통점이 떠오르게 된다. 즉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생활을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서 생활조건의 변화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라는 말의 생물학적 정의 자체가 ‘신체 내부의 평형을 깰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하거나 강도 높은 환경의 변화’이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환경 조건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명체는 신체 내부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생명체는 나름대로 외부 환경에서 오는 충격을 완충하거나 내부 상태를 외부에 맞추어 적응하려는 메커니즘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외부 환경의 변화가 심해서 신체 내부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면 그 생명체는 살기 힘들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행복해야 할 신혼이나 사회 첫 걸음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현실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이다.
그럼 이렇게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하면서 절망적인 기분에 빠질 필요는 없다. 삶에서 어려움이란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잘 넘기는 데 필요한 게 바로 ‘삶의 지혜’이다. ‘지혜’하면 ‘연륜’, 혹은 ‘전통’이라는 단어가 쉽게 연상이 된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 변화기의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보자.
오래 된 우리말에 ‘새 집 짓고 삼년, 새 사람 들어와서 삼년’이라는 표현이 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새로운 생활에는 당연히 스트레스가 따르니까 한 삼년은 그런 줄 알고 잘 참으라는 교훈이 되기도 한다.
뻔한 말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 교훈의 생물학적 함의는 크다. 인간은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더욱 큰 두려움을 갖게 된다. 두려워하는 의식 상태에서는 신경계가 교감신경 모드가 되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기능 장애를 조정할 수 있는 호르몬이 잘 나오지 않는다.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그것은 다 새로운 변화에서 오는 것이며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더 좋은 세월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면 마음이 편안해져 부교감 신경 모드가 되면서 신체 내부의 스트레스 대응 기능이 강화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앞의 연구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실 사람이 일생 중 가장 큰 스트레스를 겪는 시간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가 아닐까? 전통 사회가 신생아를 맞는 모습에서 스트레스 대처 방안에 대한 힌트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옛 어른들이 신생아를 맞던 관습을 보면 되도록 산모와 신생아에게 익숙한 환경을 그대로 유지해주려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일단 출산 장소부터 산모에게, 그리고 당연히 그 뱃속에 태아로 함께 살았던 아기에게도 가장 편안한 곳이었다. 첫 아이는 친정에서, 둘째부터는 시집에서, 그것도 산모가 늘 쓰던 방에서 낳도록 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몸에 붙은 태지를 그냥 둔 채로 천으로 감싸주는데, 이때 이 천은 부모나 집안 어른 중 건강한 사람이 입던 낡은 속옷을 이용했다. 그리고 금줄을 쳐서 적어도 3주일 정도는 외부 사람이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했다.
여기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교훈은 어차피 큰 변화가 불가피한 시기라면, 새로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될 수 있으면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자식이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고 방까지 새로 장만해주면서 새 컴퓨터, 새 책상, 새 이불을 갖추어주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옷도 입던 것을 그대로 입거나 다른 사람이 입던 것을 물려받는 게 훨씬 새 출발을 수월하게 해준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현대 산업 과정에서는 어떤 물질을 생산하든 유해성분이 반드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그런 유해물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으로 휘발해나가 버린다. 새 옷을 입으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독성물질들이 인체 기능을 손상시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 갓 태어난 아기를 집안의 어른이 오래 입었던 낡은 옷으로 감싸주었다고 해서 ‘옛날에는 못 살았으니까’라고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면 오랜 세월동안 쌓여 온 생명의 지혜를 보는 안목이 없는 것이다.
봄은 새 출발의 계절이다. 점점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받으면서 인체의 모든 기능이 활발해지는 시기이다. 새 출발에 따른 변화는 이런 축복된 시기에 있어서 큰 도전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새로운 도전에 가장 힘이 되어왔던 것은 오래 된 경험에서 쌓여 온 지혜였다. 현대 사회의 상업주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오래된 지혜와 함께 새로운 첫 걸음을 내딛는 의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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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신입생 환영 프로그램은 엔돌핀 분비를 촉진해서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http://aimsoflife.com/wp-content/uploads/2007/09/girl-meditation.jpg
짬을 내서 명상하는 습관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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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출발을 하더라도 방은 될 수 있으면 원래의 모습대로, 가구를 많이 두지 않는 편이 좋다.
이진아 (gina_lee@naver.com)
새 출발의 계절이다. 학교에는 신입생들이 입학하고 재학생들은 새로운 학년을 맞이하며 회사에는 신입사원이 들어온다. 언제나 새로운 출발에는 새로운 변화들이 따르게 마련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집단으로 들어가게 되면서,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게 되고 새로운 규칙에 적응해야 한다. 지금까지 보내던 일상생활과는 전혀 다른 시간적 리듬을 몸에 익혀야 하기도 한다. 또 현대와 같은 물질중심의 사회에서는 새로운 물품들이 그런 변화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게 된다. 옷, 신발, 내의, 양말, 종종 모자도 새로 장만해서 그 신품들을 한꺼번에 몸에 착용하고 다니게 된다. 학습용품과 사무용품도 대개 신품을 사용하게 된다.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필요한 물품들을 한 가지씩 갖추어 갈 때는 누구나 기쁘고 희망찬 마음이고, 주변에서도 축복해준다. 그런데 정작 새 출발이 시작되면 하루 이틀 지나갈수록 신참들은 살기가 고달파지는 게 보통이다. 긴 시간의 수업이나 근무에 적응하는 것도 힘들고, 정규 시간이 지나고 난 후 학원에서 수업 받거나 술집에서 인간관계를 다져야 하는 것은 더욱 힘든 일이다. 나는 행복하다, 혹은 힘들어도 버텨야 한다 하면서 몸과 마음을 추스려보지만 역시 일요일 밤이 되면 가장 무서운 것은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이다.
스트레스에 관한 한 연구에 의하면 현대인이 살아가면서 가장 큰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배우자가 사망했을 때라고 한다. 이건 누구라도 수긍하겠지만, 둘째로 큰 스트레스는 배우자와 결혼했을 때라면 고개를 갸우뚱할 사람도 있지 않을까? 셋째 자리에 오는 것이 직장을 잃었을 때이며, 넷째가 새로 취직했을 때라는 것까지 듣고 나면, 이 네 가지의 공통점이 떠오르게 된다. 즉 새로운 생활의 시작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새로운 생활을 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느낀다.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게 있어서 생활조건의 변화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스트레스라는 말의 생물학적 정의 자체가 ‘신체 내부의 평형을 깰 수 있을 정도로 급격하거나 강도 높은 환경의 변화’이니까.
정도의 차이는 있어도 모든 환경 조건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렇게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생명체는 신체 내부의 상태를 일정하게 유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생명체는 나름대로 외부 환경에서 오는 충격을 완충하거나 내부 상태를 외부에 맞추어 적응하려는 메커니즘을 다양하게 갖추고 있다.
그런데 외부 환경의 변화가 심해서 신체 내부의 평형을 유지하는 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써야 하면 그 생명체는 살기 힘들다고 느끼게 될 것이다. 가장 행복해야 할 신혼이나 사회 첫 걸음이 가장 큰 스트레스 요인이 되는 현실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이다.
그럼 이렇게 힘들게 살 수밖에 없다는 말인가? 하면서 절망적인 기분에 빠질 필요는 없다. 삶에서 어려움이란 언제나 있을 수 있지만, 그걸 잘 넘기는 데 필요한 게 바로 ‘삶의 지혜’이다. ‘지혜’하면 ‘연륜’, 혹은 ‘전통’이라는 단어가 쉽게 연상이 된다. 우리의 전통 속에서 변화기의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보자.
오래 된 우리말에 ‘새 집 짓고 삼년, 새 사람 들어와서 삼년’이라는 표현이 있다. 새로운 변화에 적응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이 말은 뒤집어 생각하면, 새로운 생활에는 당연히 스트레스가 따르니까 한 삼년은 그런 줄 알고 잘 참으라는 교훈이 되기도 한다.
뻔한 말처럼 보일지 몰라도 이 교훈의 생물학적 함의는 크다. 인간은 자기가 잘 알지 못하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더욱 큰 두려움을 갖게 된다. 두려워하는 의식 상태에서는 신경계가 교감신경 모드가 되어 스트레스로 인한 신체 기능 장애를 조정할 수 있는 호르몬이 잘 나오지 않는다. 어떤 어려움이 생겨도 그것은 다 새로운 변화에서 오는 것이며 이 시기만 잘 넘기면 더 좋은 세월이 올 거라고 확신한다면 마음이 편안해져 부교감 신경 모드가 되면서 신체 내부의 스트레스 대응 기능이 강화된다.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앞의 연구에서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사실 사람이 일생 중 가장 큰 스트레스를 겪는 시간은 이 세상에 처음 태어났을 때가 아닐까? 전통 사회가 신생아를 맞는 모습에서 스트레스 대처 방안에 대한 힌트를 받을 수 있다. 우리 옛 어른들이 신생아를 맞던 관습을 보면 되도록 산모와 신생아에게 익숙한 환경을 그대로 유지해주려 고심한 흔적이 보인다.
일단 출산 장소부터 산모에게, 그리고 당연히 그 뱃속에 태아로 함께 살았던 아기에게도 가장 편안한 곳이었다. 첫 아이는 친정에서, 둘째부터는 시집에서, 그것도 산모가 늘 쓰던 방에서 낳도록 했다. 아기가 태어나면 몸에 붙은 태지를 그냥 둔 채로 천으로 감싸주는데, 이때 이 천은 부모나 집안 어른 중 건강한 사람이 입던 낡은 속옷을 이용했다. 그리고 금줄을 쳐서 적어도 3주일 정도는 외부 사람이 들어오는 일이 없도록 했다.
여기서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교훈은 어차피 큰 변화가 불가피한 시기라면, 새로이 바꾸지 않아도 되는 부분은 될 수 있으면 그대로 유지하라는 것이다. 자식이 좋은 대학에 합격했다고 방까지 새로 장만해주면서 새 컴퓨터, 새 책상, 새 이불을 갖추어주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행동이라는 것이다. 될 수 있으면 옷도 입던 것을 그대로 입거나 다른 사람이 입던 것을 물려받는 게 훨씬 새 출발을 수월하게 해준다.
여기에는 과학적인 근거가 있다. 현대 산업 과정에서는 어떤 물질을 생산하든 유해성분이 반드시 들어가게 되어 있는데, 그런 유해물질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공기 중으로 휘발해나가 버린다. 새 옷을 입으면 그 안에 포함되어 있는 포름알데히드를 비롯한 독성물질들이 인체 기능을 손상시켜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힘을 약하게 만든다. 갓 태어난 아기를 집안의 어른이 오래 입었던 낡은 옷으로 감싸주었다고 해서 ‘옛날에는 못 살았으니까’라고밖에 생각하지 못한다면 오랜 세월동안 쌓여 온 생명의 지혜를 보는 안목이 없는 것이다.
봄은 새 출발의 계절이다. 점점 더 많은 태양에너지를 받으면서 인체의 모든 기능이 활발해지는 시기이다. 새 출발에 따른 변화는 이런 축복된 시기에 있어서 큰 도전이다. 인류 역사를 통해서 새로운 도전에 가장 힘이 되어왔던 것은 오래 된 경험에서 쌓여 온 지혜였다. 현대 사회의 상업주의 논리에 휘말리지 않고 오래된 지혜와 함께 새로운 첫 걸음을 내딛는 의연함이 필요하지 않을까.
http://www.ilovenews.net/news_files/20050225/image_177291.jpg
즐거운 신입생 환영 프로그램은 엔돌핀 분비를 촉진해서 새로운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워준다.
http://aimsoflife.com/wp-content/uploads/2007/09/girl-meditation.jpg
짬을 내서 명상하는 습관은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키우는 좋은 방법이다.
http://image.lesvacances.co.kr/upload/reporter/file/사진%20101.jpg
새 출발을 하더라도 방은 될 수 있으면 원래의 모습대로, 가구를 많이 두지 않는 편이 좋다.
이진아 (gina_lee@naver.com)